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10년 우리 사회의 지각변동을 일으킬 최대 현안은 지방선거입니다. 집권 3년 차에 접어드는 MB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짙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올해 지방선거에서 진보의 선택은? <오마이뉴스>는 '선거연합' '유권자운동' '좋은후보추천운동' '동네정치이야기' 등 4차례에 걸쳐 진보진영의 고민과 대안을 들어봤습니다. [편집자말]
 '이명박심판, 민주주의 민중생존권쟁취 공동투쟁본부’(반MB공투본)'가 19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연 '이명박 정권 2년 심판 민중대회'에서 참가자들이 4대강 사업 중단과 언론악법 폐기, 노동기본권 보장, 용산철거민참사 해결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명박심판, 민주주의 민중생존권쟁취 공동투쟁본부’(반MB공투본)'가 19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연 '이명박 정권 2년 심판 민중대회'에서 참가자들이 4대강 사업 중단과 언론악법 폐기, 노동기본권 보장, 용산철거민참사 해결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이명박 정권이 집권 3년차로 접어든 오늘,  '묻지마' 지지열풍이 만들어 낸 한나라당 '일당지배체제'가 선사한 국민의 삶은 과연 어떤 모습인가. 한 마디로 국민기만과 배반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을 정도로 현실은 처참하다. 돌이켜 보면 지난해는 평화와 번영을 기대해 온 우리 국민에게 너무나 큰 좌절과 고통을 안겨준 해였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부자감세와 4대강사업 등 일방적 개발몰이 속에서 가난한 서민들의 삶은 조각나고, 재정적자와 복지축소 속에서 서민의 희망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남북관계는 냉전시대로 착각할 정도로 얼어붙었고, 끝내 서해에서는 군사충돌마저 겪었다.

사정기관을 동원한 정보공안통치의 부활, 집회 및 시위, 표현의 자유에 대한 통제 등으로 민주주의의가 심각하게 후퇴하는 속에서 우리는 노무현, 김대중 두 정치 지도자를 잃는 슬픔에 몸을 떨어야 했다. 2008년 촛불시위 이후 입으로는 '국민과의 소통'을 내걸고 있지만 용산참사, 각종 집회 및 노사분규 현장 등에서 정부가 보이는 행태는 오로지 국민을 상대로 한 '작전'의 연속일 뿐이다.

민의를 중시하고 타협과 조정으로 국민을 통합해야 할 국회는 '날치기'와 몸싸움의 전쟁터로 변한 지 오래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남발하는 데서도 보듯이 국회는 어느새 통법부로 전락해 가고 있다.

'법치'란 힘없는 서민들에게는 추상같은 '법대로'일 뿐 재벌 등 특권층에게는 단지 '탈법의 정당화 절차'에 불과하다. 이것이 2006년 지방선거에서 거의 전 지역의 지방권력을, 2007년 대선에서 국가권력을, 2008년 총선에서 의회권력을 온통 한나라당에게 몰아 준 뒤 우리국민이 겪어야 하는 거침없는 '독선과 폭주통치'인 것이다.

역사의 반환점이 될 6월 지방선거

그러나 우리에게 지난해는 경기도 교육감 선거, 재보궐 선거 등에서 보듯이 힘을 합치면, 이명박 정권의 일방독주와 과거로의 회귀를 막고 심판할 수 있다는 것을 실증해 보인 해이기도 하다.

새해를 앞두고 시민단체(희망과 대안)와 각 언론사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현 정권과 거대여당의 독주를 막기 위한 '정권견제론'이 우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 같은 민심을 투표로 연결시킬 수 있는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노력 여하에 따라 2010년은 역사의 흐름을  돌려 민주주의와 동북아 평화로 다시금 전진하게 하는 역사적 반환점이 될 것이다.

냉정하게 보면 아직까지 이명박 정부의 폭주와 무능으로 이반한 민심이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야당으로 힘 있게 결집되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의 눈에 아직 현재의 야당들이 강력한 대안세력으로 비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시민단체가 행한 국민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국민들은 시민사회운동단체들이 야당들의 선거연합에 기여해 줄 것을 바라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한편으로는 현실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기필코 변화를 이룩하고자 하는 국민들의 열망을 잘 보여 주고 있는 조사결과이다. 국민은 연합정치만이 현 정권의 일방독주를 막을 수 있고, 변화를 이끌어 낼 대안을 형성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율전동 제8투표소'의 힘

 국회의원 5명을 새로 뽑는 10·28 재보궐선거 투표일인 2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율전동 성균관대 강당에 마련된 율전동 8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국회의원 5명을 새로 뽑는 10·28 재보궐선거 투표일인 2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율전동 성균관대 강당에 마련된 율전동 8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 유성호

이처럼 변화를 바라는 민심을 확인하면서 우리가 새삼 되새기게 되는 것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우리의 유권자운동 전통이다. 우리 현대사에서 4월 혁명과 6월 항쟁 등 혁명적 변화는 항상 중요한 선거를 전후해서 일어났고, 선거를 매개로 한 다양한 제도적, 비제도적인 유권자 행동이 민심과 정치적 흐름의 향배를 바꾸어 놓았다.

민주화 이후에도 2000년의 낙천·낙선운동에서 보듯이 한국의 유권자들은 정당과 언론이 제기한 의제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오히려 시민단체와 유권자가 의제선정과 캠페인을 주도했던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선거정보와 뉴스를 스스로 제공하고, 정치토론, 온라인 서명, 후보자 정보공개, 후원금 모금 등을 주도하면서 새로운 정치참여의 전형을 창조해 왔던 것이다.

