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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탄압, 부자 중심의 세제 개혁, 4대강 죽이기, 미디어 악법, 시국선언 교사 징계 등 이명박 정부 2년의 모습은 몹시 일그러져 있습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학술단체협의회(학단협), 전국교수노동조합(교수노조) 등이 이명박 정부 출범 3년째를 맞아, 기획 백서를 발간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 백서를 기반으로 해 노동, 시민권, 사회·복지, 환경과 건강, 언론, 교육·학문 등 각 주제별로 이명박 정부 행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1987년 6월의 민주항쟁 이후부터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 출범까지의 한국사회 발전은 크게 보아 '민주화와 자유화의 중첩'에 의해 특징져진다. 그런데 이 중첩이 본격적으로 이뤄진 시기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시기이고, 그 이전의 시기는 이행기적·과도기적 국면으로서 의의를 지닌다.

'민주화와 자유화의 중첩'은 형식적, 정치적 민주주의가 진전하는 가운데 실질적, 사회·경제적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역설적인 과정을 만들어냈다. 이 과정은 밑으로부터 분출되어 나온 노동자·민중투쟁에 힘입어 힘들게나마 진전해 온 실질적,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크게 후퇴시켰다. 실질적,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의 후퇴는 다시 그간 진전되어온 형식적, 정치적 민주주의의 형해화(形骸化)·공동화(空洞化)를 초래했고, 절차적, 정치적 민주주의의 더 많은 진전을 방해했다.

사회양극화의 심화, 민생파탄 등은 자유주의 개혁정권에 대한 광범위한 민심이반을 불러일으켰는데, 이를 배경으로 '경제 살리기'와 '민생회복' 등을 앞세운 이명박이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

이명박 정부 2년, '민주주의의 전반적 후퇴'

그런데 2010년 2월 25일로 집권 3년째에 들어간 이명박 정부하에서 이뤄진 한국사회의 변화는 한마디로 '형식적, 정치적 민주주의와 실질적,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의 동시적 후퇴' 내지 '민주주의의 전반적 후퇴'에 의해 특징져진다. 

이명박은 집권하자마자 기업법인세를 감세하고 종부세를 폐지하는 등 기업과 강남 땅 부자 중심의 부유층의 환호를 받아내는 친기업·친부자층 정책을 적극 밀어붙였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미국의 요구를 모조리 수용한 한미쇠고기협상을 서둘러 체결함에 따라 집권 초기에 광범위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쳐야만 했었다.

정부는 이런 저항에 대해 애초에는 유화적 태도를 취했지만, 나중에는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데도 촛불정국에서 흔들리기 시작한, 유권자의 30%선에 달하는 보수층의 확고한 지지를 받아내기 위해 국민들의 재협상 요구를 끝내 거부하고 강경탄압책을 강구했다.

절차적, 정치적 민주주의를 크게 후퇴시키는 이런 강경탄압책의 강구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데, 이로 말미암아 이명박 정부하에서 국가의 '경찰국가화' 내지 '공안국가화'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일상적이고 정상적인 국가현상이 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지극히 보수적인 신자유주의 공세는 당연히 다수 대중의 불만을 증대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국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을 막아준 것은 역설적으로 2007년 말 비우량주택담보대출(subprime mortgage) 위기로 시작한 미국의 금융위기가 급기야 세계경제위기로 발전하고, 2008년 말부터는 한국경제 역시 그 위기의 한 복판에 빠져든 것이었다. 정부가 변명할 구실이 생긴 것이다.

또 여러 유리한 조건들에 힘입어 한국경제가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인 것도 국민들의 불만을 일정하게 잠재우는 데에 이바지했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는 경제위기가 지속되는 와중에 이른바 '친서민 중도실용정책'을 내세우면서 몇 가지 곁가지적인 대책들을 강구하는 동시에 친서민적인 제스처를 취했는데, 대다수의 국민들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명박의 그런 정책에 일말의 기대를 보이는 양상도 생겨났다.

그 결과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가 30%선에서 50%선으로 올라가는 현상이 발생했고, 그 현상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하에서 한국의 민주주의는 전면적으로 후퇴하고 있고, 형식적, 정치적 민주주의의 후퇴와 실질적,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의 후퇴가 서로 상승작용을 하면서 동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때문에, 만일 보수 세력이 차기 정권을 다시 차지하거나 장기 집권하는 사태가 생겨난다면,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는 형식적, 정치적 민주주의의 측면에서도, 실질적,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의 측면에서도 어둡기 그지없다.

