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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의 삶이 고단하고 힘겨울수록 사람들은 드라마 속 캔디형 캐릭터에 매력을 느낀다. 괴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형 주인공이 온갖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고 끝내는 꿈을 이루고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것은 비록 드라마 속 이야기일지라도 사람들에게 작은 위안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캔디형 캐릭터가 전달하는 희망 메시지를 담은 KBS 1TV 새 일일드라마 <바람 불어 좋은날>(매주 월~금 저녁 8시25분 방송)의 제작보고회가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임페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주인공 김소은, 진이한을 비롯한 남녀 주·조연배우 9명이 참석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다른 내용이 많이 발견되지만 <바람 불어 좋은날>은 기본적으로 재작년 큰 인기를 끌었던 KBS 1TV 일일드라마 <너는 내 운명>과 비슷한 드라마다.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 위해 시골에서 홀로 상경한 권오복(김소은 분)이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해 찜질방을 전전하다 장대한(진이한 분)을 만나게 되고, 이런저런 일을 계기로 그와 얽히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은 전형적인 패턴을 밟고 있다.

 

드라마의 연출을 맡은 이덕진 감독은 <너는 내 운명>과의 유사성을 묻는 질문에 "기본적으로 <너는 내 운명>의 장새벽과 <바람 불어 좋은날>의 권오복은 캔디형 캐릭터라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며 "다른 점이 있다면 살아가는 방식에 있어서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미움을 사랑으로 승화시키는, 그래서 19살 어린 소녀가 대가족의 맏며느리로 살아가게 되는 부분들. 이런 것들이 차이점이다"고 덧붙였다.

 

20살 나이차를 뛰어넘는 러브스토리, 가능할까?

 

<바람 불어 좋은날>에는 주인공 권오복과 장대한 커플 외에도 많은 러브라인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건 역시 이강희(김미숙 분)과 장민국(이현진 분)의 애정전선. 극중 사제지간으로 나오는 이 둘은 20년이라는 나이차를 극복하고 사랑을 싹틔우는 다소 파격적인 설정으로 많은 기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20살의 나이차, 사제지간이었던 관계, 이 모든 걸 극복한 사랑이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김미숙은 "정확히는 20살이 아니고 19살 차이다(웃음)"며 "개인적으로 밑으로 10살까지는 커버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나이차가 확 나니까, 정말 이걸 사랑이라고 말하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용인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대답했다.

 

김미숙은 이어서 "이 역할을 하기로 마음먹은 데에는 파트너인 이현진씨와의 인연이 큰 도움이 됐다"며 "몇 해 전 드라마 촬영을 하고 있는데 같은 장소에서 다른 촬영을 하고 있던 현진씨가 찾아와 인사를 건네더라. 그런데 그 자리에서 내가 자신의 이상형이라고 말해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런 추억이 있었기에, 상대 배역이 현진씨라는 이야기를 듣고 큰 망설임 없이 작품을 선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미숙의 이상형 발언에 이현진은 순간 당황했는지 멋쩍게 웃으며 물을 마시고는 손으로 부채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평소 작품에서 김미숙 선배님을 뵈면서 참 지적이고 멋진 분이라는 생각을 해왔다"며 "우연한 기회에 뵐 기회가 있어 그렇게 인사를 드렸던 건데,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사람 인연이라는 게 신기한 것 같다. 사실 나 역시도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쉽게 배역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소은 "한강 입수신... <1박2일> 방불케 했죠"

 

시사회에서 보여준 1, 2회의 하이라이트 영상에서는 주인공 김소은의 한강 입수신이 화제가 됐다. 하얀 입김이 사정없이 내뿜어지는 영하의 추운 날씨에 한강 입수라니, 기자들의 질문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지사. 질문을 받은 김소은은 그 때의 기억이 되살아나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답했다.

