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구경보다 사람 구경 좋아했던돌아가신 할머니는 봄이면 전차 타고세상 구경 하는 거 무척 좋아하셨지.나도 할머니 닮아화창한 봄날에도캄캄한 지하철 타고꽃구경보다 사람 구경무척 좋아하지...할머니 시대에는왜 경로 우대 무료 승차가 없었을까. 용돈 궁한 할머니는 열살짜리 작은 오빠를 일곱살이라고 막무가내로 우기고일곱살짜리 나는 부산 바다보다 더 넓은 아기포대기로 단단히 졸라매 등에 업고그 꽃구경 좋다는 동래 동물원 꽃구경 마다하고 동래 출발전차 타고 덜커덩 덜커덩전차 맨 뒷자리에 앉아 서면 부산진역 부산역 토성동 서대신동 종점까지 북적북적한 전차 탄만물상같은 사람 구경 무척 좋아하셨지. 전차 안에서 웃어른에게 항상 자리 양보 하는학생, 청년 만나면 꼭 어느 집안의 자손이냐고물으셨다가 집에 돌아와아버지와 어머니에게입에 침이 바르도록칭찬 하셨지.꽃구경보다 사람 구경 좋아했던 이산가족의 할머니...봄이 오면 가슴 설레이며분단장 옷단장 하시고북적북적한 전차 타고세상 구경 하는 거 좋아하셨지.혹시나 피난 내려오다 헤어진 이모 고모 삼촌 외삼촌 고향 친구만날 수 있나 해서점심도 굶고 진종일전차만 타고 다니셨지.피는 물보다 진한지나도 어질어질 현기증 날듯아지랑이 모락모락 피는봄이 돌아오면, 꽃구경보다캄캄한 터널 속을 뚫고다니는 지하철 타고꽃보다 아름다운 사람 구경 좋아하지.빙글빙글 인생의 윤회처럼돌고 도는 봄날이 나에게서 몇 번이 지나가나.살아 있어도 남북이가로 막혀 만나지 못한그리운 얼굴 하나 만날 것 같아라.저 누렇게 빛바랜옛날 사진 속의 덜컹거리는 동래 출발서대신동행봄전차 타면…. 덧붙이는 글 | 기사의 사진은, 1915년 11월 1일부터 1968년 5월 20일까지 53년간 부산시민들의 삶과 애환을 싣고 달려온 전차기지(서면)의 터전으로 개항이래 부산항과 동래를 잇는 대중교통의 요충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