여기서 보수 세력이 차기 정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과연 있는지가 질문으로 떠오른다.

'수도권 대 지방' 신지역주의적 대결

이 문제와 관련하여 먼저 주목해야 할 점은 '수도권 대 지방' 대립구도가 만들어내고 있는 신(新)지역주의가 '경상도 대 전라도' 대립구도를 중심으로 형성되어온 구(舊)지역주의를 점차 압도하는 경향이 생기고 있고, 현재 국론을 분열시키는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세종시 문제'가 크게 보아 수도권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수도권 지역주의와 그간 수도권에 빼앗긴 지방의 이익을 되찾으려는 지방 지역주의가 가장 첨예하게 맞부딪치는 신지역주의적 대결의 집약점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싸움에서 박근혜가 지방 지역주의의 맹주로 부상하고 있는 반면, 이명박이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도권 신지역주의의 진정한 대변자로 부상하고 있다. 차기 대선에서도 신지역주의를 둘러싼 문제가 선거의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대선은 둘 다 보수세력인, 지방 지역주의의 대변자인 박근혜와 수도권 지역주의의 대변자인 친MB인사와의 대결로 집약되지 않을 수 없다.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한국의 정치지형은 보수 양대 세력이 주도하는 구도로 변모하고, 현재의 민주당은 명실상부하게 제3당으로 추락하고 말 것이다.

그렇지만, 민주당의 제3당으로의 추락은 사실은 현재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민주당이 신자유주의 노선을, 그것도 노무현 정부의 그것보다도 더 우경화된 신자유주의노선을 고수함으로 말미암아 그 노선이 불러일으킨 민생파탄을 치유하고, 그간 후퇴되어온 실질적,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다시 전진시킬 아무런 적극적인 방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데에 있다.

그러다보니 대여투쟁을 조직함에 있어 이슈를 선점하고 정국을 주도하는 투쟁도, 국민대중의 광범위한 호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위력 있는 투쟁도 제대로 조직해 낼 능력조차 상실해 버렸다. 나아가 정세적으로 제기되는 중요한 이슈들에 대해서도 진정성 있는 투쟁을 조직하지 못했다.

미디어관련법 투쟁은 박근혜의 말 한 마디에 동력을 스스로 접어버렸고, 4대강 정부사업 반대운동도 립 서비스 차원의 반대운동으로 전개하고 있을 뿐이다. 또 그런 자세로 일관하다보니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보수세력의 양대 분파 간의 싸움의 소재가 되도록 방조했고, 그 결과 민주당은 이제 그들이 벌이는 싸움의 구경꾼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민주당은 실질적으로 이미 제3당이 되어버렸다.

'제2의 촛불'이 두려운 이명박 정부

그런데 한국 민주주의의 진전을 위해서는 반MB대연합의 형성이 요구된다. 그러나 '민주회복'만을 앞세우는 반MB대연합으로는 아무런 희망이 없다. 그 연합은 신자유주의 반대, 실질적,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의 쟁취를 핵심과제로 삼는 연합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그 연합에 진보의 숨결을 불어넣을 수 있는 진보세력의 연합된 힘과 개입력이 있어야 한다.

나아가 그런 진보를 수용할 수 있는,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자유주의 세력의 일대 혁신이 요구된다. 그런 혁신을 기대할 수 없다면, 진보세력은 자유주의 세력과 동반 자살하는 길이 될 반MB대연합의 형성에 연연하기보다는 차라리 그들과 결별하고 비록 힘들지라도 독자적 발전의 길을 찾아나서야 할 것이다.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는 어둡다. 그러나 우리는 한국사회가 억압과 탄압 속에서도 고비마다 밑으로부터의 저항이 눈부시게 터져 나온 사회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사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에 있었던 촛불시위는 비록 현재는 잠잠해졌지만 어떤 계기가 주어진다면 그런 저항이 언제든지 다시 터져 나올 수 있음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공안 통치에 골몰하는 이유도 바로 언제 다시 저항의 횃불을 들고 나올지 모르는 '대중에 대한 공포'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정치세력들의 움직임과 관련해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지만, 이 비관적 전망을 일거에 일소시킬, 잠재되어 있는 대중의 민주적 역능에 대한 믿음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비록 많은 난관들이 존재할지라도 우리가 우리 사회의 진보와 민주변혁을 위해 최선을 다해 활동해야 할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덧붙이는 글 | 김세균씨는 서울대(정치학) 교수이며, 민교협 비상임공동의장을 맡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촛불시위#신지역주의#세종시#반MB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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