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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판정 대표 라바기업의 양판정 대표
▲ 양판정 대표 라바기업의 양판정 대표
ⓒ 차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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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라바기업은 어떤 회사인가?
"(주)라바기업은 발포금형 부품 및 프레스부품회사다. 발포금형이란 냉장고 같은 큰 틀에 단열제를 집어넣기 위한 금형으로 틀이 변형이 안 되게 하는 기술이 필요한 것이고 프레스란 금속을 찍어내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한방 침 및 자동화 부품 전문가공회사이다. 한방 침은 단순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람의 피부를 뚫고 들어가는 치료 기구이기 때문에 제조를 하려면 사람의 피부도 공부해야 하고 어떤 침의 형태가 가장 효과적인지도 알아야 한다. 예전에는 일일이 펜치 잡고 만들었지만 지금은 자동화로 대량 생산을 하고 있다."

- 회사를 세운 계기가 있나?
"어렸을 때 우리 집은 몹시 가난했는데 이를 처음 실감한 것은 중학교 3학년 때였다. 고등학교 입학원서를 쓰려고 아버지와 상의를 하는데 '가정형편 상 고등학교를 못 보낸다'는 말씀을 들었다. 눈앞이 캄캄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방황의 시간을 보내다가 마음을 잡고  아버지께 진심으로 내 계획을 설명했다. '등록금이 전액 무상인 국립전북기계공업고등학교에 들어가겠다. 기숙사도 있으니 책값과 차비만 보태 달라.' 그리고 기술을 배워 집안을 일으켜야한다는 꿈을 꾸면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첫 취업에서 일반 가공 기술을 배웠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한방 침을 처음으로 자동화하는 시스템을 개발하자 기술의 맛을 느끼게 됐고, 자신감도 생겼다. 32살 때인 2001년도에 그동안 저축해 놓은 4천만 원으로 밀링기 1대를 놓고 혼자 라바기계를 시작했다."

- 설립 당시의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
"첫 번째 어려움은 연고가 광주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사업은 혼자 힘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도와주고 끌어주어야 하고 많은 사람을 알아야 정보나 영업, 새로운 기술에 대한 소식을 빨리 알 수 있는데, 나는 고향도 광주가 아닌 진도였고 학교도 전북에서 나오다보니 광주가 생소할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는 인생이 바뀌는 중요한 시점이니 자신과의 싸움이 컸다. 그때는 실패와 성공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점이었고 게다가 그 모든 걸 혼자 생각하고 결정해야만 했으니 외로울 수밖에 없었다. 결국 첫 번째나 두 번째나 사람이 절실히 그리웠다. 세 번째는 모든 기업이 마찬가지겠지만 워낙 소자본 창업이니 금융기관을 상대할 때 어려웠다. 아무리 좋은 기술과 전망 있는 사업계획서를 가지고 가더라도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다."

- 자금, 노무, 영업 등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회사를 설립할 때는 자금쪽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운영하는 과정에선 크게 어렵지 않았다. 다른 분들이나 거래처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이익이 생기면 그 돈을 모아두었다가 투자를 하며 회사를 키우는 방법으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만 성장해 왔다. 만약 내가 처음부터 무리한 투자를 하고 빚을 갚는데 허덕였다면 결국 돈에 끌려 다녔을 것이다. 한번 돈에 끌려가게 되면 광폭행보를 할 수 없게 되고 다시 정상으로 돌리기 위해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었을 것이다. 설비가 늘 때마다 나와 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도 넓어져 8년 전 사업을 시작했을 때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감당할 수 있는 능력 자체가 다르다.

우리 회사는 출발 후 2년 만에 외상매입대금을 매달 정해진 날짜에 정기결제 할 수 있을 정도의 신뢰를 가졌다. 외상결제가 1달 이내 수시로 해야 하면 자금에 대한 일도 많아지고 필요한 자재를 제때 구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정기결제가 거래처와 신뢰를 쌓게 만드는 가장 큰 비결이며 이것이 선순환 구조다.

