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가장 춥다는데 온갖 짐을 베낭에 꾸려 자전거에 올랐다. 자전거 방랑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떠날 생각이었는데, 정말 안좋은 일 때문에 집을 나서게 되었다. 마지막 남은 관계와 거짓 인연을 내동댕이치고.
그렇게 얽히고 설킨 거미집을 빠져나와 멈추지 않는 거친 생각들과 가슴시린 눈물이 찬바람에 메마를 때쯤 도착한 곳은 지난 여름 찾았던 소래 해양생태공원이었다.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베낭의 무게보다 차가운 악의가 무거워 잠시 페달을 멈추고, 살랑이는 갈대가 우거진 갯골 따라 바닷물이 들어오는 것을 마냥 바라보았다.
사는 게 참 부질없음이 소금끼 머금은 갯바람에 실려와 코끝을 간지럽혔고, 개펄에서 옹기종기 모여 헤엄치며 먹이를 찾는 오리 가족이 너무나 부럽게만 보였다. 그리고 강추위를 몰고온 칼바람에 스러져가는 쓸쓸한 소금창고가 눈에 띄었다.
넓디 넓던 소래염전과 함께 사라져간 소금창고는 앙상한 뼈대와 지붕만 남아 있었고, 그 모습은 마치 갈비살이 훤히 드러나는 나의 작은 몸뚱아리와 상처를 닮았다. 거친 바람에 속수무책인 나의 나약하고 못난 가슴처럼 소금창고 안은 휑하니 볼품없었다.
널빤지 바닥마저 푹 꺼져버린 소금창고는 염전을 빼앗겨, 더 이상 소금을 만날 수 없었다. 그렇게 내 처지와 똑같은 소금창고를 뒤로하고 인연을 끝맺을 시화방조제로 내달렸다. 하지만 더 걱정되는 이가 있어 옥구공원에 이르러서는 내 유일한 소금에게 울며 전화해, 바보같이 뛰쳐나온 것을 책망하며 다시 발길을 돌렸다.
텅빈 소금창고와 같은 내 마음 한편에 아직 남아있는 소금을 악착같이 지키기 위해.
30년 넘게 남몰래 숨죽여 눈물 흘리며 가슴앓이 인생을 살아온 소중한 내 소금을 위해.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다음뷰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