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는 '2009 올해의 뉴스게릴라상' 수상자로 김행수 김용국 김현자 기자를 선정했습니다. '올해의 뉴스게릴라상'은 한 해 동안 최고의 활동을 펼친 시민기자에게 주어지는 상입니다.

시상식은 2010년 2월 22일 <오마이뉴스> 상암동 사무실에서 치러집니다. '올해의 뉴스게릴라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100만원씩을 드립니다. 이 자리에서는 '2010 2월22일상'과 '2009 특별상', 시민기자 명예의 전당, 제4회 대학생 기자상 시상식도 함께 열립니다. 수상하신 모든 분들께 축하인사를 드립니다. [편집자말]
 김행수 기자.
김행수 기자. ⓒ 교육희망 유영민

"그럼 김행수 기자가 '괴물'이란 말인가?"
"그렇다. 괴물, 그거 딱이다. 김행수는 괴물이다. 하하하."

김행수 기자를 인터뷰하기에 앞서 뒷조사(?)를 좀 했다. 자신이 취재에 응해준 게 알려지면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며 절대로 자신을 알리지 말아달라고 간곡히 요청한 취재원은 김행수 기자를 일러 '괴물'이라고 했다.

취재원을 목숨보다 소중히 보호해야 하는 것이 기자의 사명인 줄은 알지만 이 글을 마칠 때까지 나는 머리카락조차 보이지 않을 만큼 완벽하게 취재원을 꼭꼭 숨겨줄 수 있을까. 과연 김행수 기자는 이 글을 다 읽고도 자신의 뒷조사에 성실히 응해준 취재원이 누군지 알아내지 못할까. 염려와 흥미가 교차하는 가운데 일단 그가 김행수 기자를 만난 이야기를 써 보기로 하자.

시민기자로서 그리고 11년차 고등학교 영어 선생님으로서 성실하게 자신의 영역을 꾸려가고 있는 김행수 기자를 취재원은 왜 '괴물'이라고 했을까. 그에 따르면 김행수 기자는 '전문가'다. 무슨 문제든 어떤 주제든 물어보면 마치 준비라도 해놓았던 것처럼 바로바로 논리정연하고 구체적인 대답을 술술 한단다. "정치·사회·여성 문제뿐 아니라 음악·문학·철학·물리 등 접근하지 않는 게 없다"고 했다. "우리는 생각만 하는데 김행수 기자는 국내외 자료를 찾아 정리한다"는 것이다.

'교육기사'하면 생각나는, '괴물' 김행수 기자

김행수 기자는 2005년 '사립악법이 남느냐, 열린우리당이 남느냐'라는 기사를 쓰며 시민기자로 '출현'했다. 이후 현재까지 교육 분야 기사를 주로 쓰는 김행수 기자의 기사는 프랑스 시인 장 콕또의 '뱀'이라는 시와 닮았다. 시의 전문은 이렇다. "too long". 우리말로 번역하면 "너무 길다".

김행수 기자의 기사도 '투 롱' 아니 '투 로오오오옹'이다. 정말 길다.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건 친일파 시인 노천명의 사슴이고, 기사가 길어서 슬픈 건 <오마이뉴스> 독자들이다(아닌가?). 단숨에 김행수 기자의 기사를 읽어 내려가는 독자들이 있다면 그들은 분명 '김행수 팬클럽' 마니아들일 게다.

그래서 물었다. 당신 기사는 너무 길다. '투 로오오오옹'! 독자들을 불편하게 하는 기사라고 생각해 본 적 없나?

"인터넷 언론의 장점이다. 종이신문은 지면 한계 상 그렇게 못하지만 인터넷 신문은 길게 쓸 수 있고 쓴 사람의 생각을 전달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다. 독자들이 읽으면서 필요한 부분을 인용할 수도 있겠고, 종이 신문은 한 번 읽고 말지만 인터넷 신문은 다시 읽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자료로서 기능도 생각한다.

<오마이뉴스>는 특정한 목적과 생각이 있는 독자들이 많다고 본다. 토론이나 설득하는 논리를 필요로 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특히 내가 쓰는 교육면에서 그런 자료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길어진다. 취재기사라고 하면 간단한 사실 전달이 중요하겠지만 나는 특정 사건을 취재하는 것이 아니라 토론을 위한 논거를 마련하는 것이기 때문에 계속 길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불편한 독자들에겐 죄송하다."

결국 앞으로도 기사는 죽~ 길어진다는 이야기다. 뱀을 사랑하나? 묻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토록 길고 자료에 충실한 기사를 쓰는 데도 짧으면 하루 길어도 사흘이면 가능하단다. 평소 생각하고 이야기하던 것들을 글로 정리하는 것이어서 그렇다고 했다.

