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로 된 책, 언제쯤 없어질까요?"라고 인터넷 검색창에 쳐보라. 질문에 대한 답이 심심찮게 뜬다. 책이야 당연히 종이로 만드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깨진 지 오래다. 소위 전자도서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책은 종이로 만드는 것이라는 게 일반 상식으로 통한다.
종이로 된 책, 그 고정관념을 넘어하지만 종이 책이 고정관념이었던 시대의 그 이전 시대는 어땠을까. 안성 일죽 작은 도서관에서 이런 상상력을 가지고 아이들과 함께 '시간 여행'을 떠났다. 프로그램의 이름도 '책 만들기로 떠나는 시간 여행'이다.
'나무 파피루스로 책 만들기, 목간 만들기, 나무판 책 만들기'. 이 3가지가 그 상상력의 내용이다. 사실 이 내용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오히려 복고풍이라고 해야 될까. 사실 종이로 책이 만들기 이전 시대의 인류 조상들은 파피루스, 대나무, 각종 나무, 나무판 등에 글을 새겨 넣어 책을 만들었다. 여기서 유래 된 한자의 '책(冊)'이란 글자는 목간이나 죽간을 형상화 하여 만든 상형문자다.
이 프로그램은 '경기문화재단 도서관내 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으로 진행되었다. 오산 청학도서관과 일죽 작은 도서관 등 두 곳에서 이루어졌다. 고학년 초등생 , 중고생 등을 상대로 이색적인 책 만들기가 실시되었다.
아이들 손에 들려진 나무판이 책으로 거듭나그냥 놓아두면 버려지기 쉬운 사과 상자의 나무 한 조각이 아이들 손에 들려지면 시가 적힌 한 권의 목간이 된다. 횟집에서 사용되어 버려질 종잇장 같은 나무(파피루스)가 아이들 손에 들려지면 동화 내용이 적힌 한 권의 동화책이 된다. 목재 공장에서 합판으로 쓰여 질 나무판이 아이들 손에 들려지면 한 권의 가족 역사책이 된다.
어쨌든 이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주어진 나무를 사포로 몇 십 분 동안 죽어라 문지른다. 목간을 만들기 위해선 토치램프로 나무판을 불에 그슬려야 한다. 때론 사인펜으로, 때론 붓으로, 때론 물감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때론 가족사진 등을 붙인다. 명색이 책이니 나무와 나무를 연결해서 책 모양을 만든다.
그러기 위해선 나무에 구멍을 뚫고 줄로 매듭을 짓는다. 이렇게 몇 시간을 낑낑 대야 겨우 만들어내는, 세상의 하나뿐인 독특한 책이 완성된다. 요즘 컴퓨터 하나면 거의 모든 그림과 글이 다 되는 세대를 사는 아이들에겐 아주 특별한 경험이다.
오산 청학도서관과 일죽도서관 등 두 곳에서 총 6회 80 여명의 아이들이 참여했다. 아이들에게 자신의 손으로 뭔가를 만들어 냈다는 경험 외에 책은 종이책이나 전자도서가 아닌 나무 책이 원조상이라는 '시간여행'도 했다. 나아가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어떻게 '창의력'이라는 상상력의 날개를 펴는지를 익혔으리라.
이 프로그램을 전두지휘 하던 도예가 양재석이 프로그램 마지막 시간(지난 19일)에 "듣도 보도 못했던 이번 '책 만들기 프로그램'은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참신한 경험이 되었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은 다 이만한 이유가 있었다.
문의 : 일죽 작은 도서관 031-671-7941
덧붙이는 글 | 이 프로그램은 지난 19일 일죽 작은 도서관에서 마지막(총 6회 중)으로 행해졌다. 인터뷰는 일죽도서관에서 양재석 작가와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