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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최대 화두인 '고용' 문제를 전 국가적 역량으로 해결하기 위해 구성된 국가 고용전략회의(이하 전략회의)가 지난 3월 4일 제 3차 회의를 맞이했다. 매월 대통령 주재하에 개최되는 전략회의는 매월 고용동향이 발표된 직후인 중순경에 실시하기로 했으나 어찌된 셈이지 이번 3월에는 매우 이른 일자에 개최되었다.

1차 회의 때부터 안건 선정에 고심하고, 2차 회의에는 의제를 결정하지 못해 빈축을 샀던 정부가 2차 회의 이후 불과 2주일여 만에 3차 회의를 개최했다. 이를 진전된 것이라 평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구나 3차 전략회의의 중심은 각 지방자치단체의 사례 발표였다. 전략을 논해야 할 자리가 '전시회'로 바뀌었다면 이는 명백한 후퇴라 할 것이다.

국가고용전략회의에 '회의적'

우리나라 국내총생산은 전년대비 0.2% 증가한 반면, 고용률은 2010년 1월 현재 56.6%로 2009년 1월 57.3%, 2008년 1월 58.3%보다 오히려 더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의 플러스 경제성장을 정부는 '경제회복 국면으로의 전환'이라 설명하며 국정홍보에 열을 올렸지만, 고용문제 해결을 통한 내수의 소비회복 없는 현 경제상황은 환율변화, 국제유가 변동, 주요 국가들의 경제상황이나 정책 변동 등과 같은 외부적 요인에 의해 취약한 상태이다.

하지만 3차까지 개최된 국가고용전략회의의 성과는 미미하다. 고용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제시하는 안도 이전 정부에서 시도해 성과를 거두지 못한 정책들과 큰 차이를 찾을 수 없다. 그나마 3차 회의는 사례발표장으로 전락해 버렸고, 실제 정책과 전략회의에 대한 회의론은 증대되고 있다.

고용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의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하지만 현재 정부의 국가고용전략회의는 고용문제의 해결에 있어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고용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개별 정책의 나열이 아니라 국민 경제 전체의 틀에 대한 재검토를 필요로 한다.

그럼에도 전략회의가 전략적 논의를 수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이제 불과 3차까지 진행된 전략회의에 대한 깊은 분석과 성과 검토는 아직 이르다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틀 자체가 고용전략을 수립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분명하다면 비판적 분석은 하루라도 빨리 시행되는 것이 옳다. 현재 전략회의의 구성과 논의 내용에 비추어 보건대 새사연은 이미 이러한 결론에 도달하였다.

'국가고용전략회의'에 비친 정부의 모습

"작년에는 우리나라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먼저 경제를 회복한 나라로 꼽혔는데, 올해는 OECD 국가중 가장 먼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고 가는 나라라는 평가를 받도록 노력해달라." - 이명박 대통령, 제1차 국가고용전략회의. 2010년 1월 21일

대통령의 발언 속에서 전략회의가 고용 문제를 최우선으로 하는 국정과제의 차원에서 추진된 것이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이 발언 속에는 고용 문제를 지난해 경제위기 극복과정과 동일한 방식으로 처리해 나가겠다는 현 정부의 국정 운영 방식 또한 내포되어 있다.

세계적 경제위기의 한가운데 서 있던 2009년 스스로를 '비상 (경제)정부'라 칭한 바 있는 이명박 정부는 2010년에는 '일자리 정부'를 자임하고 있다. 연두 기자회견에서부터 일자리를 정책의 최우선으로 놓겠다고 밝혔고, 그 후속작업으로 월 1회 '국가고용전략회의(이하 전략회의)'의 개최, 상반기 중 '국가고용전략 보고서' 추진 중이다. 최우선 국정과제를 속도감 있게 처리하겠다고 선포한 것으로 평가된다.

과제의 중요성에 걸맞게 전략회의는 지난 해 국가 경제관리의 이른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했던 비상경제회의의 연장선으로 설정되었다.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다는 것과 기획재정부가 실질적인 간사 역할을 한다는 것에서 그 무게감을 알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경제부처를 포함한 관련 부처 전체의 거중 조정 역할을 하고 있다. 재정부의 거중 조정을 축으로 당·정·청의 가용한 전 역량을 집중시키고 민간과 주요 연구기관을 참여시키는 거대한 회의체로 정립된 상황이다.

'국가고용전략회의'의 함의

이상과 같이 전략회의에 무게감을 더한 것과는 별개로 회의 주체(즉 정부)의 입장에서 전략회의의 함의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모든 사회적 활동이 그러하듯이 전략회의 역시 그것을 운영하는 주체의 입장과 행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하나. '전략 수립'의 불가피성

현 정부가 전략회의를 구성한 것은 상당 부분 불가피한 선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 질서 속에서 고용 배제와 불안정이 고착화된 데다가 국제경제 질서가 위기에 빠짐으로써 구조변화가 진행되는 동안 불확실성이 지속되어 왔고 이는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 사정은 장기간의 빙하기로 돌입한 것으로 평가되며 고용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제조 대기업의 성장전략이 국내 고용보다 R&D를 제외한 생산-판매 체제의 글로벌화로 선회함에 따라 실업노동자 계층의 축소도 현실적으로 어렵고, 거대한 규모의 비정규직과 자영업자가 존재하는 한국의 특수성도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이다.