이 같은 전통은 매 계기마다 방식과 규모는 달라도 '물갈이 운동', '노사모' 팬 카페운동, 촛불시위 등으로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훌륭한 전통을 상기하면서 2010년 벽두에 우리는 거꾸로 가는 역사의 물줄기를 반드시 바로잡겠다는 결연한 마음으로 자신이 속한 단체와 삶터에서부터 크고 작은 유권자운동을 펼쳐 나가야 할 것이다. 선거의 주인은 정당이나 후보가 아니다. 바로 자신의 대표를 뽑아 권력을 위임하고 감시하는 국민 한 사람 한사람, 곧 유권자들이 선거의 주인이다.

금년도 유권자운동에서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할 과제는 민주개혁진보세력의 연합을 촉구하는 일이다. 46%라는 역대 최저투표율을 보인 18대 총선의 결과가 우리에게 말하는 것은 무엇인가? 여권에서 돌아선 부동층을 야권이 흡수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지 못할 때 이들은 결국 투표장을 포기하고 만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권 스스로가 상호 협력하여 연대하고, 연합함으로써 변화를 바라는 국민에게 승리의 전망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시민사회단체들은 정치적 소리(小利)를 탐하여 '연합을 통한 승리'라는 대의(大義)를 저버리는 정치세력에 대해서는 응분의 비판과 정치적 불이익을 안겨주는 유권자운동을 강력하게 전개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힘으로 역주행만 일삼는 정권에게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연대하고 함께하는 길밖에 없다. 두 번째로는 교육, 복지, 의료 등 국민생활과 관련된 생활정치 의제를 공론화고 정책중심의 선거문화를 확산하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쟁점, 정책별 후보공약 점검, 후보초청토론회 개최 등을 통한 후보 검증운동이다. 이를 통해 좋은 후보가 추천되고 당선되는 되는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유권자운동의 내용은 바로 투표참여운동이다.

지난 재·보권선거에서 보듯이 표로 현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유권자의 의지가 커질수록 투표율은 높아지며, 투표율이 높아질수록 변화의 기운 역시 높아진다. 모든 유권자들이 합심하여 이번 선거에서 투표율을 10% 이상 더 높이는 것을 목표로 '10% up'운동을 전개했으면 한다.

투표참여가 일방적인 투표장으로의 동원운동으로 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지금부터 선거기간에 이르기까지 온·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정치적 커뮤니케이션과 공동관심사에 대한 토론 등 투표참여의 동기와 목표를 분명히 하는 세심한 노력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지난 수원 장안구 재·보궐 선거에서 대학당국과 학생자치기구로 구성된 '성균관대학교 대학생 유권자 행동'이 대학 내의 투표소 설치, 대학구내 방송과 문자발송 등을 통한 투표 독려 캠페인 등을 통해 대학이 소재하고 있는 율전동 제8투표소의 투표율을 장안선거구 전체 평균보다 4.6% 포인트 제고시킨 것은 의식적이고 체계적인 투표참여운동의 효과를 실증해주는 좋은 사례이다.

성찰과 소통, '민주주의 올레'

우리 역사에서 특정 정치세력의 일방적 선동과 동원으로 의미 있는 정치적 변화가 성취된 적은 없다. 대단히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늘 민주주의와 진보를 바라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자발적 참여가 거름이 되어 정치적 기적을 산출해 왔다.

이 같은 변화의 기저에는 그때그때의 정치현실과 국민적 삶에 대한 깊은 성찰과 상호 소통,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개인이나 집단의 합리적 선택이 있었다.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전개되는 다양한 유권자들의 활발한 소통을 바탕으로 변화를 위한 새로운 결단의 흐름이 만들어지고 증폭되는 양상을 보였다.

최근 우리는 아름다운 제주의 풍광을 트래킹하면서 자신의 지나 온 삶을 돌아보고 미래를 설계하는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제주 올레'가 인기를 끄는 것을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를 다양한 장소에서 새로운 내용으로 변용해 시행하는 생활문화현상을 목격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는 일본의 한국강제병합 100주년, 6·25전쟁 발발 60주년, 4·19혁명 50주년, 5·18민주화운동 30주년, 6·15선언 10주년이 되는 해로서 우리로 하여금 우리민족의 좌절과 희망을 반추하게 하는 역사적 계기가 되고 있다.

우리 현대사의 구비마다 아로새겨진 실패와 성공의 요인들을 성찰하면서 우리의 미래를 위한 대중적 소통과 모색의 기회가 되고 있는 것이다. <(사)시민주권>에서는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주의의 후퇴에 대한 반성, ▲민주·인권·평화·생태·복지 등 진보적 가치와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구상, ▲당면한 지방선거에서의 참다운 유권자의 역할 등을 생각하며, 3·1절, 3·15, 4·19, 5·18 등 주요한 역사적 기념일을 전후해 역사적 유적지를 시민들과 함께 걷는 '2010 민주주의 올래(來)'를 계획하고 있다.

누구의 지시나 통제가 아닌 스스로 추구하는 자아 및 집단적 성찰을 위한 걸음, 그 열린 공간속에서 참다운 소통과 미래를 위한 합리적 선택의 기운이 무르익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필자 황인성님은 시민주권 '소통과연대' 위원장입니다.



#시민주권#민주주의 올레#유권자운동#지방선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