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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과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만남을 주선한 김영국씨가 23일 "좌파 주지 발언은 사실"이라고 폭로했지만, 안 원내대표는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이날 오후 간단한 입장문 발표를 통해 "(여당) 원내대표가 감히 신성한 종교단체인 조계종 측에 외압을 가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실제 어떠한 외압을 가한 일이 없다"고 밝혔다. 또 "조계종 측도 두 번이나 (외압이 없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점에 관해 앞으로 일체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도 계속 '침묵'을 지키겠다는 뜻이다.

 

"외압 없었다"지만... '좌파 발언' 사실 여부 해명 안 해 

 

 조계종 총무원이 서울 봉은사를 직영사찰로 전환하기로 한 과정에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의 외압이 있었다는 봉은사 주지 명진스님의 주장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던 안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선 이 사안에 대해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먼저 뜨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이 서울 봉은사를 직영사찰로 전환하기로 한 과정에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의 외압이 있었다는 봉은사 주지 명진스님의 주장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던 안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선 이 사안에 대해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먼저 뜨고 있다. ⓒ 남소연

하지만 안 원내대표의 침묵은 의혹만 증폭시키고 있다. 평소 거침없는 언행으로 유명한 그가 묵언수행을 하듯 말을 아끼는 게 더 의심스럽다는 얘기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궁지에 몰린 안 원내대표가 당황한 나머지 '꼬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해 무대응 전략으로 돌파하려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몰매를 피해 보겠다고 발뺌"(민주당 김현 부대변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그는 이날 입장문에서 "외압이 없었다"고만 언급했을 뿐 실제 '좌파 주지' 발언을 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알맹이가 빠진 셈이다. 따라서 안 원내대표의 좌파 주지 발언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더 힘을 얻고 있다.

 

안 원내대표는 침묵하고 있지만, 그를 '핵'으로 삼은 태풍은 점점 커지고 있다. 전날까지 진상규명과 사과를 요구한 야당은 이날도 총공세를 펼치며 출당과 정계은퇴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은 "정상적인 정당이라면 즉시 출당 조치를 해야 한다"며 "출당 조치 전에 안 원내대표가 스스로 사퇴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압박했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도 "정계은퇴"를 거듭 요구했다. 특히 그는 이날 논평에서 안 원내대표의 침묵을 강하게 비난했다. 우 대변인은 "김씨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안 원내대표는 종교 유린에 가까운 망언을 하고 자신의 발언까지 전면 부정한 파렴치한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것"이라며 "무대응의 커튼 뒤에 비겁하게 숨지 말고 즉각 진실을 밝히라"고 비난했다.

 

심재옥 진보신당 대변인 역시 "침묵으로 이 사태를 덮으려는 얄팍함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상식적 정당이라면 정치적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해 '출당' 주장에 힘을 보탰다.

 

조계종 내부에서도 격앙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날 조계종 총무원은 "봉은사 직영사찰화 외압설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하지만 조계종 내 소장파 스님들의 모임인 '청정승가를 위한 대중결사'는 전날 성명서를 통해 "현재 보도되는 '권력 개입설'은 헌법정신을 유린한 심각한 행위"라며 "만약 사실이라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총무원에 대해서도 "봉은사와 관련된 일을 해명하고, 부당한 정치권력에 굴복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곤혹스러운 한나라당 "허위 인신공격 그만두라"

 

안 원내대표의 침묵 때문에 곤혹스러운 한나라당은 불씨를 조기 진화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지금까지의 수세적인 모습과 달리 공세적 자세로 태도도 바꿨다.

 

조해진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일, 본인이 그런 적 없다고 밝힌 일을 사실로 가정해 놓고 여당 원내대표의 정계은퇴까지 요구한 민주당은 선거에 핏발이 서서 냉정과 평상심을 잃어가고 있다"며 "허위 인신공격을 당장 그만두라"고 반박했다. 또 "민주당이 여당 원내대표의 압력으로 교계가 인사를 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교계의 독자성을 부정하는 위험한 주장"이라고 되받았다.


#안상수#명진#좌파#조계종#봉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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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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