전략회의는 이러한 구조적 제약 속에서 "노동시장의 활성화"를 통한 고용 확대를 전략적 방향으로 설정하고 추진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의 고용 사정은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접근 없이는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다. 더구나 MB 정부 스스로도 자신들의 핵심 정책 패키지인 각종 토목사업과 금융 대형화, 민영화 등이 고용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함으로서, 새로운 정책 어젠다의 발굴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둘, 이른바 '서민중심' 이미지의 극대화

한편 전략회의는 이명박 정부 집권 초기에 경험한 정책적 실패를 이른바 '서민중심 이미지'로 만회해 온 일련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전략회의가 고용 개선을 실질적으로 이끌어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정부는 단기적으로는 정치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촛불시위 국면부터 준비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 '서민중심 정책'은 세금환급, 소득세 인하에서 미소금융 제도, 취업후상환제, 보금자리주택 등의 교육, 주거, 금융 부문의 구체적 정책으로 이어져 왔다.

'서민'들에게 가장 기초적이고도 절박한 과제란 측면에서 볼 때 고용이야말로 '서민중심'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정책의 핵심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에서 내어 놓은 갖가지 고용대책들은 여론 주도층인 중산층에 미치는 효과가 아주 미약했다. 근로장려세제(EITC)를 제외한다면 특별히 제도라 부를 만한 것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고용 부문에 있어 여론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대표 상품'을 만들기 여의치 않은 정부에게 있어, 전략회의는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즉 전략회의는 '서민을 위한 국가적 노력'이라는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데 최고의 방법일 것이다.

앞서 언급한 전략회의의 함의는 고용창출을 위한 대책을 논의함에 있어 각각 장·단기 대응방안의 구분으로 반영되어 있다. 전략적 측면이 강조되는 장기 대책으로는 집권 전부터 강조되어 왔던 서비스 산업 선진화, 노동유연성 제고, 인력양성 구조 재편 등이 핵심적으로 거론되었고, 단기 대책은 희망근로와 인턴제도의 연장, 사회적 일자리, 사회적 기업 지원 등 재정지원 일자리사업의 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럼에도 전략회의가 3차까지 진행되는 과정에서 회의(會議) 자체에 대한 회의(懷疑)가 팽배해지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지난 세 차례의 전략회의가 '새로운 정책'이라 부를만한 것을 내어 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고용전략회의의 문제점

언론이 전략회의를 비판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고용문제 해결을 위한 회의가 고용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만들어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진행된 3차에 걸친 회의를 통해 제시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해결책은 없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일까? 이는 전략회의에 참가하는 구성원을 통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전략회의의 구성은 '국가 고용전략'을 누가 수립하는 것이냐 하는 점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전략회의는 대통령 주재 하에 당·정·청과 연구기관장,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해 비상경제정부의 '벙커회의'를 연상시킨다. 실로 권력집단의 모든 자원이 총동원되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스스로를 '일자리 정부'라 칭하고 이에 맞는 체제를 구축한다는 차원에서 전략회의를 구성한 것이다.

먼저 정부 측에서는 기획재정, 지식경제, 노동 등 경제노동 부처 장관과 교육과학기술, 법무, 행정안전, 보건복지가족 등의 사회 부처 장관 그리고 금융위원장 공정거래위원장과 국무총리실장 및 중소기업청장까지 참가하고 있다. 또한 그 역할이 주목되는 미래기획위원장도 포함된다. 청와대에서는 정책실장, 경제특보, 국정기획수석 사회정책수석, 교육과학문화수석 등이 참여하고, 1차 회의에는 대통령실장도 참가한 바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정책위의장과 서민행복추진본부장이 참여했으며, 한국은행 총재,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등도 참석 대상으로 선정되었고, 이 외에도 민간위원으로 대학교수들이 참여하고 있다.

전략회의는 논의 의제의 발굴, 확정, 추진, 점검, 보완에 이르기까지 일자리 정책의 전 과정을 관리한다는 원칙을 세워둔 상태이다. 그리고 이를 실무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3개 분야별 태스크포스(TF)가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3개 분야는 각각 ▲실물경제 (단장: 기재부 차관) ▲고용·사회안전망 (단장: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교육·인력양성 (단장: 교과부 차관) 분야로 태스크포스에는 정부와 민간전문가가 함께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3개 분야와 각 분야의 단장은 전략회의의 핵심적인 내용이 무엇인가를 반영하고 있다. 자세한 설명 이전에 직관적 판단이 가능하다고 본다. 고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회의에서 노동부의 주도성은 발견되지 않는다. 조세 및 투자와 관련된 경제정책적 수단의 접근이나 특히 고용·사회안전망의 경우 국무총리실이 주관하고 있는데, 이는 5~6월에 제출될 '국가고용전략 보고서'가 국무총리실에서 나올 것임을 짐작케 한다. 실제 고용·사회안전망 태스크포스는 전략회의 구성 이전부터 이미 가동되어 왔다. 해당 태스크포스는 현 정부의 '서민 중심' 이미지 제고를 위해 일찍부터 작업을 해 왔던 것이다.

