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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정2 주거환경개선사업 지구 내 모습. 빈집들이 많다.
십정2 주거환경개선사업 지구 내 모습. 빈집들이 많다. ⓒ 한만송


"정부가 무리하게 4대강, 세종시, 보금자리주택 사업을 추진하다가 진짜 서민이 살고 있는 동네를 망치고 있다."

"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집이 절반에 가깝다보니, 요즘 같은 추위에 고생하는 서민들이 한 둘이 아니다. 빈집들에는 노숙자들이 와서 동네가 무섭다. 이명박 대통령은 말로만 서민 챙긴다고 하는데, 4대강하고 서민이 무슨 상관이냐."

 

16일 주거환경개선사업(십정동 216번지 일원 19만 3066.3㎡)이 추진되고 있는 십정2지구에서 만난 주민들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화를 좀처럼 삭이지 못했다.

 

일부 주민들은 4대강, 세종시, 보금자리주택 사업만이 서민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며, 이미 추진돼 온 주거환경개선사업을 당초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파가 몰아치면서 이들의 주장은 절절한 호소로 이어졌다.

 

이들의 절절한 호소는 정부가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추진하고 있는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전면 중단한 데서 비롯됐다. 지난해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LH로 통합됐다. LH의 부채규모가 무려 10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가 이러한 조치를 취한 것이다.

 

LH는 천문학적인 부채로 인해 현재 진행 중인 모든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중단하고, '사업조정 심의'를 통해 사업 시행의 완급을 조절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사업성과 이미 추진된 사업 단계 등을 고려해 전국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700여 건의 사업 중 200여 건을 선별해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보금자리 사업하다, 진짜 서민 사는 동네 망친다"

 

 십정2지구 주민들은 4대강과 보금자리주택 사업만이 국민을 위한 것이냐며,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감을 서슴없이 드러냈다.
십정2지구 주민들은 4대강과 보금자리주택 사업만이 국민을 위한 것이냐며,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감을 서슴없이 드러냈다. ⓒ 한만송

십정2지구를 담당하는 LH 관계자는 16일 <부평신문>과 전화인터뷰를 통해 "전국적으로 주거환경개선사업 등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예산이 한정돼 본부 차원에서 사업조정 심의를 거쳐 단계별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A 의원실 관계자도 "조직이 통합되면서 부채가 천문학적인 수준이 돼 부채를 줄이기 위해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전국의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스톱되면서, 여야를 떠나 지역구 출신 국회의원들이 LH 사장을 만나려고 줄을 서고 있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진행 중인 달동네는 초상집 분위기를 넘어 점점 흉흉해지고 있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주거환경개선사업은 낡고 오래된 주택이 밀집된 지역의 기반시설을 정비하고 불량주택을 개량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주거환경개선사업 지구는 말 그대로 달동네다.

 

십정2지구의 경우 14개 통 중에서 절반이 '철거촌' 수준의 열악한 환경이다. 1000여 세대는 도시가스가 연결되지 않아 연탄과 석유 등으로 난방하고 있다. 고유가로 인해 이들의 살림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더욱이 2007년 지구 지정 고시 후 일부 낡은 주택은 그대로 방치돼 화재 위험 등에 주민들이 노출돼 있다. 요즘 같은 한겨울에는 일부 빈집에 노숙자나 외국인들이 무단으로 거주해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현재 십정2지구 내 빈집은 대략 150여 가구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 빈집에선 온갖 쓰레기와 노숙자들이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흔적, 청소년들이 사용했을 것으로 보이는 본드, 부탄가스 등이 발견되고 있다.

 

심지어 어떤 빈집에서는 여성 속옷들과 가지런히 깔려진 이불이 발견되기도 해 최근 사회적 문제로 번지고 있는 성폭력 범죄에 대한 우려까지 일 정도다. 동네 어린이들이 이런 빈집들에서 놀고 있어 화재나 범죄 위험에 노출돼 있기도 하다.

 

16일 십정2지구에서 만난 한 노인은 "주거환경개선사업은 정부가 예산을 지원해서 해야 하는 사업 아니냐. 4대강, 세종시 문제가 서민과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면서, "이런 게(=주거환경개선사업) 진짜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털어 놓았다.

 

철거촌 수준의 열악한 환경...불안에 떠는 주민들

 

 십정2 주거환경개선사업 지구 내 모습.<부평신문 자료사진>
십정2 주거환경개선사업 지구 내 모습.<부평신문 자료사진> ⓒ 한만송

십정2지구는 현재 약 2771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LH는 당초 2014년까지 전면수용방식을 통해 주거환경을 개선, 공동주택 3024호를 분양할 계획이었다. 현재 보상을 위한 지장물 조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십정2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 주민대표위원회' 엄기범 부위원장은 "우리는 LH와 인천시에 두 번 사기를 당한 셈"이라며, "이번만큼은 개선사업이 차질없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곳은 1997년 12월에도 주거환경개선사업 지구로 지정됐다가 대한주택공사가 사업시행을 꺼리는 바람에 사업이 무산된 된 바 있다. 당시 지구 면적은 현 십정2지구의 면적보다 작은 7만 2963㎡이었다. 98년 사업시행자 지정을 위한 협의가 진행됐지만, 주공이 보상비와 사업비 과다, 고압선 등을 이유로 사업 참여를 꺼려하면서 결국 지구 지정이 고시되고도 사업을 추진하지 못했다.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인 조진형(부평갑) 의원실의 이익성 보좌관은 "사업 진행은 일부 빠른 지역에 비해 늦을 수도 있지만, 일반분양이 1000세대에 가깝기 때문에 LH 사장 등에게 이 지역이 빠지지 않도록 요구하고 있다"면서 "정치력을 가지고 꾸준히 주민 의견을 전달하고 있으니, 기다려 보자"고 말했다.

 

한편, 십정2지구 주민들은 이달 21일 LH 본사에서 항의 집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십정2주거환경개선사업#LH 공사#대한주택공사#조진형의원#인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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