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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부의 미래>에서 미래의 부를 결정하는 세 가지 요소로 '시간, 공간, 지식'을 얘기했다. 그 중에서도 '지식'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21C 지식 노동자의 시대를 예고했다.

 

자신만의 차별화된 지식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대표적인 지식 노동자가 바로 작가다. 예전에는 문학(소설, 시, 에세이 등) 분야의 비중이 컸기 때문에 특별한 능력이 있는 사람만 작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최근에 비문학(자기계발, 경제경영, 실용서적 등) 분야가 성장하면서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실제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책쓰기나 작가되기를 주제로 운영되는 커뮤니티도 상당히 많다. 그런데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다는 말 속에는 '아무나 작가가 될 수는 없다'라는 말도 포함되어 있다. 필자의 예를 통해 평범한 사람이 작가(비문학 분야)가 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필자는 초등학교 때 책을 좋아하는 어린이어서 방바닥에 항상 책이 굴러다녔고, 어린이 대백과를 청테이프를 붙여가면서 즐겨 봤었다(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자식들을 위해 책 사는 돈은 아끼지 않으셨던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중학교 때는 여느 학생과 마찬가지로 학교 공부에 충실하느라 교과서와 참고서 외에는 책을 읽은 기억이 별로 없다. 고등학교 때는 대입 학력고사 언어영역을 대비하기 위해 국내 유명작가들의 단편소설 같은 추천 필독서를 몇 권 읽은 것이 전부다.   

 

대학교에 입학 해서는 뒤늦게 찾아온 사춘기를 겪느라 주말이면 배낭을 메고 전국의 국립공원을 찾아 다녔다. 군대를 다녀온 후에 정신을 조금 차리고 국토순례, 봉사활동, 서클활동 등에 참여를 하면서 졸업 후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방대학 법학과를 졸업하고 고시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지 않는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회사는 없었다. 서울에서 자취하는 동생 집에 머물면서 입사지원서를 내고 면접을 보러 다녔지만 불합격 소식만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1년이 넘게 백수생활을 하다가 그 당시 한창 열풍이 불었던 '아이러브 스쿨' 동창모임을 통해 한 대학선배님을 알게 되었고, 그 분의 추천으로 신용카드 영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 '서비스' 분야의 매력을 느꼈던 터라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자세로 열심히 일했다. 그 후 바텐더, 웨이터, 대형할인마트 보안팀장 등 다양한 고객 접점의 서비스 현장에서 경험을 쌓던 중에 '서비스 강사'라는 교육 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교육을 하려면 많은 지식과 정보, 경험이 필요하다. 그래서 책과 인터넷 검색을 통해 '서비스' 분야의 지식과 정보를 닥치는 대로 모아서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나름대로 정리된 지식이 쌓이게 되었고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군데 출판사 담당자를 찾아가 허접한 원고 기획안을 보여드렸더니 출판하기 힘들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인 서비스 강사로 활동하려 했지만 서른이 넘은 남자 강사를 찾는 곳은 없었다. 그래서 '서비스' 말고 다른 교육 일을 찾다가 한 기업의 사업설명회를 통해 '학습법'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만나게 되었다. 현장 경험을 쌓기 위해 독서토론 지도사, 학습 매니저, 학습 컨설턴트 등 관련 분야에서 몇 년간 열심히 일했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책을 내겠다는 꿈을 이루려는 노력은 계속했다. 우선 글을 많이 쓰기 위해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고, 객관성과 유익함을 검증받을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오마이뉴스'를 알게 되었다. 2004년부터 틈틈이 써서 올린 글이 50편 정도 되자 이 글을 모아서 책을 내고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다행히 2007년에 한 권, 2008년에 2권의 책을 냈던 터라 출판사에 제안을 하기가 어렵지는 않았다.

 

2009년 초에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칼럼과 평소에 써두었던 글을 모아서 'PUMP UP : 끊임없이 동기 불어넣기'라는 자기계발서가 출간되었다. 그런데 기존에 나왔던 3권의 책과는 달리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독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평이벤트의 후기에는 참으로 내용이 좋다는 얘기가 많았지만 책은 거의 나가지 않았다. 그 후 4권의 책을 더 내고 1년이 지나서야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알게 되었다.

 

책이 나올려면 3가지가 갖춰져야 한다. 우선 작가가 좋은 원고를 갖고 있어야 하고, 둘째, 출판사가 그 원고로 책을 내고 싶은 생각이 있어야 하며, 셋째, 책이 나왔을 때 읽어줄 독자가 있어야 한다. 베스트셀러가 되려면 추가로 3가지가 갖춰져야 한다. 우선 컨텐츠의 내용(독창성)이 훌륭해야 하고, 둘째, 표현력(문체)이 뛰어나야 하며, 셋째, 작가의 브랜드(커리어)가 강해야 한다. 또한 서점에서 구매력을 높이는 3가지 요소도 고려해야 한다. 우선 책의 제목과 부제, 슬로건을 보면 '기획력'을 알 수 있고, 둘째, 책의 목차를 보면 '구성력'을 알 수 있으며, 셋째, 머리말과 맺음말을 보면 '요약력'을 알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필자의 첫 번째 자기계발서 '펌프 업'은 콘텐츠(500권의 명저와 100번의 명강의 핵심이 녹아있다)는 좋지만 표현력과 브랜드, 기획력과 구성력, 요약력 등에서 부족한 점이 많았다. 이제 책을 내고 명작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요소는 모두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것일까?

 

일단 가장 중요한 콘텐츠는 확보되었다. 오마이뉴스에 글이 실렸다는 것 자체가 객관성과 유익함을 담보하기 때문이다. 표현력을 갖추려면 다른 베스트셀러 작가의 책을 많이 읽고 필사(베껴쓰기)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문체로 글쓰는 연습을 하면된다. 브랜드를 갖추려면 온리 원이 될 수 있는 분야를 정한 후에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등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동원해 다양한 활동을 해야 한다(인터넷 커뮤니티나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이 좋다). 

 

기획력을 갖추려면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서 책의 제목을 집중적으로 분석하면 된다. 구성력을 갖추려면 베스트셀러의 목차를 분석하면서 내가 쓴 글들을 요리조리 꿰어보고 맞춰보면 된다. 요약력을 갖추려면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들은 후에 핵심 내용을 중심으로 요약(서머리)을 해보면 된다.

 

오마이뉴스 글 한편은 몇 천원의 가치가 있지만 책에 실린 글 한편은 몇 만원~몇 백만원의 가치가 있다. 똑 같은 상품도 어떤 브랜드로 어떻게 포장되느냐에 따라서 상품의 가치가 달라지듯이 똑 같은 글도 베스트셀러 책에 실리면 엄청난 가치를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혼자 책을 쓰기 힘들다면 여러 사람이 모여서 공동 작업을 해도 된다. 2010년 말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출신의 베스트셀러 작가를 많이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몰랐던 비밀을 알게 되었기에...

덧붙이는 글 | 작가와 강사에 관한 생생한 스토리는 오마이 블로그(http://blog.ohmynews.com/aircong) ‘책쓰고 강의하며’ 카테고리의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칼럼#책쓰기#작가#베스트셀러#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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