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라고 해도 좋고 그냥 돌다리라고 불러도 정겹습니다. 맑은 물 졸졸졸 흐르는 개울을 징검징검 건널 수 있게 띄엄띄엄 놓여진 돌다리를 만났습니다. 돌다리가 없었다면 멀리 돌아가거나 바짓가랑이 둥둥 걷어 올리고 뼛속까지 스며드는 한기를 참으며 건너야 하겠지만 이렇듯 돌다리가 놓여있으니 징검징검 건너기만 하면 됩니다.
돌 사이를 흐르는 물소리가 콧노래만큼이나 경쾌합니다. 콧노래를 부르다보면 맺히는 콧방울을 닮은 물풍선도 이따금 생겨납니다. 그러고 보니 물이야말로 역마살 인생입니다. 흐르고 또 흐르는 것이 물이고, 흐르다 멈추면 생병이라도 나듯 썩어버리니 분주하게 떠돌아야만 하는 게 물의 일생이며 운명인가 봅니다.
역마살이 운명이고 생명인 물을 옭아매듯 가둔다고 하니 4대강사업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게 걱정입니다. 4대강을 살린다는 국책사업이 자칫 사대강사업(死大江 事業), '강을 크게 죽이는 사업'으로 귀결될까봐 걱정입니다.
이런 생각 저런 망상을 펼치며 반듯반듯하게 놓여있는 돌을 거리낌 없이 건너던 발걸음이 움찔하며 멈춰 섭니다. 돌 하나가 기우뚱 기울어져 있습니다. 처음에야 반듯하게 놓았겠지만 개울바닥이 파이며 돌이 기울어지고, 돌이 한 쪽으로 기울어지다 보니 사이가 벌어져 웬만한 걸음으로는 건널 수가 없습니다.
날씨가 좋아 미끄럽지 않을 때는 펄쩍 건너뛰기라도 하면 되지만, 물기가 있어 이끼가 껴 미끄럽거나, 요즘 같은 때 습기가 얼기라도 하면 영락없이 곤두박질을 치기 딱 좋은 조건입니다. 돌다리를 건너다 미끄러지며 곤두박질을 치듯 넘어지는 모습을 상상하니 끔찍합니다.
물에 빠지니 춥기도 하겠지만 잘 못 넘어지기라도 하면 이빨이 부러지거나 턱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팔목이 부러질 수도 있고, 정강이뼈를 다칠 수도 있는 상황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도솔공원 서쪽, 갑천에 놓인 돌다리 기울어져 위험지난 주 토요일, 대전시 서구에 있는 도솔산(공원)과 한참 개발 중인 도안신도시 사이를 흐르는 갑천에 있는 돌다리를 건넜습니다. 갑천을 따라 걸을 수 있는 길은 생각을 하며 걷기에 딱 좋습니다. 경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길이 위험한 곳도 아닙니다. 물이 흐르고, 갈대가 숲을 이루고 있는 조용한 산책로입니다.
성큼성큼 다가가 조마조마한 발걸음으로 건넌 돌다리에서 잠시 멈춰서 있으니 한 가족인 듯 보이는 네 명이 돌다리 쪽으로 다가옵니다. 그러더니 그들 역시 기울어진 돌다리 앞에서는 멈춰 섭니다. 아이들 발걸음으로는 도저히 건널 수 없는지 아빠로 보이는 어른이 가랑이가 찢어지도록 다리를 벌리고 서서 아이들을 하나 하나 건네줍니다.
기울어진 돌을 건넌 아이들은 다시 겅중겅중한 발걸음으로 돌다리를 건넙니다. 누구나 건널 수 있는 돌다리에 복병처럼 숨어있는 것도 아니고 눈에 빤히 보이도록 들어 내놓고 위협이라도 하듯 위험과 사고를 예견하고 있는 갑천의 징검다리가 하루라도 빨리 안전하게 보수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울어진 돌다리를 반듯하게 놓는 건 역마살이 운명인 물길을 막는 것도 아니고, 꼬불칠 만큼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것도 아닐 겁니다. 어떤 사람들이 말하던 떡값도 아닌 껌값 만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니 작지만 빨리 서둘러야 할 일입니다.
덧붙이는 글 | 대전광역시 서구청의 현장 확인과 신속한 조처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