소규모 창업이다 보니 인력관리가 가장 까다로웠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이지만 초보자를 고급 기능인으로 만들려고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했는데 어느 정도 숙련공이 되면 이직해버리는 경우가 많아 힘들다. 직원을 키우기보다 키워진 직원을 데려다 쓰는 것이 훨씬 쉽고 비용도 적게 들기 때문이다. 이곳은 의외로 그런 스카우트경쟁이 심한 편이다. 그럴 때 가장 마음이 아프다."

라바기업 라바기업 공장 내부 전경
▲ 라바기업 라바기업 공장 내부 전경
ⓒ 차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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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웠던 점을 어떻게 극복했는가?
"사업을 하면서 알게 된 선배 사장님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받는다. 격려도 받고 조언도 받으면서 나의 생각과 조합해 시행해오고 있다. 우리 회사를 도와주시는 E사 사장님께서 "회사는 직원들을 가르쳐야 할 사회적 의무가 있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그 말씀에 크게 동감한다. 나중에 우리 직원들은 더 좋은 기능인이 될 것이고, 그중에서는 독립해서 혼자 기업을 세울 인재도 있을 것이다. 그들이 우리 회사에 있는 동안 하나라도 더 배우게 해주고 싶다. 젊은 친구들이라 한창 멋도 내고 차도 갖고 싶어 하는데, 나는 그 젊은 친구들에게 기능인의 자긍심과 함께 목돈도 손에 쥐어주고 싶다. 지금은 갖고 싶은 것이 많지만 조금만 인내하면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정신적 자산과 재정적 자산을 갖게 될 것 이라고 말한다. 다행히 젊은 직원들이 내 말을 믿어주고 따라준다.

나는 가끔 '내가 돈 벌어서 뭘 할까?'를 곰곰이 생각한다. 지금까지 급여도 밀려본 적이 없고 회사는 매출면에서 매년 5~10%씩 성장해왔다. 올해는 조금 힘들어서 작년 대비 95% 수준이지만 직원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돌아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안을 짜내고 있다."

- (주)라바기업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토탈 서비스와 스피디있는 경영일 것이다. 우리 회사는 의사 결정과정과 업무진행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혼자 외로운 결정을 많이 내려야 했기 때문에 결정과정이 좀 과감하고 일 처리도 빠르다. 예전은 공급자 중심의 경제였다면 이젠 수요자 중심이라 다양한 일감이 들어온다. 웬만해서는 하기 힘든 까다로운 일감도 많지만 일단 하기로 한 결정을 내렸다면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굴려서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일을 마무리 짓는다. 고객의 가려운 점을 찾아서 긁어주니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그 이면에는 항상 준비가 되어 있는가가 중요하다. 일감이 쏟아질 때는 쉽게 말해 폭탄이 터진 것과 같다. 무수한 파편이 튀어 나오는데 그것을 온 몸으로 맞아야 한다. 어떤 파편이 튀어나와도 다 흡수할 준비와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으면, 방탄조끼 없이 폭탄을 맞는 꼴 밖에 안 된다. 의사결정과 업무진행속도가 빠르니 고객의 만족을 가져왔고, 회사역량도 증대될 수밖에 없다. 그 수익을 좀 더 좋은 근무환경을 만들기 위해 투자를 많이 한다. 그리고 사원복지를 위해 사용 한다."

- 회사의 전망은 무엇인가?
"회사의 미래는 직원의 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나 좋은 인재가 회사에 있는가에 따라서 회사가 꿈꾸는 미래는 커질 수도 있고 작아질 수도 있다. 나는 직원들의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고 나 자신의 공부에도 게으르지 않는다. 나도 젊고 직원들도 젊기 때문에 인재 양성에 적극 투자를 한다면 더 좋은 회사환경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미래사회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미래는 환경, 노인복지, 에너지 등이 주요 화두가 될 것인데, 제조업을 기반으로 어떻게 접근해 가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우리 회사는 나 혼자 만의 삶터가 아니라 우리 직원들의 삶터이기도 하기 때문에 내가 옳은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면 직원들의 미래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라바기업#양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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