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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청 불암산에 국립자연사박물관을 유치하기 위한 노원구청의 서명운동 홍보.
노원구청불암산에 국립자연사박물관을 유치하기 위한 노원구청의 서명운동 홍보. ⓒ 권지은

논란이 되고 있는 서울시 노원구청의 '호랑이 특별 기획전'을 26일 오후 다시 찾았다. 노원구 길거리 이곳저곳에 걸려 있는 '호랑이 전시' 홍보 현수막과 구청 로비를 가득 메운 시민들의 모습은 여전했다. 구청에 들어섰을 때 들리는 호랑이 울음소리와 행사를 관람하러 온 아이들 목소리가 뒤섞인 떠들썩함도 예전 그대로다. 구청 입구에서 "서명 한번 해주시고 가세요"라고 외치는 공무원들, '국립자연사박물관' 유치를 위한 노원구청의 노력도 여전했다.

여전히 '신기'하고, 여전히 '걱정'하고

"집이 근처라서 호랑이가 전시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걸어서 (구청까지) 와봤다"는 김명숙씨(가명, 노원구 상계동)는 오랜 시간 호랑이 곁을 떠나질 못했다. 아기호랑이를 가까이서 본 그는 "공기통도 없어서 통풍도 안되고... 아이고 불쌍해라..."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호랑이들을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옆에서 이 말을 들은 한 구청직원은 "여기 통풍 되잖아요. 여기 위에 해놓은 거 안보여요?"라며 김명숙씨의 말을 반박했다. 그러한 대화는 두세 번 더 이어졌다. 구청직원은 자신을 "이번 전시와는 관계없는 부서 직원"이라고 했다.

아기호랑이 아기호랑이가 노원구청 로비 아크릴관에 전시돼있는 모습
아기호랑이아기호랑이가 노원구청 로비 아크릴관에 전시돼있는 모습 ⓒ 권지은

김씨는 구청에 들어올 때 출입문 앞에서 '국립자연사박물관' 유치를 위한 서명에 동참했다. "호랑이들이 빨리 편안한 곳으로 보내지길 원해서"라고 했다. 서명의 내용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자신이 했던 서명이 호랑이의 거취와는 '관계가 없는' 서명이란 걸 깨달은 김씨는 "아이고, 어쩔까. 괜히 (서명)했네"라며 "내가 서명 내용을 착각했어. 그럴 줄 알았으면 (서명) 안 할 걸"이라고 말했다.

23일 구청을 찾았을 때 호랑이들이 전시되고 있었던 가로·세로 2m의 공간이 세로 3m로 바뀐 것, 또 호랑이들의 볼링공이 하나 줄어든 것 이외에는 '강호'와 '범호'도 여전히 아크릴관 속 갑갑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호랑이를 보고는 호랑이를 향해 인사를 하거나 손짓을 하면서 즐거워했고, 어른들은 사진을 찍거나 "저기 봐, 호랑이가 장난을 치네"라며 아이들의 시선을 호랑이들에게 주목시켰다. 그러나 여전히 "불쌍해" "스트레스 많이 받겠다"는 시민들의 말도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노원구청에 떨어진 <오마이뉴스> 경계령

아기호랑이 호랑이가 앞발을 들어 아크릴관을 치고 있는 모습
아기호랑이호랑이가 앞발을 들어 아크릴관을 치고 있는 모습 ⓒ 권지은
회사(사설 동물원) 직원과 아르바이트생에게 전시관 지키는 일을 맡기고 자리를 비웠던 사육사가 돌아왔다. 사육사는 <오마이뉴스>의 지난 보도에 대해 큰 불만을 표현했다.

사육사는 "호랑이의 입장에서 전시의 문제점을 지적한 기사는 기사가 아니며 소설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면서 "그럴 거면 기자하지 말고 소설가를 하라"고 언성을 높여 기자에게 '기자의 책무'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호랑이의 입장을 당신이 아느냐" "호랑이랑 대화를 해봐라" 등 이날 유달리 '호랑이 입장'을 많이 이야기했다.

"호랑이랑 그렇게 대화를 잘하시는데, 호랑이랑 대화를 한 번 해보시겠습니까? 네? 여기(호랑이가 있는 아크릴관 속) 들어가 보시렵니까? 호랑이가 아니라 하면(스트레스 안 받는다 하면) 당신이 어쩔건데!"

사육사의 목소리는 정말 컸다. 노원구청 로비가 쩌렁쩌렁 울렸다. 당연히 호랑이를 구경하러 온 시민들의 모든 시선이 사육사와 기자에게 쏠렸다. 사육사는 계속해서 "호랑이들에게 직접 물어보라"며 기자의 팔을 치고, 옷을 잡아당기기도 했다. 그리고 "<오마이뉴스>는 노원구청을 떠나서 나하고 따로 이야기를 해야 한다"며 은근한 협박을 하기도 했다. 그는 노원구청 로비에 또 다른 구경거리(?)를 제공했다.

