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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무신경하게 내뱉는 말

.. "이런 아이를 이렇게 방치해도 되는 건가요?"라고 무신경하게 뱉어버리는 의사의 말에 나는 그들을 완전히 '불신'하게 되었다 ..  《기류 유미코/송태욱 옮김-나는 아들에게서 세상을 배웠다》(샨티,2005) 13쪽

"방치(放置)해도 되는 건가요"는 "내버려도 되나요"나 "내팽개쳐도 되는가요"나 "버려 두어도 되나요"나 "모른 척해도 되는가요"로 다듬습니다. "의사의 말에"는 "의사가 하는 말에"나 "의사들 말에"로 손보고, '완전(完全)히'는 '아주'로 손보며, '불신(不信)하게'는 '못 믿게'나 '믿지 못하게'로 손봅니다.

 ┌ 무(無)- : '그것이 없음'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  - 무감각 / 무자비
 ├ 무신경(無神經)하다
 │  (1) 감각이나 느낌 따위가 매우 둔하다
 │   - 보통 무신경한 사람이 아니다
 │  (2) 남의 감정이나 이목 따위를 고려하지 않고 어떤 자극에도 반응이 없다
 │   - 그는 사소한 일에는 무신경한 편이다 /
 │     그 정도의 꾸중을 듣고도 가만히 있는 무신경한 사람이다
 │
 ├ 무신경하게 뱉어버리는 의사의 말
 │(1)→ 생각 없이 뱉어 버리는 의사들 말
 │(2)→ 의사가 생각 없이 뱉어 버리는 말
 │(2)→ 의사가 아무렇지도 않게 뱉어 버리는 말
 │(2)→ 의사가 아무 생각 없이 뱉어 버리는 말
 │(2)→ 의사가 함부로 않게 뱉어 버리는 말
 └ …

세상일을 제대로 돌아보지 않으면 아무런 말이나 함부로 합니다. 세상사람을 찬찬히 살펴보지 않으면 아무런 글이나 섣불리 끄적입니다. 세상흐름을 찬찬히 헤아려야 비로소 말다운 말을 나눌 수 있습니다. 세상물결을 올바로 꿰뚫어볼 줄 알아야 바야흐로 글다운 글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생각을 하면서 들려주는 말 한 마디입니다. 마음을 쏟으면서 꺼내는 글 한 줄입니다. 생각을 하며 꾸리는 하루하루입니다. 마음을 바치며 일구는 우리 삶입니다. 생각이 있는 삶일 때 아름답습니다. 생각이 없는 모양새일 때 볼썽사납습니다.

우리는 우리 삶터를 우리가 살기 좋도록 가꾸어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 삶터에서 살가운 우리 이웃과 오순도순 지내기 알맞도록 돌보아야 합니다. 알맞춤한 삶터요 알맞춤한 보금자리요 알맞춤한 마을이 되도록 힘써야 합니다. 예배당에서만 읊조리는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가 아닌, 언제 어디에서 누구하고나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고 아끼고 돌보며 보듬는 가운데 믿음을 함께해야 합니다.

 ┌ 의사들이 무뚝뚝하게 내뱉는 말
 ├ 의사들이 무덤덤하게 내쏘는 말
 ├ 의사들이 모질게 내던진 말
 └ …

생각이 있는 사람은 마음이 있고, 마음이 있는 사람은 넋과 얼이 있습니다. 생각이 없는 사람은 마음이 없고, 마음이 없는 사람은 넋과 얼이 없습니다.

우리는 생각있는 삶과 마음있는 삶과 넋있는 삶과 얼있는 삶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생각없는 삶과 마음없는 삶과 넋없는 삶과 얼없는 삶으로 뒤틀릴 수 있습니다. 언제나 갈림길입니다. 어디에나 갈림길입니다. 사랑스럽고 믿음직하게 접어들 길이 한쪽이요, 사랑이든 믿음이든 도무지 없는 길이 다른 한쪽입니다.

어느 길로 걸어가시겠습니까. 어느 길을 걸어갈 생각입니까. 나 스스로, 나부터, 내 아이들하고, 내 동무들하고 어느 쪽 길로 접어들 생각입니까.

ㄴ. 무개마차

.. 아미쉬의 마차는 세단 승용차에 해당하는 '덮개가 있는 마차'와 오픈카에 해당하는 '덮개가 없는 무개마차'의 두 가지 형태가 있다 ..  《임세근-단순하고 소박한 삶, 아미쉬로부터 배운다》(리수,2009) 221쪽

"아미쉬의 마차"는 "아미쉬 마차"나 "아미쉬가 타는 마차"로 다듬고, "승용차에 해당(該當)하는"은 "승용차라 할 만한"이나 "승용차라 할 수 있는"으로 다듬습니다. "-의 두 가지 형태(形態)가"는 "-와 같은 두 가지가"로 손질해 줍니다.

 ┌ 무개마차 : x
 ├ 무개(無蓋) : 지붕이나 뚜껑이 없음
 │
 ├ 덮개가 없는 무개마차
 │→ 덮개가 없는 마차
 │→ 덮개 없는 마차
 └ …

'무개'란 지붕이나 뚜껑이 없음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 보기글처럼 "덮개가 없는 무개마차"라 적으면 잘못 쓴 겹말이 됩니다. "무개마차"라고만 적거나 "덮개 없는 마차"라고 적어야 올바릅니다.

 ┌ 덮개있는 마차
 └ 덮개없는 마차

오늘날 우리 나라 맞춤법에서는 '-있다/-없다'를 뒷가지로 삼지 않습니다. 한자 '無-'는 앞가지로 받아들여서 얼마든지 '무개'니 '유개'니처럼 적도록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리하여 "덮개있는/덮개없는"은 받아들이지 않을 텐데, 이러한 꽉 막힌 맞춤법을 고쳐, 우리는 우리 깜냥껏 '-있다/-없다' 말씀씀이를 살리면 한결 나으리라 봅니다.

 ┌ 뚜껑있다 / 덮개있다 / 지붕있다
 └ 뚜껑없다 / 덮개없다 / 지붕없다

모든 자리에서 이처럼 붙여서 새 낱말을 삼기에는 알맞지 않다면, 띄어서 쓰면 됩니다. 꼭 붙여서 써야 하지 않으며, 이와 마찬가지로 굳이 띄어야 하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는 우리 스스로 우리 삶과 물건과 문화를 가리킬 우리 말 이름을 갖추어야 합니다. 우리 말 이름을 생각해야 하고, 우리 말 살림살이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어떻게 이름을 붙일 때 한결 올바르거나 알맞춤한가를 깨달아야 합니다. 어떠한 말마디로 이름을 삼을 때 더욱 손쉽거나 어울리는가를 느껴야 합니다. 어떠한 글줄로 이야기를 펼칠 때 더없이 싱그럽거나 걸맞는가를 헤아려야 합니다.

한국사람이 한국말로 이야기를 합니다. 한국사람으로서 한국글로 생각을 펼칩니다. 우리는 우리가 늘 쓰는 말과 글이 얼마나 한국사람 말다웁고 한겨레 글다운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외마디 한자말#한자#우리말#한글#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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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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