그의 기사가 '투롱~'일 수밖에 없는 이유

 김행수 기자.
김행수 기자. ⓒ 교육희망 유영민
김행수 기자는 웹서핑도 선수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사이트는 물론 국외 사이트까지도 종횡무진 넘나들며 자신이 필요한 자료를 찾고 모으고 분석한다. "퇴근 후 집에 가면 할 일이 없고 세상에 관심이 많다보니 글 한 편을 읽어도 꼼꼼히 읽고 다양한 분야의 책, 그리고 웹서핑으로 '평소 실력'을 쌓아둔다"는 것이다. 벼락치기 하지 말고 평소에 학교 수업 열심히 들으라는 말과 어쩌면 이리도 똑같을까.

어쩔 수 없는 직업병인가 싶을 만큼 사실 그의 모든 관심사는 교육문제와 연결돼 있다. 스포츠에 관심이 있는데 그것도 교육과 이어진다. 이를테면 운동선수들이 기계처럼 혹사당하거나 돈 없는 학생들이 힘들어 한다거나 하는 것들 말이다. 어느 팀이 우승을 하거나 어떤 선수가 기록을 세우거나 하는 건 관심 밖이다. 참 재미없게 산다고 했더니 그렇단다.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재미'와는 거리가 멀단다. 근무하는 학교가 대학로 근처이지만 해가 가고 달이 가도 연극 한 편 안 본다고. 영화도 안 보고 그 흔한 당구도 칠 줄 모른단다.

뒷조사 취재원의 증언도 이어진다.

"그는 술이나 여행 같은 것도 거의 안 한다. 먼저 나서서 '우리 뭐 하자' 이런 말도 안 한다. 그래서 일상적 대화는 재미가 없다. 유머 감각도 초보 수준이다. 낼 모레 불혹인데 아직 선이나 미팅 한 번 안 해 봤단다. 인위적인 만남이 싫고 소개해 준 이와 불편한 관계가 될까봐 염려된다는 거다."

허 참! 그런 그가 기사는 왜 쓰게 됐을까? <오마이뉴스>가 그에겐 여행보다 연극보다 재미있는 놀이(터)라는 말인가? 그는 "지식인 된 자의 괴로움"때문이라고 했다.

"교사는 최고의 지식인에 속하는 사람들인데 우리나라에서는 학교 담장 안에서 단순 지식 가르치는 기능인으로 한정해서 교사들을 우물 안 개구리로 본다. 그러다보니 아이들도 '담탱이' '꽁생원' '꼰대' 라는 말로 교사들을 정의한다. 그런 풍토가 너무 마음에 안 든다. 학교 담장을 넘어 다른 학교 선생님들과 소통하고 교육 문제, 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발언하고 토론하는 게 필요하다. 이런 답답함을 풀어내는 방법 중 하나가 기사쓰기다."

그가 쓰는 기사가 길어질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인 셈이다. 기능인이 아닌 지식인으로서 교사의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하고 싶은 욕망이 그에게 글을 쓰라고 바람을 넣는 것이다.

"나는 훌륭한 교사와는 거리 먼, 평범한 교사"

 김행수 기자.
김행수 기자. ⓒ 교육희망 유영민

그렇다며 그가 생각하는 교사 김행수는 어떤 사람일까. "학교 안에서 무력함에 답답함을 많이 느낀다"는 것이 그의 첫 마디다. 지난 10년간 아이들과 부대낀 것보다 올해가 더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자신은 해마다 나이를 먹어가지만 아이들은 해마다 어려지니 그 간극을 극복하기가 힘들어 진다고. 이는 고민하는 교사들이 숙명처럼 짊어지고 있는 딜레마이기도 하다.

뒷조사를 도와 준 취재원의 말로는 수업 준비도 누구보다 성실하고 꼼꼼하게 한단다. 하지만 김행수 기자는 "나는 훌륭한 교사와는 거리가 멀다"고 했다. "보충수업·자율학습 문제, 수업 시간 잠자는 아이 깨우는 일 등으로 아이들과 옥신각신하고 그러다 마음이 상하기도 하는 평범한 선생"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이미 기사("난 전교조 명함 뿌리고 다니지만...명단 공개는 '빨갱이 교사' 낙인찍기")를 통해 전교조 교사임을 커밍아웃했다. "학교 다닐 때부터 전교조 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전교조가 100% 완전무결한 조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고민하고 실천하는 훌륭한 선생님들이 많고 나를 나태하지 않게 해 주는 기준이 된다"는 게 그가 전교조 조합원으로서 당당할 수 있는 이유다.

