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호스피스… 그가
아버지의 늙고 병든 발을 씻어줍니다.
마치 하얀 병실에 걸린
성화 속의 예수님이
그의 제자의 발을 공손히 씻어주듯이…
그가 따뜻한 물이 담긴
놋대야에 *하얀 소금을
얼마간 타서
입으로 간을 보고는
마치 애기의 발처럼
물로 부드럽게 부드럽게 씻어주었습니다.
(... 젊은이 때문에 내 발이 이런 호강을...)
아버지, 그림모양 그에게 두 발을
편안하게 맡기고 몸둘 바 모르는
황송함과…어젯밤까지도
주치의의 간암 말기라는
암담한 진단에, 불안초조,
캄캄했던 온갖 마음들을,
발 아래 다 내려 놓는 듯
두 눈을 지그시 감으셨습니다.
그가 사막의 낙타 같이
휴일도 없이 평생 일을 해서
발바닥이 성경책처럼 두툼해 지고,
노란 황달까지 찾아온
늙고 병든 농부를 위해,
그가 다시 조용 조용
성자처럼 문을 열고 나가더니,
따뜻한 물이 담긴
놋대야에 식초 한 방울 떨구고
텁텁한 흙냄새 나는
농부의 병든 발을
다시 천천히
물 속에 담가 놓고
무릎을 꿇고
오래 씻어주었습니다.
아랫몰 개간밭을
갈아 엎으시다가,
그만 뽀쪽한 돌칼에
아킬레스 근육이 끊어져
스무바늘이나 꿰맨
그 상처의 구석구석까지
오래 오래 씻어 주었습니다.
2.
나는 그저 한폭의 그림을
구경하는 구경꾼처럼
겨울 병동
앙상한 나뭇잎 하나
남아서 흔들리는
창밖만 쳐다보고 서서…
먼 교회당 종소리
아주 먼 듯
가까운 듯
내 안에서 들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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