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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는 휴대전화번호는 '017-×××-××××'이다. 이 번호로 12년을 쓰고 있다. 성격 자체가 한 번 산 가전제품과 옷가지들은 10년 이상 사용하거나 입어야 한다. 자가용도 1995년 7월 산인 프라이드이다. 심지어 구두도 지금 7년째 신고 있다. 휴대전화번호를 12년이나 계속 쓰고 있는 이유도 성격 탓이 크다.

 오른쪽이 11년 사용한 휴대전화기, 왼쪽이 지난해 가을 한 목사님이 주신 휴대전화기
오른쪽이 11년 사용한 휴대전화기, 왼쪽이 지난해 가을 한 목사님이 주신 휴대전화기 ⓒ 김동수
하지만 017를 바꾸지 않는 이유는 성격 때문만은 아니다. 휴대전화 단말기를 11년 동안 쓰다가 지난해 가을 바꾸었다. 내가 바꾸고 싶어 바꾼 것이 아니라 다른들이 불편해서 바꾸어 주었다.

휴대전화 액정이 깨져 문자도 읽을 수 없고, 단말기 몸체와 배터리가 접촉이 잘 되지 않아 심심하면 전원이 꺼지는 바람이 급하게 전화하거나, 문자를 보내도 내가 읽을 수 없으니 답답해서 어느 목사님이 자신이 사용하던 휴대전화 단말기로 바꾸어 준 것이다.

이렇게 11년을 함께 한 단말기와는 이별을 했지만 017과는 이별하기 힘들다. 단말기는 어쩔 수 없지만 017은 12년을 함께 하였기 때문에 바꿀 마음이 전혀 없다.

이 번호에 애착이 가는 이유는 초등학교 6학년인 우리 큰 아이와 함께 했기 때문이다. 큰 아이가 태어난 기념으로 아내가 휴대전화를 구입해 주었다. 큰 아이와 함께 017를 쉽게 바꿀 수 없는 것이다. 아내도 017를 좋아한다. 010으로 바꿀까 몇 번 물어볼 때마다 아내 답은 한결같다.

"여보, 나도 이제 010으로 바꿀까?"
"싫어요. 017이 정감도 가고, 12년을 썼는데 바꾸기는 왜 바꿔요?"
"그래도 010으로 통합된다고 하던데."
"아니, 휴대전화번호까지 통합해요? 그런 것이 어디있어요? 자기가 쓰고 싶은 번호를 쓰야지. 그리고 나는 017에 익숙해요. 010으로 바꾸면 또 외워야 하잖아요."


그렇다. 017은 정말 정감이 간다. 내 아이들과 함께 한 이 번호를 쉽게 바꿀 수 없는 일인 것이다. 국가 정책이라는 이유로 010 사용자가 80%가 넘으면 017과 01× 번호 사용자들의 생각은 무시하고 통합을 시도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물론 20% 사람들 때문에 들어가는 비용이 많을 수 있지만 모든 문제를 효율성으로만 따질 수 없다. 아직도 '삐삐'라고 불리는 무선호출기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주위 대부분 사람들이 010을 사용하고 있는데 한 번씩 017를 번호를 사용하는 분들을 만나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나도 기쁘고, 그 분도 좋아한다. 언론보도를 보니 017 사용자가 번호 통합에 가장 반대한다. 나 역시 그 중 한 사람이다. 어떤 분들은 01× 번호 사용자들도 "3G·스마트폰 이용할 수 있게 해야"한다고 주장하지만 나는 이용이 불가능해도 상관없다. 3G와 스마트폰을 이용하지 못해도 별 어려움도 없기 때문이다.

내 아이들과 함께 한 017번호를 계속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 나는 017를 사랑한다. 그리고 바꿀 마음이 없다.


#010번호통합#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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