교육 분야 전문 기자로서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해 달라고 했다. 다른 질문과 달리 대답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시간을 좀 주겠다'고 하자 그는 취재원의 증언대로 미리 준비했던 것처럼 거침없이 대답을 내놓았다. 사람의 가치, 교사의 가치를 홀대한다는 비판이 먼저 터져 나왔다.

"이명박 정부는 사람을, 교사를 너무 막 대한다. 교육의 가치 중심에는 인간이 있는데, 인간이 행복하게 살자고 교육을 하는 것인데 이명박 정부는 교사를 너무 막 대한다. 너무 쉽게 징계하고 자르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해직 교사가 40여 명에 이른다. 교사나 학생을 막 대해서는 안 된다. 그건 교육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다."

"MB 교육철학은 근본적으로 문제 있다"

 김행수 기자의 기사.
김행수 기자의 기사. ⓒ 화면캡쳐

공교롭게도(?) 김행수 기자를 만난 날은 이명박 대통령이 교육·과학·문화 분야 내년도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우리 교육에 대해 나는 사실 불만이 많다"라고 한 발언이 인구에 회자하던 날이었다. 김행수 기자는 계속 말을 보탰다.

"교육 전문가라고 하는 이들도 제도를 만들거나 바꿀 때는 여러 가지를 고민하고 시행착오 겪으며 수정한다. 그런데 대통령은 내뱉듯 한다. 좀 더 고민하고 신중해야 하지 않나? 대통령께서 70여 년의 삶을 살아오신 것으로 안다. 평생 동안 교육 관련 일을 하거나 고민한 건 일 년도 안 될 것 같은데 평생 교육을 고민하고 교육 문제 때문에 고통 받은 이들의 삶의 가치를 너무 쉽게 부정하거나 뒤집는 것 같다. 영어몰입교육이 그렇고 입학사정관제가 그렇다."

김행수 기자의 지적은 이명박 정부의 교육 철학으로 이어졌다.

"교육 철학에도 근본적 문제가 있다. 최근 대통령 지지도가 올라갔다고 하는데 이를 분야별로 나누어보면 교육 정책에 대한 지지도 가장 낮다. 터무니없을 만큼. 그런데도 교육 정책을 수정하지 않고 고집하며 밀어붙이려 하는 건 교육철학에 문제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면서 그는 "사람에 대한 소중함 잘 모르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문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내친 김에 새해 소원을 물었더니 "해직된 선생님들이 학교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너무 정치적인 발언 아니냐'고 다시 질문을 튕겼더니 "사실이다, 그래야 내 일이 줄어든다, 해직된 교사들이 학교로 돌아가는 것, 퇴학당한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라는 단호하고도 간절한 울림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대답을 내놓았다. 심란한 교육 현실에 대한 진지하고 사려 깊은 고민이 쉼 없이 이어지고 있었음을 알게 하는 말이다.

'착하게 살자'가 신조인 김 기자, 눈여겨 보자

그러고 보니 "번뜩이는 글을 쓰는 시민기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내가 수상자가 됐냐"며 '의혹'을 제기하는 수상 소감이 빈말처럼 안 들린다. 그보다는 앞으로도 계속될 그의 '투 로오오오옹'한 기사를 읽으려면 폐활량을 좀 더 키워야겠다는 걱정이 앞선다.

먹고 죽는 거 말고는 아무 거나 다 잘 먹는 사람, '착하게 살자'는 게 신조(그건 깍두기 형님들의 팔뚝에 새겨진 거 아니냐고 물었더니 '김행수 기자도 한 조폭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세상에!). 벽에 못을 박을 때 망치가 없으면 손을 쓰고, 잘 안 가는 노래방이지만 가면 안치환과 이선희를 불러대고 청승맞은 노래를 눈 딱 감고 가사도 안 보며 부르는… 등이 뒷조사를 도와 준 취재원이 전해 준 김행수 기자의 뒷(?)모습이다. 그가 김행수 기자를 일러 '괴물'이라고 한 이유이기도 하다.

자, 이쯤 되면 독자들은 2009년 올해의 뉴스게릴라상 수상자인 김행수 기자가 어떤 사람인지 좀 알았을 게다. 더 궁금한 내용이 있다면 직접 김행수 기자에게 쪽지를 날려 보시길.

그런데 김행수 기자도 이쯤에서 시시콜콜 자신의 뒷조사를 도와준 익명의 취재원이 누구인지 감 잡았을까? 김행수 기자보다는 연상이고 형제처럼 잘 알고 지낸다는 취재원 아무개 씨를 설마 눈치 채지 못한 건 아니겠지?


#뉴스게릴라#교육김행수#김행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