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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와 전통이 깃든 영암 구림마을. 수많은 한옥에서 세월의 더께를 짐작할 수 있다.
역사와 전통이 깃든 영암 구림마을. 수많은 한옥에서 세월의 더께를 짐작할 수 있다. ⓒ 이돈삼

국립공원 월출산이 우뚝 솟은 전라도 영암은 역사적으로 큰 인물이 많이 난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에 문물을 전한 백제의 왕인 박사가 이 고장 출신입니다. 왕인 박사는 논어와 천자문을 가지고 도예기술자 등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아스카 문화를 꽃피운 인물입니다.

 

영암은 또 풍수지리의 시조인 신라 도선국사와 왕건의 책사였던 고려 최지몽이 태어난 곳이기도 합니다. 한석봉과 어머니가 글쓰기와 떡 썰기 시합을 한 곳도 영암 구림마을입니다. 개성에서 태어난 한석봉은 스승을 따라 영암으로 내려와 이 마을에 있는 죽림정사에 머물며 글씨를 배웠답니다. 한석봉의 어머니가 떡장사를 한 곳은 같은 영암의 독천시장이었다고 합니다.

 

청동기시대 옹관묘가 발견되고 조선시대 토담이 보존돼 있는 영암 구림마을은 헤아릴 수 있는 역사만도 2200년에 이른다고 합니다. 노송에 둘러싸인 '회사정'은 조선시대 구림마을 역사의 주역이자 산증인입니다. 회사정은 향약의 기본정신을 실천할 목적으로 조직된 구림대동계의 집회장소였습니다.

 

대동계는 마을 규약을 어기는 사람은 훈계하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힘을 합치면서 500년 넘게 이어온 동계(洞契). 3·1운동 때는 독립만세를 불렀던 역사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500여 가구가 사는 구림마을은 전체의 3분의 1이 넘는 180가구가 한옥에 살고 있습니다. 현재 '한옥보존 시범마을'로 지정돼 있습니다.

 

 국화로 만든 왕인문.
국화로 만든 왕인문. ⓒ 이돈삼

 왕인국화전시회. 영암 왕인박사유적지에서 펼쳐지고 있다.
왕인국화전시회. 영암 왕인박사유적지에서 펼쳐지고 있다. ⓒ 이돈삼

이처럼 영암은, 특히 구림마을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으로 세월의 더께가 느껴지는 마을입니다. 이 곳에 요즘 진한 국향이 흐르고 있습니다. 형형색색으로 꽃을 피운 국화가 구림마을에 있는 왕인박사유적지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에 선보인 국화가 모두 1억 송이에 이른다는 게 영암군의 설명입니다.

 

국향을 쫓아 발길이 전시장으로 향합니다. 각양각색으로 물든 국화가 왕인박사유적지에 한 폭의 대형 수채화를 그렸습니다. 입구부터서 국화로 단장이 돼 있습니다. 몇 발자국 안으로 더 들어가니 국화로 만든 대형 문과 담장이 반깁니다. 웅장하면서도 화려한 멋을 뽐내는 문은 국화로 만든 왕인문입니다.

 

유적지 곳곳도 온통 국화입니다. 대형 아치도 세워져 있습니다. 내년 10월 영암에서 열릴 F1국제자동차경주대회를 알리는 경주용 자동차도 국화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국화로 만든 팔각정과 대형 하트, 한반도 지도 등도 눈길을 끕니다. 국화로 여러 가지 동물모형을 만들어놓은 국화동물원과 국화로 만든 미로가 보입니다.

 

 월출산을 배경으로 선 왕인박사 동상.
월출산을 배경으로 선 왕인박사 동상. ⓒ 이돈삼

 국화와 천자문. 왕인박사유적지에 있다.
국화와 천자문. 왕인박사유적지에 있다. ⓒ 이돈삼

누렇게 물든 잔디밭에도, 단풍으로 곱게 물든 단풍나무 아래도 국화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비석에 새겨놓은 천자문에도 국향이 묻어납니다. 월출산을 배경으로 선 왕인박사 동상 부근에도 온통 국화입니다. 국향에 왕인 박사도 취하는 것만 같습니다. 실내 전시관은 국화동호인들의 작품으로 가득합니다. 현애작, 다륜대작, 옥국, 분재국 등 다양합니다.

