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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3일 저녁 8시]

 강경근 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가 3일 오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강경근 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가 3일 오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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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근 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정권 재창출' 발언에 대해 "문제가 되겠다는 생각은 했다"고 밝혔다.

강 후보자는 4일 오후에 속개된 국회 행안위 인사청문회에서 홍재형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홍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사유가 '열린우리당의 집권을 돕겠다'고 말한 것이 정치적 중립을 이탈했다는 판단 때문 아니냐"며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정권을 재창출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것은 탄핵감 아니냐. 앞으로 중앙선관위원이 되면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이냐"라고 물었다.

이에 강 후보자는 "중앙선관위원이 됐을 때의 입장 말고, 지금의 제 입장을 말씀드리면 안 되겠느냐"면서 허락을 구한 뒤 "(이 대통령의 발언을 보도한) 신문 기사를 보는 순간 '문제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은 했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의 '정권 재창출' 발언이란 지난달 30일 한나라당 최고위원단과의 조찬간담회에서 "지난 10년간의 일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5년으로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를 계속 지켜나가고 대한민국을 선진국가로 만들기 위해서는 한나라당이 정권을 계속 창출해야 한다"고 말한 부분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추천으로 중앙선관위원 후보로 지명된 강 후보자가 이 대통령 발언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셈. 강 후보자의 답변이 돌발적이라고 느꼈는지 조진형 위원장은 "위원장으로서 말씀드리는데, 지금 특정 정당에 어떤 상처가 갈 수 있는 답변은 함부로 하시면 안된다. 잘 생각해서 답변하시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강 후보자의 답변은 사실상 '억지 춘향'으로 나온 측면이 있다. 이날 민주당 의원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강 후보자가 탄핵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각종 기고글을 인용했다. 자신의 글에 나타난 논리에 맞춰가다 보니 이 대통령 발언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겠다'는 발언을 얻어낸 셈.

이날 강 후보자는 여러 차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위해 싸워왔던 나의 과거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각종 언론 보도들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자신의 모습과 일반적인 평가가 너무 보수 편향적이라는 것을 알게 돼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위장전입 3번' 인정... 무단전출로 인한 직권말소 사례도

 강경근 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가 3일 오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강경근 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가 3일 오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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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곧이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위해 싸워왔던' 강 후보자의 과거에서도 위장전입 의혹이 발견됐다.

김유정 민주당 의원은 "강 후보자의 학문적 소신은 1989년에 이미 무너졌다. 오늘 과거가 무너졌다고 억울할 이유가 없는 것 같다"며 강 후보자의 위장전입 사실을 들춰냈다.

김 의원에 따르면 강 후보자는 89년 6월 24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읍 구갈리로 전입했다가 한 달 여 만에 전출했다. 전입한 주소는 운전학원으로 명백한 위장전입이었다. 강 후보자의 해명은 용인 소재 내무부 지방행정연수원 강의를 나가던 중 운전면허 취득을 위해 주소지를 옮겼다는 것이었고, 당시는 주소지에서 면허를 취득해야 했던 것이 사실이다.

김 의원이 89년의 위장전입 사실을 지적하자 강 후보자는 "그대로 인정한다 해명할 것이 없다. 그때 당시 생각을 잘못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2번의 위장전입 의혹을 더 제기했다. 90년 3월 동작구 사당동 대림아파트에 강 후보자와 차남만 전입한 후 두 달여 만에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로 다시 전입한 것을 거론했다. 온 가족이 함께 전입한 이 아파트에서는 실제 거주하지 않은 것이 확인돼 92년 2월 무단전출로 인한 직권말소 처분을 받았다.

짧은 기간 동안 전출입을 반복하면서 강 후보자의 자녀들은 전학을 다니지 않고 이전 거주지인 동작구 사당동 영아아파트 부근의 신남성 초등학교를 계속 다녔다. 부모가 번갈아 아이들을 데려다 줬다는 것이 강 후보자의 해명이다.

