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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2010년 3월 1학기부터 경기도내 모든 초·중·고등학교에서 두발 길이 규제와 학생 체벌, 집단 괴롭힘을 금지하고, 야간자율학습과 보충학습 땐 자유로운 학생선택권을 보장하는 조례가 시행될 전망이어서 주목된다.

 

경기도학생인권조례제정자문위원회(아래 자문위, 위원장 곽노현)는 17일 전국 교육자치단체(교육청) 중 가장 먼저 추진되는 '경기도학생인권조례안 발표회'를 경기도교육청 제3회의실에서 열었다.

 

곽노현 위원장은 조례안에 대해 "학생은 인권의 주체라는 관점아래 헌법과 법률,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도록 성안했다"면서 "학생 인권과 교사의 교권, 보호자의 교육권의 조화롭게 실현될 수 있도록 공개적이며 민주적인 의사소통을 거쳤다"고 강조했다.

 

곽 위원장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조례를 만들기 위해 민주적 의견 수렴 절차에 집중했으며 글로벌 수준에 걸맞는 조례 제정을 위해 (자문위) 스스로 심도 있게 학습했다"며 "자문위의 회의와 운영 사항을 비롯한 모든 자료는 100% 온라인상에 공개하는 원칙도 지켜왔다"고 설명했다.

 

자문위는 앞으로 내년(2010년) 1월 3차례의 공청회를 열어 교사와 학부모는 물론, 학생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조례 최종안이 마련되면, 2월 초 김상곤 교육감에게 제출할 예정이다.

   

"조례 제정의 길은 인권을 매개로 소통하는 과정"

 

김상곤 교육감은 "(자문위에서) 조례 초안을 성안하는 과정 자체가 학생 인권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일이었다"면서 "앞으로 조례 제정을 위해 이어지는 길도 인권을 매개로 소통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육감은 "자문위가 남은 의견수렴절차를 거쳐 내년 2월 초순 조례안을 내놓을 계획"이라며 "도교육청은 그 조례안을 바탕으로 숙고는 하되 가능한 짧은 시일내에 교육감 발의의 조례안을 확정해 경기도교육위원회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조례안은 '차별받지 않을 권리'와 '폭력과 위험으로부터의 자유', '교육을 받을 권리',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정보의 권리', '내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자치와 참여의 권리', '교육복지에 관한 권리'를 비롯한 학생들의 권리들을 폭넓게 규정했다. 아울러 학생인권 진흥을 위한 '인권교육', '학생인권침해에 대한 구제' 등 인권실현에 필요한 다양한 사항도 담았다.

 

우선 조례안은 '모든 체벌과 집단괴롭힘', '두발 길이 제한', '과도한 휴대폰 규제', '학생의 동의없는 소지품 검사', '대체과목 없는 특정 종교과목 수강 강요' 등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여러 가지 관행들을 금지시켰다. '수업시간 외 평화로운 집회의 자유', '학생 자치활동과 학칙제개정 과정 등 현안에 대한 참여권', '징계절차의 적법절차 보장' 등도 규정했다.

 

또한 조례안은 보호자와 교사들에게도 인권교육과 연수를 받도록 했으며, 조례 시행에 따라 각 학교의 학칙 개정 의무, 경기도학생인권심의위원회와 학생들로 구성된 학생참여위원회 구성 등 조례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방안도 담겼다. '학교급식권'과 관련해 "교육감은 직영급식과 의무교육과정에서의 무상급식을 실시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도 들어갔다.

 

학생인권침해 사건 '옹호관' 제도로 조사, 시정권고

 

학생인권옹호관(옹호관) 제도도 눈에 띄는 항목이다. 조례안은 학생이 인권을 침해당하거나 침해당할 위험이 있는 경우 학생을 비롯해 누구든지 옹호관에게 구제신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옹호관은 5인 이내로 하되, 학생인권침해에 관한 상담은 물론 학생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조사하고 시정권고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한 뒤, 교육감에게 통보토록 했다.

 

아울러 각 지역 교육청별로 학생인권상담실을 두도록 했다. 상담실은 학생인권에 관한 상담 진행 결과를 정기적으로 옹호관에게 보고하고, 조속한 조치가 필요한 사안은 즉시 보고토록 규정하고 있다.

 

조례안 성안에 참여한 이재삼 자문위원(경기도 교육위원)은 "저도 다시 고등학교 학생으로 돌아가서 살맛나게 학창 시절을 보내고 싶을 정도의 내용이다"면서 "조례가 시행되면 맹목적인 교육 환경으로 피폐하고 즐겁지 않은 지금의 학교 모습이 새롭게 바뀔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자문위원은 "이 조례가 제정되고 전국으로 확산돼 대한민국 초중고 학생들이 교육받는 동안 행복감을 느끼고, 인격체로 동등하게 대우받고 새로운 교육의 모범을 만들어가길 염원한다"면서 "도교육청의 수백 가지 조례는 보름 내지 3주면 만들어지는데, 이번 조례처럼 긴 기간 혼신의 노력을 쏟아 부으며 만들어 가는 건 처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조례처럼 혼신의 노력 쏟아 부으며 만들어 가는 건 처음"

 

'학교 관리자 중엔 반대가 많은 게 현실인데, 조례가 제정될 수 있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자문위원은 "충분히 가능하며 설령 (내년) 상반기엔 이뤄지지 않더라도 하반기엔 반드시 제정될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다"면서 "경험해 보지 않은 세상이기 때문에 정말 쉽지 않지만, 가야할 길이고 결국 그 길로 가게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오동석 자문위원(아주대학교 법학과 교수)도 "현실이 잘못된 관행이나 제도를 바꿔나가는 정당한 노력을 막아나서는 근거가 되어 선 안 된다"며 학생인권 증진은 물론 교권의 신장을 위해서도 조례 제정이 중요함을 역설했다.

 

한편 도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공약한 김상곤 교육감의 당선 초기인 지난 5월 28일 조례 제정 계획을 수립했으며, 7월 8일 자문위를 구성했다.

 

자문위는 그동안 경기도내 6개 권역별로 '조례제정 사전협의회'를 개최해 학생과 학부모, 교사, 관리자 등 800여개 교육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했으며, 학생작품 공모전과 중간발표회, 성공회 대학교 연구팀의 실태조사 등을 통해 조례안의 공감대를 만들어 왔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수원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경기도학생인권조례#학생인권조례#경기도교육청#김상곤#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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