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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 독일월드컵 특수를 앞두고 출시된 지상파 DMB 수신 전용 단말기. DMB폰에 밀려 자취를 감추거나 PMP, MP3P 등에 흡수됐다.
 2006 독일월드컵 특수를 앞두고 출시된 지상파 DMB 수신 전용 단말기. DMB폰에 밀려 자취를 감추거나 PMP, MP3P 등에 흡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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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지상파 DMB(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가 뒤늦게 관심을 끌었다. 때맞춰 '손 안의 TV'를 앞세운 DMB 전용 단말기들이 앞 다퉈 쏟아졌지만 오래 가진 못했다. 곧 DMB 수신 기능을 갖춘 휴대폰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설 자리를 잃은 것이다. 이른바 '디지털 컨버전스' 흐름 앞에 고유 기능에 특화한 '디버전스'가 백기를 든 것이다.       

DMB 폰에 잡힌 '손안의 TV'... 스마트폰은 '디지털기기 스펀지'? 

지난 연말 아이폰 출시 이후 스마트폰 바람이 거세다. 그 여파가 휴대용 디지털기기 시장까지 미치고 있다. 이미 휴대폰은 온갖 디지털기기의 기능들을 흡수해 융합하는 '디지털 컨버전스'의 정점에 서 있었다. 디지털카메라, MP3플레이어, DMB 수신, 인터넷 접속에 이어 모바일 운영체제(OS)에 기반한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으로 기존 휴대용 PC 시장까지 넘볼 기세다.

과연 스마트폰 시대 휴대용 디지털기기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디지털기기 전문 리뷰어인 디시인사이드(dcinside.com) 정성유 콘텐츠팀장과 K벤치(Kbench.com) 김우영 기자에게 물었다.

두 사람은 지난해 디지털기기 시장 주요 이슈로 단연 아이폰 등장과 스마트폰 대세를 꼽았다. 이밖에 MS 윈도7과 인텔 CPU 코어i5, i7(린필드) 출시(이상 정성유), '휴대용 PC' MID(모바일 인터넷 디바이스)의 실패와 다양한 MP3플레이어 출시(이상 김우영) 등을 들었다. 

PMP '위험'... MP3P도 '컨버전스 기기'로 활로 모색

 디시인사이드 리뷰어 정성유 콘텐츠팀장
 디시인사이드 리뷰어 정성유 콘텐츠팀장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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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때문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을 디지털기기로 두 리뷰어 모두 PMP(포터블 멀티미디어 플레이어)를 꼽았다. 휴대폰보다 넉넉한 4~5인치 LCD 화면에 고용량 동영상 저장도 가능한 게 장점이었지만 스마트폰과 MP3P의 협공에 이미 생명력을 잃었다는 것.
    
김우영 기자는 "PMP가 가장 위험하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PMP 기능을 갖춘 MP3P에게도 공격을 받고 있다"면서 "교육용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멀티미디어 재생기로서 생명력 잃고 점차 다른 기기에 융합될 것이다"고 밝혔다.

정성유 팀장은 PMP뿐 아니라 MP3P도 위험 대상으로 꼽았다. MP3P 활용에 큰 걸림돌이었던 DRM(디지털 저작권 매니저) 제한이 풀린 스마트폰이 계속 나오고 있고 이어폰 호환이나 메모리 가격 문제도 해소됐다는 것이다. 굳이 MP3P와 휴대폰을 같이 들고 다닐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정 팀장은 "MP3 업체들 역시 전자사전이나 내비게이션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면서 "MP3 단독 기능으로 생존 어려워 소형화, 액세서리화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내리막길"이라고 봤다.   

다만 김우영 기자는 "MP3P의 경우 고급 유저들이 음질 면에서 소니를 선택하거나 동영상이나 여러 즐길 거리 때문에 아이팟터치나 삼성 Yepp을 찾는 수요가 있다"면서 MP3P 역시 또다른 '컨버전스 기기'로서 생존할 것으로 봤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협공에 넷북-전자북도 '흔들'

 케이벤치 디지털기기 전문 리뷰어 김우영 기자
 케이벤치 디지털기기 전문 리뷰어 김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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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올해 관심을 모을 디지털 기기는 무엇이 있을까? 두 사람 모두 태블릿PC를 첫손으로 꼽았고 정성유 팀장은 전자책(e북)과 올인원PC, 김우영 기자는 울트라씬과 3D TV 등도 들었다.

김우영 기자는 "올 하반기 최대 이슈는 태블릿PC가 될 것이다. 플랫폼이 모바일 쪽으로 가면서 스마트폰의 확장 개념으로 봐야 하는데 애플이 제품을 내놓는 시점을 기다려 여러 제품이 쏟아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정성유 팀장 역시 "태블릿PC는 키보드 없이 액정 패널에서 터치를 구현한 것이 장점이다. 윈도 기반으론 어렵겠지만 애플 아이폰 운영 체제면 경쟁력이 있다"고 봤다.