 

전시회를 찾아온 사람들은 모두 꽃의 아름다움에 반한 표정입니다. 대형 수채화 속을 돌아다니는 그들의 마음속도 금세 색색으로 물드는 것만 같습니다. 가을의 낭만과 국화의 자태에 취한 관광객들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댑니다. 늦가을도 국향에 취해만 가는 것 같습니다.

 

국향이 가족 간의 사랑도, 친구 사이의 우정도 더 돈독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행사장에서 맛본 국화차 한 모금이 안팎에서 옥죄는 고통을 잠시 잊게 해줍니다. 지쳐만 가는 몸과 마음도 위로해 줍니다.

 

 국화로 세운 왕인문.
국화로 세운 왕인문. ⓒ 이돈삼

 노란색 국화로 물든 왕인박사유적지.
노란색 국화로 물든 왕인박사유적지. ⓒ 이돈삼

주말과 휴일엔 국화 외의 볼거리도 마련된다고 합니다. 14일(토) 오후 2시엔 가수 추가열, 윤태규 등이 출연하는 국향콘서트가 준비된답니다.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3시부턴 테마체험 프로그램인 '왕인기행'도 펼쳐집니다. 왕인박사가 일본으로 건너가는 장면을 춤과 무용, 음악으로 연출한 초빙극 '왕인박사 일본가오!'도 볼 수 있습니다. 백제의상 체험도 재미를 더합니다.

 

국화전시회는 앞으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전시기간은 오는 22일까지입니다. 전시회가 끝나기 전에 왕인박사유적지에 찾아가 보면 좋겠습니다. 곳곳에서 묻어나는 세월의 더께와 함께 형형색색의 국화와 진한 국향까지 한꺼번에 느껴보면서 늦가을의 서정을 만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왕인박사가 일본으로 건너가는 장면을 표현한 초빙극 ‘왕인박사 일본가오!’. 유적지 안에서 토·일요일에 공연된다.
왕인박사가 일본으로 건너가는 장면을 표현한 초빙극 ‘왕인박사 일본가오!’. 유적지 안에서 토·일요일에 공연된다. ⓒ 이돈삼

영암에는 국화전시 말고도 가볼만한 곳이 많습니다. 국립공원 월출산(809m)은 빼어난 풍광을 지닌 산입니다. 보통의 산들과 달리 평지에 우뚝 솟은 월출산은 마치 거대한 기암괴석의 바위산을 뚝 떼어놓은 것 같은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장중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고스란히 감상할 수 있는 보기 드문 명산입니다. 특히 억새가 지천이어서 늦가을 산행지로 좋습니다.

 

이 산이 품고 있는 천황사지, 대웅전이 복원된 도갑사, 구름다리 등도 마음을 앗아가기에 충분합니다. 늦가을의 서광목장 풍경도 낭만적입니다. 친환경 농촌마을인 원행정마을이나 천년고찰 도갑사에서 하룻밤을 묵는 것도 좋겠습니다. 역사와 전통이 깃든 마을에서 하룻밤은 정말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해줄 것입니다.

 

 천인천자문 비. 왕인박사유적지에 세워져 있다.
천인천자문 비. 왕인박사유적지에 세워져 있다. ⓒ 이돈삼

 왕인박사가 마셨다고 전해지는 성천. 왕인박사유적지에 있다.
왕인박사가 마셨다고 전해지는 성천. 왕인박사유적지에 있다. ⓒ 이돈삼

덧붙이는 글 | ☞ 왕인박사유적지는 전라남도 영암군 군서면에 있습니다. 호남고속국도 광산나들목에서 13번국도(나주·영암 방면)를 따라 영산포와 신북, 영암을 거쳐 구림마을로 가면 됩니다. 서해안고속국도를 이용할 경우 목포나들목에서 2번국도(강진·순천 방면)를 따라 가다가 독천에서 지방도 819호선으로 바꿔타면 금방 구림마을에 닿습니다.


#왕인박사유적지#영암#왕인국화전시회#구림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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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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