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을 방문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16일 홍콩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을 '수상관광 중심도시'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하였습니다. 2012년부터 서울 한강에서 크루즈선을 타고 중국 칭다오(靑島)와 상하이(上海) 등을 오갈 수 있고, 2016년부터는 서울에서 새만금을 거쳐 제주도를 다니는 크루즈선도 만든다는 것입니다.
서울시 계획에 따르면 2012년부터 운항되는 국제 크루즈선은 5000톤급으로 여의도를 출발하여 시다오(石島)-칭다오(靑島)-상하이(上海)를 운항하는 노선과 여의도에서 웨이하이(威海)-옌타이(煙臺)-톈진(天津)-친황다오(秦皇島)-다롄(大連)을 오가는 2개 노선으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특히 서울시는 수상관광도시 건설을 위해 원효대교와 한강대교 사이에 물 위에 떠있는 수상호텔도 건립할 예정입니다. 수상호텔은 지상 5층, 객실 150개 규모로 컨벤션센터, 쇼핑센터, 면세점, 연회장 등의 부대시설을 갖추고 수상레포츠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합니다.
또 서울시는 인천 영종도-행주대교 남단을 잇는 '경인아라뱃길'과 한강을 연결하는 '서해비단뱃길'을 조성해 2013년부터는 인천에서 여의도-용산-잠실을 오가는 승선인원 100~150명 규모의 50~100톤급 수상버스도 운영할 계획입니다.
오세훈 시장은 한강을 수상도시로 개발함으로써 "서울이 여객, 관광, 크루즈가 한 번에 가능한 동북아 중심의 수상관광도시로 도약하게 되고, 그동안 서울의 관광거점에서 소외돼 온 한강이 관광산업을 이끌어갈 핵심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이 한강 개발을 통해 국제적인 수상도시로 바뀐다? 참 놀라운 계획입니다. 오세훈 시장이 발표한 멋진 조감도를 보기만 해도 가슴이 콩닥거립니다. 그러나 서울시의 수상도시 건설이 타당한 것일까요? 한국의 건설기술이 뛰어나니 조감도대로 만드는 것이야 어려운 것이 아니겠지요. 그러나 이것이 과연 경제성과 안전성에 문제가 없느냐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한강에서 경인운하를 거쳐 인천항까지 돌면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수상도시 개발 계획의 타당성을 검증해보겠습니다.
누구를 수장하려고 5000톤급 크루즈를 띄우는 것인가서울시는 서울과 중국을 오가는 크루즈선의 규모가 5000톤급이 될 것이라 밝혔습니다. 폭 80m의 좁은 경인운하와 낮은 한강 다리를 통과해야 하니 최대한으로 잡은 규모가 5000톤일 것입니다. 5000톤 규모의 배는 어느 정도 크기의 배일까요?
지금 인천항에서는 중국의 여러 도시를 오가는 여객선이 운항 중입니다. 인천항에 가보니 마침 중국을 출항하여 인천항에 입항한 NEW GOLDEN BRIDGE Ⅱ호 여객선이 정박 중이었습니다. 인천항만공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인천항 출입선박 자료를 찾아보니, NEW GOLDEN BRIDGE Ⅱ호는 길이 187m의 2만6463톤급 선적입니다. 중국을 오가는 다른 배들 중 인천과 중국 청도를 오가는 NEW GOLDEN BRIDGE Ⅴ호는 길이 196m의 2만9554톤이고, 규모가 가장 작은 배에 속하는 인천과 중국 연운항을 오가는 자옥란호가 길이 155m의 1만671톤급이었습니다.
넓은 바다를 오가는 국제 여객선은 승객의 안전을 위해 보통 2만 톤이 넘는 규모입니다. 그렇다면 서울시가 계획하는 5000톤급 크루즈선은 정말 보잘것없는 규모입니다. 배가 작다는 것은 바다 풍랑에 이는 낙엽에 불과한 수준임을 의미합니다. 5000톤급은 작은 바람에도 출항하지 못하거나, 또는 출렁이는 파도에 따라 춤을 추는 바다 멀미 제조기가 되겠지요. 과연 누가 추풍낙엽과 같은 5000톤급의 작은 배에 목숨을 걸고 여행을 할지 의문입니다.