 

"처음 대본을 받고 그 부분을 읽었을 땐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촬영일이 기다려지기도 했죠. 근데 날씨가 작년 이맘 때에 비해 정말 비교할 수도 없이 추워진 거예요. 영하 12도쯤 됐나. 게다가 눈도 많이 왔죠. 한강이 얼어있었죠. 촬영이 미뤄지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는데 감독님께서 완강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얼음 깨고 입수했죠. 완전히 <1박2일>을 방불케 했다니까요.(웃음)"

 

현재 30%가 넘는 시청률로 동시간대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다함께 차차차>의 후속작이라는 상황, 첫 주연, 게다가 홀로 극을 이끌어나가야 하는 원톱 드라마라는 점 등은 이제 20살을 갓 넘긴 어린 여배우에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부담스럽지 않느냐고 묻는 게 우문일 정도. 하지만 김소은은 차분하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부담스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아무래도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내가 과연 잘해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 다행이도 주변 분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그럭저럭 잘 헤쳐 나가고 있어요. 파트너인 이한 오빠와 호흡도 잘 맞아서 재밌게 촬영하고 있고, 감독님께서도 많이 가르쳐주시죠. 아직까진 많이 배운다기보다는 혼나고 있는 수준이지만요.(웃음)"

 

김소은에게도 라이벌로 생각되는 연기자가 있을까? <지붕 뚫고 하이킥>을 통해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신세경이나 일찌감치 연기자로 자리매김한 고아라는 모두 김소은 또래의 연기자들이다. 이들을 비롯한 여러 또래 연기자 중 라이벌 의식을 느끼는 사람은 없느냐는 질문에 김소은은 깔깔 웃으며 말했다.

 

"그 친구(신세경)가 제 대학 후배예요. 중앙대 연극영화학과 한 학년 후배죠. 그래서 라이벌이라고는 생각 안해요. 어찌됐건 후배이기 때문에…. 저희 과가 선후배 관계가 철저하니까요.(웃음) 오히려 같은 학교 동문끼리 잘 되니까 좋은 것 같아요. 박신혜, 김범, 고아라가 제 동기인데 다들 활발하고 활동하고 있고, 신세경씨랑 김수현씨는 후배인데, 그 친구들도 잘 돼서 기분 좋아요."

 

강지섭 "멜로 연기 힘들어... 개성 있는 캐릭터가 좋다"

 

전작 <결혼 못하는 남자>에서는 18살의 나이차가 나는 지진희와 호흡을 맞춘 김소은은 이번 작품에서도 11살 나이차의 진이한과 같이 연기하게 됐다. 나이차에서 오는 세대차이나 어려움은 없었을까?

 

"오빠가 워낙 동안이라 처음에 나이를 잘 몰랐을 땐 그런 걱정 같은 게 없었죠. 오빠 나이를 알게 되고 나서는 아무래도 나이차가 10살이 넘어가니까, 그런 세대차이가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이도 그런 건 없었어요. 오빠가 저한테 맞춰주느라 노력하시는 건지는 몰라도 신세대 같고, 나이차를 잘 못 느끼겠어요."

 

꿋꿋한 캔디형 여주인공에게는 겉으론 까칠한 척 굴어도 은근히 챙길 건 다 챙겨주는 까칠완소남이 제격. 김소은과 호흡을 맞추는 진이한이 연기한 장대한 역시 까칠완소남 부류다. 장대한 같은 남자를 실제로 만난다면 어떻겠느냐는 질문에 김소은은 단번에 싫다고 딱 잘라 말한다.

 

"까칠한 남자, 소위 나쁜 남자는 별로예요. 나쁜 남자보다는 착한 남자가 좋아요. 그렇지만 장대한이란 인물이 그렇게 나쁘거나 무뚝뚝하기만 한 남자는 아니에요. 겉으론 그래보일지 몰라도 속에는 따뜻한 면도 존재하고, 극이 전개되면서 그런 면이 부각된다면 오복이도 대한을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 해요."

 

극중에서 바람둥이 재벌 2세 역할을 맡은 강지섭은 개성 있는 연기를 펼치기로 유명한 배우이다. <하늘이시여>에서의 간드러지는 목소리 연기와 <태양의 여자>에서의 악역 연기, <두 아내>에서 보여준 짙은 멜로 연기까지, 어느 하나 평범한 역할이 없었다. 가장 자신에게 어울리는 배역은 어떤 것인지 묻자 강지섭은 "평범한 연기나 캐릭터보다 톡톡 튀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가 더 잘 맞는다"고 대답했다.

 

"개성 있는 배역, 캐릭터를 연기하는 걸 좋아해요. 사실 그 편이 더 쉽기도 하고요. 전작 <두 아내>에서는 진한 멜로 연기를 했는데, 정말 어려웠어요. 감정을 폭발시키기보다는 절제할 줄 알아야 했고, 웃으면서도 눈물을 흘려야 했거든요. 작품을 하다 보니 일상적인 연기가 개성 있는 연기보다 더 어렵다는 걸 깨닫게 됐죠."


#바람불어좋은날#김소은#김미숙#강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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