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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홀 사진 / 텅 빈 놀이터 놀이터는 있는데 아이들이 없다.
핀홀 사진 / 텅 빈 놀이터놀이터는 있는데 아이들이 없다. ⓒ 김민수

 

아직 한 겨울 추위가 남아있긴 하지만, 햇살이 제법 따스한 날 도시의 공원에 있는 놀이터 입니다. 이런 날이면 제법 아이들이 놀러올만도 한데, 보시다시피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개학을 한 탓도 있겠지만, 학교와 학원을 오가느라 아이들이 놀이터에 나올 시간이 없는 것이지요. 땀을 흘리며 뛰어노는 것보다 차라리 PC방에 가서 부모님 눈치 안보고 게임이나 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도 많은 탓이구요.

 

아니, 놀이터에서 옥자지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야 정상이었는데 요즘은 대낮에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이 오히려 이상해 보이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시험성적으로 모든 것이 평가되는 세상, 일등만 살아남는 세상인데 아이들이 놀이터에 나와 땀 흘리며 뛰어노는 것을 "잘했다!" 할 수 있는 부모가 얼마나 될까요? 그렇게 놀이터에서 놀고 들어오면 "네 경쟁자는 지금 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하며 꾸중을 하겠지요.

 

그렇게 남들하는 것처럼 똑같이, 남들이 하니까 우리 아이도 해야한다고 허리띠 졸라매면 될줄 알았는데 허탈한 결과를 맞이하는 이들이 더 많습니다.

 

핀홀 사진 / 놀이터 그래도 한 둘이 잠시 들렀다가 갑니다.
핀홀 사진 / 놀이터그래도 한 둘이 잠시 들렀다가 갑니다. ⓒ 김민수

 

두어 명의 아이들이 놀이터에 놀러왔습니다.

 

어릴적 미끄럼틀을 앉아서 내려오면 재미가 없으니 서서 내러오곤 했습니다. 계단으로 올라가면 재미가 없으니까 미끄럼틀을 역주행해서 뛰어올라가곤 했습니다. 어쩌면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본능적으로 규칙에 대한 일탈본능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남들이 노는 대로 놀면 재미가 없으니 뭔가 특별한 것을 추구하는 것이지요.

 

그 아이들도 그랬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10분도 안 되어 공원 앞으로 온 노란 학원차가 아이들을 삼켜버렸습니다. 학원차를 기다리는 동안, 놀이터에 들렀던 것입니다. 아이들을 삼킨 노란차는 노선버스보다 더 자주 동네를 오가며 아이들을 삼켰다가 뱉어내곤 합니다. 그리고 이내 아이들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비슷비슷해져서 마침내 놀줄 모르는 공부기계가 됩니다.

 

얼굴모양의 다름 만큼이나 다양한 아이들을 똑같은 시험문제로 평가하고 줄을 세운다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일입니다. 창의성을 개발하고, 자기안에 있는 능력을 발견하게 하는 교육이 아니라 그냥 공부하는 기계로 만드는 교육입니다.

 

게다가 그런 과정에서 사교육 시장으로 아이들을 내몰아 그 모든 비용을 부모에게 전가시키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기꺼이 아이들을 위해서(?), 그 모든 것을 감당하는 대한민국의 부모들은 정말 대단한 부모들입니다.

 

핀홀 사진 / 놀이터 텅 빈 놀이터, 날이 풀리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해 질까?
핀홀 사진 / 놀이터텅 빈 놀이터, 날이 풀리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해 질까? ⓒ 김민수

 

나도 그런 부모 중 하나입니다. 그렇게 그렇게 키워 대학생이 되면 끝나나 했는데 산 넘어 산입니다. 아니, 그렇게 피터지게 공부한 결과가 겨우 졸업을 해도 취업조차도 보장이 안되는 대학생이 된 것입니다. 잘못하다가는 졸업을 하고 사회생활을 하기도 전에 신용불량자가 될 수도 있는 합법적인 제도를 만들어 대부업자들 배만 불려주는 좋은 제도를 가지고 있는 나라입니다.

 

대학경쟁력이 세계 대학과 비교했을 때 하위권이면, 등록금도 그래야 할터인데 등록금은 상위권입니다. 좋은 것은 하위권에 머물고 나쁜 것은 상위권에 랭킹되는 일을 자주 접하다보니 아무거나 일단 일등을 하고 보자고 작정을 한 것 같습니다.

 

놀이터는 텅 비어 있습니다. 학원은 배짱을 부리며 어느 정도 수준이 되는 학생이 아니면 받지 않겠다 하고, 우열반을 당연한 것처럼 여깁니다. 부모들은 학원 우수반에 들어가면 곧 좋은 대학을 보장받은 것처럼 좋아합니다. 정말, 뭐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텅 빈 놀이터,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성적 올리는 비법을 배우기 위해 학원에 갔습니다. 요즘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은 좀 이상한 아이들입니다. 학원도 안다니고, 이상한 아이들입니다.


#놀이터#핀홀 사진#사교육#공교육#대학등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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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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