전략회의의 구성에서 특기할만한 점은 인력 수요자를 대표하는 경제5단체와 인력공급자를 대표하는 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가 참여한다는 점인데, 전략회의를 통해 사용자단체와 사립대학의 요구가 개입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된 셈이다. 전략회의가 기본적으로 사회적 합의의 성격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단체는 전략회의를 자신의 '민원창구'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대교협의 참여는 정부가 고용전략을 대학체제 개편과 연동시키고 싶은 의도를 엿보이게 한다.

이상의 구성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전략회의에는 노동계의 참여가 배제되어 있다. 정부는 '고용전략'의 수립과 집행을 경제적 관점에서 처리할 것이며 사회적 합의의 관점에서 처리하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계를 대표하는 양 노총이 배제되었음은 물론 중립적 위치에 있는 노사정위원회와 관련 분야의 최고 전문 집단이라 할 수 있는 한국노동연구원도 제외되어 있다

전략회의와 5~6월에 발간될 '국가고용전략 보고서'는 상호 밀접한 연관 하에 추진되어야 한다. 전략회의에서 일상적으로 논의되는 내용이 보고서에 담겨야 하고 보고서에서 집대성하는 내용이 전략회의를 통해 무게감을 더해야 하지만, 이런 피드백 과정이 일어나고 있지 않다. 이는 고용문제와 관련해 논의의 대상인 노동계와 피드백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노동연구원이 배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상과 같은 구성으로는 전략회의가 '전략적 차원'의 논의를 수행하기 힘든 한계에 놓여 있다고 보아야 한다. 아래의 표는 지난 3차까지 진행된 전략회의를 정리한 것이다. 1차 회의에서 종합적인 내용이 다루어진 뒤, 2차와 3차 회의에서는 그 틀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특히, 3차 회의에 이르자 전략회의 발표장은 아예 사례 발표장으로 변질되었다.  전략회의에서 전략이 논의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표1] 정부 국가고용전략회의 1차~3차 종합
 [표1] 정부 국가고용전략회의 1차~3차 종합
ⓒ 새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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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고용전략회의'의 개편과 재구성을 역제안하는 것이 어떤가?

현재의 전략회의가 보다 내실있고 말 그대로 '전략적 회의'가 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전향적 자세 변화가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한 명의 최고권력자에 보고하는 식을 벗어나 현재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광범위한 의견을 취합하고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이를 추상화시키며, 다시 구체적인 과제를 찾고 논의하는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정부가 고용전략을 구조적 접근 없이 '노동시장의 활성화'라는 매우 소극적인 시각에서 접근할 경우 앞으로도 전략회의는 임시 방편적인 대책을 반복하는 수준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한편 '국가 고용전략'은 오히려 노동계에 더욱 절박한 의제라 할 수 있다. 현재의 전략회의가 점차 임시 방편 대책으로 흐르고 있다는 사실은 노동배제적인 정부의 입장 전환을 촉구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나, 국민경제의 최대 화두인 '고용전략'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약화되는 더 큰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사회적 총의와 자발성에 기반하지 못할 경우 설혹 국가 고용전략이 수립된다 하더라도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리라는 것은 너무나 명백하다. 이런 점을 직시하여 노동계를 대표하는 양 노총은 '국가 고용전략'의 논의체 개편을 강력히 역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특히 정부가 '국가적 고용전략 계획'을 수립한다고 발표하면서도 계획수립과정에 노사정 위원회는 물론이고 노동계를 대표하는 어떤 단체들도 참여시키지 않고 철저히 정부 부처 중심의 밀실계획으로 진행되고 있어 그 결과가 심각히 우려되고 있고 노동자의 이해관계와 정면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가 고용전략은 최소한 '성장을 통한 고용 확대'라는 패러다임의 폐기에 기반해야 한다. '고용없는 성장'이라는 현상에 대해 어느 누구도 이의를 달지 못한다. 국가 고용전략은 최소한 '고용을 통한 성장'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에 기초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고용을 통한 성장'이라는 총적 방향에 입각하여 고용창출력이 큰 산업에의 공공 투자 확대와 고용 창출형 노동시간 감축, 그리고 이익독점-고용축소 경로에 빠진 대기업-중소기업 관계 재구축을 담아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새사연 이상동 연구센터장과 김수현 경제 연구원이 공동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http://saesayon.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국가고용전략회의#고용확대#중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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