세계의 크루즈선은 보통 10만 톤이 넘고, 요즘은 점점 대형화되는 추세입니다. 최근 국내 조선기업인 STX유럽이 핀란드 투르크 조선소에서 만들어 로열 캐리비안에 인도한 크루즈선 '오아시스 오브 더 씨즈'는 축구장 3개 반을 이어붙인 길이에 16층 높이 규모로서 길이 360m에 총톤수 22만5000톤에 이릅니다.
현실이 이러한데 5000톤의 배를 가지고 서울을 국제 관광수상도시로 만들겠다는 서울시의 계획은 승객의 안전과 현실을 무시한 허무맹랑한 꿈에 불과합니다.
어떤 바보가 서울시의 낙엽 같은 크루즈선을 이용할까? 만약 수상 국제도시 건설 계획이 인천시에서 발표한 것이라면 일면 타당성이 있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바다가 없는 서울시가 수상도시를 운운한다는 것이 얼마나 현실성 없는 정치적 발언인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 인천항에 들어 온 여객선이 서울까지 오려면 경인운하를 통과해야 합니다. 인천항에서 경인운하를 거쳐 한강을 거슬러 용산까지 도착하려면 최소 5시간이 소요됩니다. 중국에서 인천항까지만 해도 보통 20~24시간이 소요됩니다. 꼬박 24시간 동안 배를 타고 지친 관광객들이 서울로 오기 위해 또다시 5시간을 지루하게 기다려야 합니다.
인천항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길이 경인운하 단 한 가지뿐이라면 추가되는 5시간이라는 지루함을 어쩔 수 없이 참아야겠지요. 그러나 인천항에서 자동차를 타면 단 한 시간 만에 서울에 도착합니다. 주변 도시들을 눈요기하면서도 금방 서울에 도착할 수 있는 것이지요. 단 한 시간이면 올 서울인데, 어떤 바보가 5시간 걸리는 것을 참고 있을까요?
경인운하를 통해 서울로 오는 5시간 동안 관광객들의 눈을 사로잡을 볼거리라도 있는 것일까요? 경인운하 주변은 둘러선 아파트와 인천공항 철도와 고속도로가 전부입니다. 정부가 경인운하 주변을 아무리 멋진 신도시로 개발한다 한들 역사와 문화가 없는 시멘트 콘크리트 건물들은 관광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없습니다. 이미 중국엔 더 멋진 신도시 건물들이 넘치기 때문입니다.
유럽의 운하 주변 도시에서 수상 관광이 인기가 있는 것은 강을 끼고 역사가 흐르기 때문입니다. 유럽은 연중 강우량이 일정하기에 강변으로 문화와 역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볼거리가 풍부한 것이지요. 그 덕에 많은 관광객이 유럽을 찾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유럽도 한여름에나 관광객이 집중되고 나머지 비수기에는 주로 텅 빈 배가 운항됩니다.
강변 도시가 발달된 유럽에 비해 한강은 어떨까요? 한강은 사방이 숨막힐 듯한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한강에서 유람선을 타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 번 다시는 타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아파트 외에는 볼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지금 한강을 오가는 유람선은 늘 텅 빈 채 승객이 별로 없습니다. 정부가 경인운하를 아무리 잘 개발한다 할지라도 한강만큼도 되지 못할 것입니다. 한강도 볼 게 없는데, 한강만큼도 되지 않는 경인운하를 통해 5시간에 걸쳐 서울까지 온다는 계획은 한강 크루즈선의 텅 빈 미래를 분명하게 보여줄 뿐입니다.
또 비용 측면에서 과연 현실성이 있을까요? 서울시는 크루즈선의 예상 승객을 160명으로 추정합니다. 승무원을 포함하여 겨우 160명의 승객을 태우고 운항하려면 운임은 얼마나 비싸야 할까요? 그렇게 비싼 돈을 주고 오랜 시간을 걸려 고생하느니, 1~2시간 만에 비행기 타고 와서 편안하고 즐겁고 더 경제적인 관광하는 것이 더 났다는 것은 초등학생들도 다 알만한 이야기입니다.