김 의원은 "강 후보자가 강조해온 헌법정신과 법치주의, 법질서 확립은 25년 전에 이미 무너졌는데 무슨 평생의 소신인 것처럼 말씀하느냐"며 "위장전입은 사소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많은 공직 후보들이 위장전입으로 인해 낙마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주민등록법을 3번 위반한 것을 인정하시느냐"고 물었고 강 후보자는 "네"라고 답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는 의원들의 요구 자료가 하루 전 오후 3시에서야 제출되는 바람에 준비시간이 부족했다는 의원들의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1신 : 3일 오후 3시 33분]

43평형 아파트 가격이 겨우 2600만 원?
친MB단체에 "이름만 올리고 활동 안해"

 강경근 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가운데)가 3일 오전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진권, 강경근, 구욱서 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
 강경근 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가운데)가 3일 오전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진권, 강경근, 구욱서 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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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중립성 논란을 빚고 있는 강경근 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숭실대 법대 교수)에 대해 부동산 취득세 탈루 및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과 차남의 사법시험 통과를 전후해 사법시험 문제은행 출제위원으로 활동한 의혹이 제기됐다.

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구욱서·김진권·강경근 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에 대해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이명수 자유선진당 의원은 강 후보자가 아파트 구매 과정에서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취득세를 탈루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강 후보자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삼성청담공원아파트와 동작구 노량진동 신동아리버파크에 각각 1채씩의 아파트를 갖고 있다. 이 중 신동아리버파크 전용면적 114.75㎡(약 43평형) 아파트에 부과된 취득세가 턱없이 낮은 것.

이명수 "2600만 원짜리 아파트?" ... 강경근 "구청에서 하라는 대로"

이 의원에 따르면, 강 후보자는 2001년 이 아파트를 취득하면서 52만2980원의 취득세를 냈다. 당시 취득세 기준은 매입가의 2%이므로 아파트 매입가격은 2600만원 정도로 추정된다.

"2600만 원짜리 43평 아파트가 성립할 수 있느냐"는 이 의원의 질의에 강 후보자는 "내가 처음 산 아파트이고 구청에서 하라는 대로 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2001년 당시 공시지가 기준 신고가 관행이었다 하더라도 강 후보자가 낸 취득세는 턱없이 낮다. 이 아파트의 2003년 공시지가는 2억5000만 원, 2009년 현재 공시지가가 4억5000만 원이고 실거래가는 6억7000만 원에 달하기 때문. 취득세를 적게 납부하기 위해 공시지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매매계약서를 작성한 의혹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그러나 강 후보자 측에서 이 부분에 대한 적절한 해명자료를 내놓지 않고 있어 의혹은 더 커진다. 강 후보자는 이 2채의 아파트 매매계약서를 제출하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서 서면 답변을 통해 "이사를 오면서 책과 함께 분실해 지금은 보관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강경근 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가 3일 오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강경근 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가 3일 오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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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강 후보자는 지난 2006년 3월 7일자 <세계일보>에 기고한 시론에서 공직자 재산 신고 제도의 맹점을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최근 공개된 공직자 재산 내역은 실소를 자아낸다, 특히, 부동산 신고 가격은 실제 거래가액에 한참이나 미치지 못하는 반액 또는 3분의 1의 세일가이다. 이는 부동산 매매 등의 변동 상황이 없으면 그 가액의 변동 내역은 신고하지 않아도 되는 법의 맹점 때문이다. 공직자 보유 주식도 관련 업무에 관련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의원은 강 후보자가 차남의 사법시험 통과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강 후보자의 차남은 2005년 2월 27일 사법시첨 1차시험에 응시해 합격했는데, 법무부의 자료에는 강 후보자가 이보다 5개월 앞선 2004년 9월 사법시험 제1차시험 문제은행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것으로 나온다.

강 후보자는 "내가 심사한 것은 그 전해에 문제가 제대로 출제됐느냐 하는 것이었고 1차시험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1차시험 출제는 합숙을 통해 하게 되는데 나는 전혀 참석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친MB단체, 명의만 올리고 활동 안 했다" ... 본인 명의 기고글도 "나는 안 썼다"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강 후보자는 자신이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이명박 대통령 지지성향 단체들에 대해 "명의만 올리고 활동하지 않았다"면서 자신이 쓴 것으로 돼 있는 일부 신문 기고도 부정했다.

