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판사가 법정에서 증인에게 '증언거부권'이 있음을 알려주지 않았다면, 비록 증인이 허위 진술을 했더라도 위증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K(56)씨는 2006년 8월 부산 해운대 모처에서 발생한 상해사건과 관련해 2007년 1월 부산지법 동부지원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 당시 상황에 대해 질문하는 판사에게 허위 진술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인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2단독 전상훈 판사는 2007년 9월 K씨가 자신의 기억에 반하는 허위의 진술로 위증을 했다며 유죄를 인정해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자 검사는 "피고인이 위증을 했음이 명백함에도 검찰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부인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등 죄질이 불량한 점, 위증죄는 국가의 재판권과 징계권의 적정한 행사를 저해하는 점 등에 비춰 1심 선고 형량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K씨는 자신이 항소하지도 않았는데 오히려 무죄 판결이라는 행운을 안았다. 항소심 재판부가 비록 제식구 임에도 잘못된 형사재판 절차의 진행을 정확히 짚고 바로잡았기 때문이다.

항소심을 맡은 부산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천대엽 부장판사)가 2008년 2월 "판사가 증인으로 나선 피고인에게 증언거부권이 있음을 설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심 판결을 깨고 무죄를 선고한 것.

재판부는 먼저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고 있음에도 형법에서 허위 증언을 한 증인을 위증죄로 처벌토록 하는 것은 선서를 통해 진실한 진술을 맹세하고도 허위진술을 함으로써 국가 재판권의 적정한 행사를 위태롭게 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법원이 증인 신문에 앞서 법률상 증언거부권이 보장돼 있음을 증인에게 고지해 증인이 관련 범죄 혹은 위증죄의 형사처벌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선서 후 증언을 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증언거부권을 행사해 형사처벌의 위험을 모면할 수 있도록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그럼에도 증인으로 나선 피고인에게 판사가 증언거부권 고지 없이 신문을 한 만큼 위증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해야 함에도 유죄를 인정한 것은 위증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했다"고 판시했다.

사건은 검사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이용훈 대법원장, 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21일 상해사건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해 판사의 질문에 거짓 진술을 한 혐의(위증)로 기소된 K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진술거부권#위증#안대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