전자책 전망을 놓고는 두 사람의 의견이 갈렸다. 정성유 팀장은 "전자책(e-book)은 기능은 단순하지만 액정(전자잉크)과 넓은 화면이 경쟁력이다. 한글화한 아이리버 스토리와 소니 e북 리더, 아마존 킨들 등이 스마트폰과 비켜가면서 자기 시장을 구축할 것이다"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반면 김우영 기자는 "전자책이 강화되겠지만 뜰 것 같진 않다"면서 "삼성이나 아이리버 제품이 있지만 콘텐츠가 적고 저작권 문제가 걸려 있어 자체로 크기 힘들고 태블릿PC에 융합·흡수될 것으로 본다"며 유보적 전망을 내놓았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이후 넷북의 운명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정 팀장은 "넷북은 휴대성에선 스마트폰, 사양에서 노트북에 밀려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반면 김우영 기자는 "태블릿PC가 성장하더라도 PC 기반 넷북은 별도로 갈 것"이라면서 "저전력 통합 칩셋이 출시돼 배터리 문제를 해소했고 무엇보다 가격 경쟁력이 장점이다"고 봤다.

 '휴대용 PC'로 관심을 모았던 디지털 기기들. 휴대성을 강화해 넷북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삼성 UMPC 'Q1 울트라'(왼쪽 위)와 삼보 MID '루온 모빗'(왼쪽 아래). 아이리버 전자북 '스토리'(오른쪽).
 '휴대용 PC'로 관심을 모았던 디지털 기기들. 휴대성을 강화해 넷북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삼성 UMPC 'Q1 울트라'(왼쪽 위)와 삼보 MID '루온 모빗'(왼쪽 아래). 아이리버 전자북 '스토리'(오른쪽).

스마트폰을 멀티미디어 기기로 볼 것인가

결국 스마트폰이 기존 디버전스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기 보단 당분간 시장을 양분하는 것에 좀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정 팀장은 "스마트폰은 종합적인 컨버전스 기기로서 디지털기기 시장에 어느 정도 파급력이 예상되지만 전문성 한계 때문에 당분간 디버전스와 시장을 양분할 것"으로 전망했다. '폰카 시대'에도 콤팩트 디지털카메라가 고화질과 편의성, 새로운 기능으로 건재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 

김우영 기자 역시 "스마트폰은 PC 사용 경험이 부족하면 다루기 어렵고 여전히 고가여서 대중성이 떨어진다"면서 "올해 윈도모바일이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반 스마트폰들이 풀어야할 숙제"라고 지적했다.

앞서 여러 시나리오도 결국 스마트폰이 앞으로 어떻게 진화하느냐에 달린 문제다. 김우영 기자는 어플리케이션 경쟁과 함께 스마트폰을 멀티미디어 기기로 보느냐는 관점 싸움에 주목했다.

"아이폰과 달리 윈도모바일폰은 기기마다 최적화하는 문제와 어플리케이션 다양성 문제가 걸림돌이다. 안드로이드 어플들도 구글 넥서스원에 최적화되면 사정이 달라지겠지만 막상 국내에 나와도 어플이 없는 게 문제다. 또 3세대 아이폰의 경우 동영상 재생 기능을 제한했는데, 스마트폰을 멀티미디어 기기로 보는 관점에선 DMB나 동영상 재생 기능이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리뷰냐 커뮤니티냐, 디시인사이드-K벤치 '엇갈린 행보'
디시인사이드가 최근 판을 바꿨다. 지난 연말 8명이던 IT 리뷰어도 1명으로 줄이고, 자체 콘텐츠 생산보다는 커뮤니티 강화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지난 5일 만난 정성유 팀장은 "콘텐츠의 수익성 문제도 있지만 베타테스터, 파워블로거 등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전업 리뷰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제조업체와 샘플 베타테스터 사이에서 중간자적 역할로 회원들 참여도를 높여 가겠다"고 밝혔다.

반면 용산상가에 터를 잡고 10년 넘게 PC와 주변기기 리뷰를 해온 K벤치는 IT 전문 미디어로 거듭나고 있다. 경력 4년차인 김우영 기자는 K벤치 리뷰어 6명 가운데 유일한 디지털기기 리뷰어다. 디지털 기기 시장이 확대되면서 일반 사용자들의 관심이 늘어 PC쪽보다 오히려 조회 수가 높다고 한다.

김우영 기자는 "리뷰보다 뉴스가 시간도 적게 걸리고 페이지뷰도 높게 나와 아예 리뷰를 포기하는 곳도 있지만 리뷰를 하면 그만큼 전문성이 높아져 뉴스 작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면서 "현재 기조를 유지하면서 앞으로 단순 리뷰보다는 기획 리뷰와 칼럼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기자를 만난 7일에도 마침 아이폰-옴니아폰-HTC 스마트폰을 비교한 리뷰를 내놓았다. 주로 외형이나 사용기에 초점을 맞춘 기존 리뷰들과 달리 모바일 칩셋 성능 분석 등 기술적 분석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옴니아가 아이폰보다 하드웨어적으로 더 뛰어나다는 삼성 광고를 보고 소비자가 정확히 알 필요 있다는 생각에 비교 리뷰를 시도해 봤다. 칩셋 정보를 명확히 밝히지 않아 쉽지 않았지만, 속도 문제를 단순히 OS 차이로만 보기는 힘들다. 윈도모바일폰 역시 칩셋 등 하드웨어 성능 향상으로 극복할 수 있다."


#스마트폰#디지털기기#아이폰#PMP#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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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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