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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그 자체로 도체입니다."

인간은 그 자체로 도체이다. 바로 전기가 통하는 대상이란 말이다. 사실 인간은 적극적으로 전기를 이용한다. 신경계는 전기적 반응을 이용해서 신호를 보낸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모니터 상부에서 하부로 화면을 눈으로 쭉 훑고 있다면, 즉 안구를 연결하고 있는 근육이 움직이고 있다면 이는 근육에 신경이 전기적 자극을 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글을 독해하는 뇌 또한 뉴런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전지적 자극으로 신호를 전달하고 있다.

과활 둘째 날인 17일 오전 첫 시간에 배정된 '러브미터'는 김세희(23) 선생님이 진행한 프로그램으로 인간의 몸을 전선으로 활용한다. 회로를 조립하면 클립 2개가 양쪽 끝을 이루고 있음을 보게 된다. 그리고 이 클립을 양손으로 잡게 되면 LED 불빛이 깜빡거린다.

중요한 점은 두 사람이 서로 한 쪽 손을 붙잡고 나머지 남는 손으로 클립을 각각 잡으면 LED 불빛의 깜빡거림이 느려진다는 것이다. 전선이 길어지면 저항도 같이 커지는데, 러브미터의 전선에 해당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마찬가지로 저항이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회로는 저항이 커질수록 LED 불빛의 깜빡거리는 횟수가 작아지도록 구성됐다. 손을 맞잡은 사람 수가 증가할수록 LED가 느리게 깜빡거린 이유다.

러브미터 만드는 중 김영은(15) 학생과 정가영(15) 학생이 김세희(23)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러브미터를 만들고 있다.
러브미터 만드는 중김영은(15) 학생과 정가영(15) 학생이 김세희(23)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러브미터를 만들고 있다. ⓒ 이명호

이 프로그램은 둘째 날 아침 첫 시간에 배정됐는데, 학년이 다른 학생들 간에, 서먹한 학생들 간에, 그리고 학생과 선생님 간에 어색함을 없애보고자 기획됐던 프로그램이었다. 애정이 스킨십을 낳기도 하지만, 스킨십이 애정을 낳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실 뇌는 둘 사이의 순서적 인과를 구별할 만큼 영특하지 못하다. 재밌어서 웃기도 하지만, 억지로 웃어보면 재밌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친구들과 손을 맞잡고 러브미터를 사용해 보라고 하면 분명 친한 사이끼리만 손을 잡는다. 그래서 10명 이상과 손을 잡고 사인을 받아오게 했다. 가르쳤던 학생이 15명이니, 10명과 손을 잡게 한다면 웬만큼 서먹하지 않고서야 손을 잡게 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서로 손을 맞잡고 아인슈타인 조의 기세희(22) 선생님과 아이들이 손을 맞잡고 러브미터로 저항을 측정하고 있다.
서로 손을 맞잡고아인슈타인 조의 기세희(22) 선생님과 아이들이 손을 맞잡고 러브미터로 저항을 측정하고 있다. ⓒ 이명호

처음엔 조금 어색해 할거란 예상과는 달리 아이들은 활발하게 서로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내민 손을 웃으면 받아줬다. 물론 개중엔 권은지(15) 학생처럼 먼저 손을 내밀지 않고 혼자서 클립을 쥐고만 있는 학생도 있었지만 내미는 손을 마다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5명이 손을 둘러잡고 러브미터를 측정하기도 했다.

그렇게 손을 맞잡은 기세희(22) 선생님과 그 조원들의 모습은 마치 기도하는 모습 같기도 했다. 아이들의 표정에선 어색함을 찾아볼 수 없고 밝은 웃음만 있었다. 실험 작품으로 자신의 감성을 스스럼없이 표현하는 아이들. 정말 행복한 순간이었다.

"음악을 느껴라!"