관광선이 오갈 경인운하의 안전성은?서울시가 중국과 서울을 오가는 크루즈선의 규모를 길이 100m, 넓이 20m의 5000톤급의 선박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만한 배가 경인운하를 통과하는데 안전에는 아무 문제 없을까요? 크루즈선의 길이가 100m인데, 경인운하의 폭은 80m에 불과합니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경인운하에는 모래를 실을 운반선 등의 다양한 배들이 오갈 것입니다. 80m의 좁은 운하에서 과연 아무 문제 없을지? 만약 사고라도 난다면 80m 운하 폭보다 더 긴 100m의 선박을 어찌 운반할지? 참 난감 그 자체입니다. 고속도로의 자동차는 바퀴가 아스팔트 위에 정지되어 좁은 곳이라도 문제 없지만, 좁은 경인운하에서 물 위에 떠 있는 배들의 안전을 누가 보장할 수 있을까요?
서울시가 추진하는 길이 100m의 크루즈선은 좁은 경인운하를 다니기에는 너무 크고, 드넓은 바다를 통과해 중국과 한국을 오가기에는 낙엽처럼 너무 작아, 전혀 현실성이 없는 모순 덩어리 그 자체입니다.
썩은 녹색 물로 가득할 경인운하 누가 찾아올 것인가정부가 추진하는 경인운하는 원래 경인지역의 수해를 막기 위한 방수로 공사가 이명박 정부에서 갑자기 운하로 둔갑한 것입니다. 경인운하는 원래 물이 풍부하게 흐르는 하천이 아닙니다. 인위적으로 땅을 파서 수로를 만들고 물을 채운 것입니다.
흐르지 않고 갇혀 있는 경인운하의 수질은 이명박 정부가 그리도 좋아하는 녹색이 될 것입니다. 녹색은 녹색이되 생명의 녹색이 아닌, 녹조류 가득한 썩은 녹색물이 될 것이 너무도 당연한 것입니다.
특히 경인운하가 시작되는 지점 주변은 수도권의 쓰레기를 매립하는 김포 쓰레기장입니다. 사진에서 보듯 경인운하로 변신할 굴포천변에는 매립된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가스들이 발산되는 관이 곳곳에 솟아 있습니다. 경인운하가 완성되면 저 가스관들을 감출 수야 있겠지만, 땅 속에서 쓰레기가 썩어가며 발생하는 가스는 변함없이 경인운하 주변을 맴돌 것입니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혈세를 털어 넣어야 하는가? 서울시가 추진하는 5000톤급 크루즈선은 바다를 운항하기엔 형편없이 작은 배이지만, 경인운하와 한강을 운항하기엔 너무 벅찬 선박입니다. 한강엔 다리가 많기 때문입니다. 서울시는 대형 배가 지나갈 수 있도록 양화대교 교각 간격을 조정하고 구 행주대교는 철거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경제성도 없는 쓸모없는 선박 운항을 위해 멀쩡한 다리를 수리해야 한다니, 여기에 들어가는 돈은 누구 돈일까요?
또 서울시가 2013년부터는 인천에서 여의도-용산-잠실을 오가는 승선인원 100~150명 규모의 50~100톤급 수상버스도 운영할 계획입니다. 이미 밝힌 바와 같이 인천서 서울까지 자동차로 1시간이면 될 거리를 그 누가 5시간 걸리는 수상버스를 타고 다닐까요? 국민 세금만 잡아먹고 결국 폐기처분될 것이 너무도 명백한 사업입니다.
서울이 세계의 국제 관광도시로 탈바꿈한다는 데에 그 누가 반대하겠습니까? 그러나 오세훈 시장이 홍콩에서 밝힌 구상은 전혀 경제성도 없고, 현실성도 없는 국민세금만 낭비하는 정치적 구호에 불과합니다. 한강에 꼭 크루즈선이 떠야 국제 관광도시로 발전하는 것이 아님을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는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4대강의 망령이 서린 경인운하 - 경제성 없는 경인운하 역시 4대강사업과 함께 국가 경제와 환경과 국민을 괴롭히는 망국적 사업입니다. 당장 중지되어야 마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