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나라당내에서 세종시논란과 관련하여 친이와 친박간의 싸움이 한마디로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최근에 이 양 계파의 싸움을 보고 있노라니 살아있는 현재의 권력과 미래의 권력이 얼마나 무섭게 싸우고 있는지 실감하게 된다.

사실, 이의 싸움은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고, 지난 2007년 대선때부터 이미 예고된 싸움이었다는 사실은 웬만한 국민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일진대 그 시기가 언제일까가 관건이었던 것 같다.

즉,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내 대선후보경쟁이 후끈 달아 올랐을 때 박근혜 전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의 BBK문제를 가지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고, 실제 당원투표에서는 이기고 여론조사에서는 졌기 때문에 현재의 이명박 대통령 자리에 자신이 있어야 한다는 아쉬움은 두고 두고 남을 것이다.

사실, 제3자인 필자가 보기에도 박근혜 전 대표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이른바 메이저언론이라는 '조중동'신문이 BBK문제에 대하여 거의 하나같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박근혜 전 대표는 이때 소위 메이저언론이라는 '조중동'에 대하여 상당히 서운한 느낌을 가졌던 것으로 느끼는데, 서운했다는 보도를 가끔 보기도 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은 이미 과거지사일 뿐이며, 엄연히 현재의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이다. 즉, 과거야 어찌됐던 역사는 승리한 자를 위주로 기록되기 때문에 현재는 모든 역사가 이명박 대통령 위주로 흘러간다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갈등의 씨앗이 이미 잉태되어 있다가 지금 그 갈등이 태어나는 시점에서 산고의 고통으로 나타나는 듯하다. 아니 어쩌면 조금 빠른 감이 있기는 하다.

즉, 보통은 대통령 임기를 1년 내지 1년 반 정도를 남기고 레임덕이 시작되면서 나타나는 것이 일반 현상인데 이번의 경우에는 조금 더 일찍 나타났다는 것이 일반 견해인 것 같다.

그런데, 이러한 원인을 분석해보면 모든 원인은 이명박 대통령의 조급함에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즉,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난 이후 당선자 시절에 청와대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예방해서 한 말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에 최선을 다해서 모범을 보이겠다"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것을 전직 청와대 비서관들로부터 들었고, 각종 기사에서도 보도가 되었다.

그런데, 막상 이명박 대통령이 되고 난 다음에 어찌 하였을까?

노무현 대통령이 재직시에 남긴 각종 서류들을 보게 할 수 있는 전용선을 봉하마을까지 깔아달라고 했는데 이를 받아주지 않았다. 자료를 빼돌렸다고 하여 검찰조사가 이뤄졌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필자가 생각하기론 '살아 있는 권력보다 지나간 권력이 더 인기가 있는 형국' 때문이었던 듯하다.

그런데, 지금 친이, 친박의 싸움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역시 비슷한 개념을 도입하여 보면 '살아있는 권력과 다가올 미래의 권력'간의 싸움이라는 데에 있다. 즉, 이명박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표가 지속적으로 38~40%에 이르는 차기 대선후보의 고정지지율이 나타나면서 자연스럽게 아직도 3년이나 남은 대통령직수행에 있어서 힘의 중심이 자연스럽게 박근혜 전 대표쪽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어서 이를 방치했다가는 대통령직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는지도 모른다.

몇 달 전에 각종 언론에서 보도된 기사 내용 중에 '국회의원들이 낮에는 친이계, 밤에는 친박계'라는 말이 나와도 자연스럽게 원래 그러려니 했던 상황들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뜩이나 광우병쇠고기로 집권초반기에 지지율 10% 미만이라는 쓴맛을 봤던 이명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남은 3년을 정상적으로 마치고, 차기정권재창출을 하려면 지금 권력이 살아 있을 때 손을 봐야 하는 시점으로 생각했는지 모른다.

문제는 정권의 재창출이라는 측면에 있어서 한나라당 재창출도 중요하지만, '이명박계 정권재창출 성공'을 염두에 두면서 조급함과 무리수가 나온 것 같이 보인다.

지금 한나라당은 사실상 분당상태다.

그에 대하여 과연 누가 부정을 할 것인가?

아니, 분당상태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차라리 지금처럼 서로 헐뜯고 싸울 바에 차라리 분당을 하는 게 낫다.

그 이유는 정권을 가진 쪽에서는 그에 걸맞게 어떠한 일을 하고 싶어하고, 그에 맞는 책임을 져야 하며, 그에 걸맞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현재 한나라당 친이계, 친박계 시스템으로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동거 형태로 '강건너 불구경, 또는 '소 닭보듯이'라는 속담이 정말로 제격이라는 느낌이다.

즉, 한쪽에서는 책임질 일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또 한쪽에서는 상대방측에서 한 일에 대하여 억울하게 시쳇말로 '도매금으로 넘어가기는 싫은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싸움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현재 상황으로는 이명박 대통령도, 박근혜 전 대표도 이길 수 없는 구도라는 데에 거의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즉, 이명박 대통령은 칼을 뽑았으면 아무 성과 없이 칼을 도로 집어넣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며, 그렇다고 박근혜 전 대표도 지난번 미디어법을 처리할 때처럼 반대하다가 갑자기 의사를 번복해버리면 본인이 그렇게 말해온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에 자기모순에 빠지기 때문이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이나, 박근혜 전 대표 누구도 이 싸움에서 승리를 할 수가 없다. 그 이유는 표면적으로 나타난 세종시에 대한 원안 고수 또는 수정안 채택이 두 계파 어느 누구에게도 승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싸움을 지켜보는 제3자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어이없기는 마찬가지인 것이 제대로 품격을 갖추어서 규정과 룰을 만들어 놓고 싸워야지 진짜로 지켜보는 재미라도 있을 것인데 당사자들의 토론보다는 막말이 앞서는 과정을 보면서 우선 눈쌀부터 찌푸리게 되는 것이다.

정말로 지금 정부여당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친이, 친박계의 싸움이 싸움이 아니라 토론의 과정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서로 최소한의 품격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나중에 그 결과에 대하여 서로에게 인정을 하라고 권유하고 또 인정을 할 것이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