노원구청은 <오마이뉴스>를 철저하게 경계했다. 사복을 입은 한 남자가 계속해서 기자를 힐끔힐끔 주시했다. 기자가 의자에 앉으면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척하며 옆에 앉았고, 기자가 밖으로 나가면 어디서인지 모르게 나타나 기자의 주위를 배회했다. '나에게 관심이 있어서 저러는 걸까?'라는 오해를 할 정도였다. 눈빛을 자세히 보니 '아쉽게도' 그게 아니었다.

그래서 다가가 물었다. "저 따라다니면서 감시하라고 누가 시켰나요?" 깜짝 놀란 남자는 "아니요"라고 짧게 답했지만 얼굴이 붉어졌다. "노원구청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이냐"는 질문에는 "그냥 여기 있는 사람이에요"라는 '철학적인' 답변만 하고는 호랑이들을 응시할 뿐이었다. 한 구청 직원은 나중에 '남자에게 기자를 따라다니며 주시하라고 시킨 것'을 인정했다.

법적인 문제 없는데 노원구청 다섯 바퀴?

전시가 끝나고 오후 4시가 되면 호랑이들은 트럭으로 옮겨져 경기도 남양주시로 간다.
전시가 끝나고오후 4시가 되면 호랑이들은 트럭으로 옮겨져 경기도 남양주시로 간다. ⓒ 권지은
호랑이의 정확한 출처가 궁금했다. 노원구청과 사육사의 "호랑이 전시가 아무런 법적 하자가 없다"는 주장은 호랑이의 출처가 명확해져야 사실로 성립되기 때문이다.

호랑이는 멸종위기의 야생동물이기 때문에 국제조약 'CITES(사이티스: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와 국내법 '야생 동·식물 보호법'으로부터 보호를 받게 돼 있다. 우리나라가 'CITES'에 가입한 93년 이후에 야생동물을 거래하는 것은 불법이다. 전시 자체에 대한 법규는 위반 사항이 없을지 몰라도, 호랑이들이 언제, 어떻게 거래되어 지금의 사육사가 소유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그래서 사육사에게 사설 동물원의 정확한 위치와 호랑이들의 출처를 물었다. 그는 "내가 당신에게 호랑이 출처를 왜 밝혀야 되냐"며 "KBS, MBC랑은 인터뷰를 해도 <오마이뉴스>랑은 인터뷰 안 해"라고 말했다.

할 수 없이 전시가 끝나는 4시까지 구청 로비에서 기다렸다. 아기호랑이들이 매일 머문다는 경기도 남양주시의 동물원이 어떤 곳인지 알기 위해서다. 예상시간보다 늦어진 4시 반쯤 사육사는 아크릴관의 자물쇠를 따고 철창 안에 '강호'와 '범호'를 따로따로 집어넣었다. 언론과 시민들을 의식해서인지 사육사는 한 구청직원에게 다가와 "(철창을 가릴 수 있는)천이 없느냐"고 조용히 물어보았다.

사육사가 아기호랑이들을 이동 트럭이 마련된 지하주차장으로 데리고 내려가고 난 후, 기자는 노원구청을 나와 택시를 잡았다. 기자의 '퇴근'을 기다렸던 것인지, 호랑이들을 태운 트럭은 5시가 넘어서야 구청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때부터 호랑이들을 태운 트럭과 기자를 태운 택시는 쫒고 쫒기는 '로드무비'를 찍었다.

트럭은 가야 할 목적지인 남양주로 가지 않고, 계속해서 노원구청 주위만 뱅뱅 돌았다. 택시가 따라오는 것을 경계하는 것인지, 만약의 '사태'를 예방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렇게 호랑이들을 태운 트럭은 노원구청 주위를 5~6번을 하염없이 돌아다니다가 사라졌다. 그래서 결국 아쉽게도 직접 남양주의 사설기관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호랑이를 소유하고, 보관하고, 전시하는 것에 아무런 법적인 문제가 없다면 왜 호랑이가 '어디로부터 왔고, 어디에 있는 것인지'를 당당하게 밝히지 못하는 것일까. 트럭은 이날 왜 하염없이 노원을 헤맸어야 했었을까.

호랑이 트럭 목적지로 가지 않고 5바퀴 넘게 노원구청을 배회하고 있는 호랑이들을 태운 트럭.
호랑이 트럭목적지로 가지 않고 5바퀴 넘게 노원구청을 배회하고 있는 호랑이들을 태운 트럭. ⓒ 권지은

덧붙이는 글 | 권지은기자는 오마이뉴스 11기 인턴기자입니다.



#노원구청#호랑이전시#호랑이트럭#강호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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