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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미래덩굴의 덩굴손 저들이 있어 하늘로 향할 수 있었을 터이다.
청미래덩굴의 덩굴손저들이 있어 하늘로 향할 수 있었을 터이다. ⓒ 김민수

신약성서에 '만일 이 사람들이 침묵하면 돌들이 소리 지르리라' 하는 예수의 말씀이 있다.
하나님의 뜻과는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는 더럽혀진 예루살렘 성전을 정화하기 위해 나귀 새끼를 타고 예루살렘으로 향할 때에 제자들과 예수를 따르는 이들이 열렬히 환호했다. 무리 중 당시 종교지도자 분파 중 하나인 바리새파 사람이 예수에게 '당신의 제자를 책망하라!'고 할 때에 예수가 그에게 대답한 내용이 그것이다.

당시 '예루살렘 성전'은 부정부패의 온상이었고, 종교지도자들은 하나님을 섬기는 일보다는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데 급급했다. 그들은 예루살렘 성전을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합리화시켜줄 수 있는 파행적인 율법으로 중무장하고 민중들의 호주머니를 탐하는 데만 열중했던 것이다.

청미래덩굴의 덩굴손 상형문자를 보는 듯, 그들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일까?
청미래덩굴의 덩굴손상형문자를 보는 듯, 그들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일까? ⓒ 김민수

예수는 예루살렘 성전을 숙청하지 않으면 그 부패의 사슬을 끊지 못할 것을 알았기에 예루살렘 성전으로 올라갔고, 그곳에서 종교지도자들의 돈줄이 되었던 장사꾼들을 내쫓으시며 하나님의 집을 강도의 소굴로 만든 이들을 질책하였다.

그 일은 예수를 죽이고자 음모를 꾸미는 이들에게는 절호의 기회요, 결국 예수는 종교지도자들의 모함으로 얼마 뒤 십자가형을 당하게 된다. 물론 이렇게 예수의 죽음으로 끝나버리지 않았기에 오늘날 한국에도 크리스천과 교회가 생겼다.

한국교회를 바라보며 예수는 무어라 하실까?
숙청 대상이었던 예루살렘 성전보다도 더 더럽다고 하시지는 않을까? 그리고 이미 그런 예수의 말씀은 이미 사람을 통해 선포되었지만 비웃음거리가 되어버렸으며, 이젠 그 누구도 그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은 아닐까?

청미래덩굴의 덩굴손 나뭇가지를 못잡으면 자기들끼리 부둥켜 안는다.
청미래덩굴의 덩굴손나뭇가지를 못잡으면 자기들끼리 부둥켜 안는다. ⓒ 김민수

성서에는 수많은 암호같은 상징의 언어들이 들어있다.
문학을 하고자 하는 이들이 종교를 떠나 성서를 읽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위에서 간단하게 이야기한 내용도 깊이 들어가 보면 수많은 상징들이 들어있다. 그리고 그 상징들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로 둔갑할 수도 있다.

사람들은 영악해서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한 도구로 모든 것을 사용할 준비가 되어있기때문에, 종종 정 반대의 해석도 아무런 문제의식없이 한다. 정치인들이 정반대의 주장을 하면서도 오로지 '국민을 위하여, 나라의 백년대계를 위하여!'라고 허풍을 치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청미래덩굴의 덩굴손 무슨 모양을 만든듯도 하다.
청미래덩굴의 덩굴손무슨 모양을 만든듯도 하다. ⓒ 김민수

겨울을 재촉하는 가을비가 내린 날 숲의 가장자리에서 청미래덩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청미래덩굴의 수수한 꽃도 본 적이 있고, 새빨갛게 익은 열매도 본적이 있으며, 망개떡이라고 청미래이파리로 감싼 떡을 먹어본 적도 있었다. 그런데 그동안 무심하게 지나쳤던 청미래덩굴의 덩굴손이 보였다.

덩굴식물들은 덩굴손이 있어 하늘로 향할 수 있고, 몸을 지탱할 수 있다.
맨 처음 덩굴순은 아가손처럼 부드럽지만 일단 무언가를 부여잡으면 신속하게 단단해지고 굳어진다. 그 굳어짐이 얼마나 단단하냐면 이렇게 가을비 부슬부슬 내린 날 다른 가지들은 촉촉하게 젖어드는데도 불구하고 물기를 머금고 부풀지를 않는다.

청미래덩굴 청미래덩굴 이파리로 싼 떡을 망개떡이라고 한다.
청미래덩굴청미래덩굴 이파리로 싼 떡을 망개떡이라고 한다. ⓒ 김민수

무슨 상형문자를 보는 듯 했다.
우리에게 무슨 말인가 하는 것이 아닌가 착각을 했다.

왜 그렇게 보였을까?
이미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는 내용들, 그것이 불쾌한 것이든 그렇지 않은 것이든 간에 이미 정답이 나와있는 것들이 많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정답을 향해 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아무리 문제점을 지적하고, 말해도 힘있는 자들은 어떤 편법을 구사해서라도 자신들의 입장을 밀어부치려고 한다.

예수 당시 부패했던 종교지도자들이 이런저런 율법조항을 제멋대로 만들어 그것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했던 것처럼, 민중들은 도저히 지킬 수 없는 법조항들을 만들어 죄의식에 찌들려 살아가게 하고, 그 죄를 씻는 방법을 세세하게 알려줌으로써 불법적인 돈벌이를 합리화시켜가던 것처럼 오늘 우리 대한민국의 법도 고무줄이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싶어 마음이 아프다.

청미래덩굴 무얼 잡고 싶었을까?
청미래덩굴무얼 잡고 싶었을까? ⓒ 김민수

불법을 저지른 당사자들이 고위직 공천을 받는 것은 기본이고, 불법이지만 법이고, 법이지만 자기들 편의를 위해 언제라도 뜯어고쳐도 되는 것이 대한민국의 법이 되어버렸다.

법치국가에서 법을 지키지 않는 일들이 법을 집행하는 자들에 의해 자행되고, 오로지 힘없는 국민들만 철저한 법집행으로 결사의 자유조차도 공무집행방해, 도로교통법 등등의 올가미를 씌우는 우스운 세상이 되어버렸으니, 불법이 판을 치는 사회에서 점점 늘어나는 것은 상징적인 언어들인 것이다.

아, 이젠  저 덩굴손까지도 상징의 언어로 뭔가를 이야기하는 구나 싶은 현실은 무엇인가?
돌들이 소리치기 전에 암호같은 덩굴손이 우리에게 소리치는 것이 아닐까?


#청미래덩굴#상징언어#헌법#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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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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