과활 넷째 날인 19일에 진행된 '종이컵 스피커' 프로그램은 말 그대로 종이컵으로 스피커를 만드는 수업이다. 이 수업을 통해서 필자가 알게 된 사실은 의외로 스피커를 만들기가 생각보다 쉽다는 것이다. 진동할 수 있는 면만 주어진다면 자석과 전자석을 이용해 스피커를 제작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도 고작 종이컵, 자석, 그리고 에나멜 선이 사용됐을 뿐이다. 이 수업은 김무진(23) 선생님이 담당했다.

종이컵 스피커 설명 김무진(23) 선생님이 삼계중 학생들을 상대로 종이컵 스피커의 원리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종이컵 스피커 설명김무진(23) 선생님이 삼계중 학생들을 상대로 종이컵 스피커의 원리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 이명호

전기력과 자기력은 사실 서로 다른 힘이 아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이 둘을 동일한 실체의 서로 다른 면이라고 인식하는 것이 아직 낯설 뿐이다. 이 둘을 합해 전자기력이라고 하는데, 플레밍의 오른손법칙이니 왼손법칙이니 하는 것도 이 전기력과 자기력의 두 힘이 실은 하나의 힘이었다는 발견에서 파생된 개념이다. 나침반 주위에 전선을 두면 그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이 변하는 실험은 이를 말해준다.

그래서 종이컵 바닥에 자석을 붙이고 자석 주변을 에나멜 선으로 여러 번 감은 필름통을 두면 스피커가 된다. 에나멜 선에 흐르는 전기, 즉 음악 신호가 자기력을 만들어내 종이컵에 붙어있는 자석을 진동시키기 때문이다. 이 진동이 바로 음악 소리를 내게 한다.

종이컵 스피커를 만들어 본 후, 아이들은 저마다 가져온 MP3 플레이어로 음악을 들었다. 사실 음악 소리의 크기는 종이컵에 귀를 매우 밀착시켜야만 들릴 정도로 작았다. 그래서 아이들은 저마다 종이컵에 귀를 기울이고 음악 소리를 듣기 위해 애썼다.

스피커 제작이 완료된 후에 음악 듣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그 자리에서 포토제닉 콘테스트를 열었다. 이는 실험 결과물로 재미있게 놀아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된 구성이었다. '셀카'란 말의 조어에서 알 수 있듯이 요즘 세대는 사진 찍히는데 거부감이 없다. 그래서 저마다 자연스런 포즈로 자신이 만든 종이컵 스피커를 듣는 모습을 연출했다.

특히 김영은(15) 학생의 사진은 이날의 포토제닉으로 선정됐는데, 사진에 찍힌 모습은 마치 음악을 온 몸으로 느끼는 듯했다. 이날 포토제닉으로 선정된 영은 학생은 이 덕분에 마지막 날 시상식에서 'Feel 충만 상'을 받았다.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이런 종류의 맞춤 상이 돌아갔는데, 영은 학생이 받은 상도 과활 동안에 우리가 관찰한 모습을 바탕으로 수여한 상 중의 하나였다.

Feel 충만! 삼계중 김영은(15) 학생이 종이컵 스피커에서 들리는 음악을 feel 충만하게 듣고 있다.
Feel 충만!삼계중 김영은(15) 학생이 종이컵 스피커에서 들리는 음악을 feel 충만하게 듣고 있다. ⓒ 이명호

영은 학생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아이들이 종이컵 스피커로 들리는 음악의 느낌을 충분히 표현해줬다. 이렇게 과학 실험의 결과물로 자신의 감성을 표현해내는 아이들의 모습은 4박 5일 동안 우리가 지치지 않고 과활을 하게 한 원동력 중의 하나였다.

삼계중 학생들은 아직 감성을 꾸밈없이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시기의 아이들이기에 우리를 더욱 들뜨게 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이런 경험을 통해서 과학을 새로운 감성으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봤다. 그 동안의 과학에 대한 무관심이 긍정적 감성으로 바뀐다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참 기대되는 질문이다.


#과활#전북7팀#삼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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