구욱서·김진권·강경근 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를 대상으로 열린 이날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는 과연 강 후보자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수 있느냐에 집중됐다. 최규식 민주당 의원은 강 후보자가 헌법포럼, 나라선진화·공작정치분쇄 국민연합, 선진화국민회의 등의 단체에서 활동한 내용이 왜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요청안에는 빠져 있는지를 물었다.

강 후보자의 답변은 "명의는 그렇게 돼 있다", "그 단체가 없어졌고 나는 (그 단체에서 활동한) 기억이 전혀 없었다", "내가 (직접) 활동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최 의원은 "경력란에는 활동한 단체가 없어도 다 기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강 후보자가 명의를 올렸다는 단체들은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드러내놓고 지지한 단체로 정치적 성향이 대단히 치우친 단체"라고 지적했다.

강 후보자는 "나라선진화·공작정치 분쇄 국민연합이라는 단체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고 단체의 정관을 본 적도 없고 위촉장을 받은 적도 없다"며 "내 불찰이라면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 나와 친한 교수가 '이 단체에 가입해주면 어떻겠느냐'고 물어본 것을 승낙한 불찰이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 의원은 강 후보자가 쓴 신문 칼럼 내용을 언급하면서 노골적인 친 이명박 정부 성향을 지적했다. 예로 든 것이 2008년 7월 8일 <문화일보> '오피니언'에 쓴 칼럼. 최 의원은 강 후보자가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더 인정돼야 한다고 한 국제앰네스티는 잘못 본 것"이라며 "국가와 헌정의 앞날을 흐리는 것은 언제나 극소수의 일부다. 데모로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쓴 부분을 읽어줬다.

이에 대해 강 후보자는 "앰네스티 글은 내가 쓴 적이 없다"며 자신의 이름으로 나간 이 글을 부인했다.

"BBK 수사 반대 촛불집회 하지 않았다" ... 여당 의원도 "답변 군색하다"

 강경근 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가 3일 오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깍지 낀 손으로 턱을 괴고 있다.
 강경근 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가 3일 오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깍지 낀 손으로 턱을 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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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형 민주당 의원도 강 후보자가 신문에 기고한 글을 바탕으로 강 후보자가 중앙선관위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홍 의원은 강 후보자가 지난 10월 13일자 <문화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우리법연구회 소속 법관들이 재판을 함에 있어 사법 독립성의 징표인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을 따를 것인지, 아니면 연구회가 가질 수도 있는 사조직적 분위기 내지 강령에 영향을 받아 재판을 하는 것은 아닌지"라고 우려한 부분을 문제 삼았다.

홍 의원은 "강 후보자가 이명박 대통령을 위해 활동한 것이 중앙선관위원 활동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보지 않느냐"며 "우리법연구회 사람들을 두고 예측한 것에 대해 자기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예측을 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강 후보자는 "나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을 위해 일한 것이 정말 없다"고 일축했다.

홍 의원이 지난 대선 당시 강 후보자가 이름을 올린 단체가 BBK 수사 반대 촛불집회를 연 것을 문제 삼자 강 후보자는 "나는 (촛불집회를) 하지 않았다. (그렇게 보도된 것은) 틀린 사실이다. 이번에 그런 보도가 있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해명했다.

강 후보자가 자신이 친 이명박 성향 활동을 한 것으로 보도된 것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하자, 여당 의원도 "강 후보자의 답변이 소극적이고 군색하다"고 지적했다.

장제원 한나라당 의원은 "보수적인 분이 중앙선관위에 들어오지 말라는 법이 있느냐. 약간의 좌편향과 우편향이 모여 중앙선관위원회를 이룰 때 갑론을박으로 더 잘 굴러가지 않겠느냐"면서 "자연인으로서는 학문적 양심으로 그런 활동을 했지만, 공직자로서는 객관적 시각을 갖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하는 것이 올바른 게 아닌가 한다"고 핀잔을 줬다.


#강경근#다운게약서#사법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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