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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에게 사랑받는 브랜드의 51가지 진실 브라이언 틸, 도나 헤클러 지음. 시그마북스
고객에게 사랑받는 브랜드의 51가지 진실브라이언 틸, 도나 헤클러 지음. 시그마북스 ⓒ 윤석관

나는 명품을 싫어한다. 그것을 좇는 명품족을 바라보는 것도 불편하다. 왜냐하면 '자본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광고에 의해서 전략적으로 '포지셔닝' 된 브랜드. 눈에 보이는 제품보다 훨씬 더 많은 의미를 함축시켜 놓은 브랜드가 만들어낸 요상한 허상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그런 만들어지는 이미지 자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범람하는 제품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기업 간의 차별화 전략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런 제품에 대해서 고급이미지를 담보로 터무니없는 가격을 요구하는 경우(500만 원짜리 명품 지우개라든가 몇 천만원짜리 심지어 억대에 달하는 명품 의류들)나 그런 만들어진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이 바로 사회의 지배층이 되는 것이라고 해석하기를 원하는 관점을 싫어한다.

 

'인간은 돈으로서 자신의 가치를 드러낼 수 있고, 비싼 제품이 가지는 영향력을 통해 자부심을 만들어 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아니오'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현실은 '그렇다'이다. 이런 질문에 아마도 찬반이 분분할 것 같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여러 매체들은 우리들에게 현실을 인정하라고 속삭이는 듯하다.

 

케이블 방송국 tvN에 '롤러코스터'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우연히 이 프로그램을 통해 '동성친구 만남'이라는 주제로 현 시대를 풍자하는 상황극을 본 적이 있는데, 여성들의 동성친구 만남 탐구가 참 가관이었다. (남성들의 만남 탐구도 역시나 가관이었다.)

 

그녀들의 일상을 지켜보니 친구를 만나러 나가는 것인지 아니면 자기가 새로 구입한 옷이나 상품을 자랑하러 나가는 것인지 도통 알 수 없는 만남이었던 것 같다. 새로 구입한 명품 선글라스를 잘 보이게 하려고 테이블 위로 슬쩍 올리는 장면에서 쓴 미소가 피어올랐다. 게다가 셀카질까지……. 모든 활동이 보이기 위한 활동이 되는 것 같아서 프로그램을 보는 내내 씁쓸함을 금할 수 없었다.

 

이처럼 현재 사회는 개인의 자의식이 매우 강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해서 개성을 중시하고 개성이 중요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개개인들은 자신의 브랜드를 창출해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그저 남들에게서 뒤떨어져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이 입고, 먹고, 사고, 타는 모든 제품이 남들과 비교했을 때, 우월하거나 동등하기를 원한다.

 

이 책이 이야기하는 '브랜드의 51가지 진실'은 바로 이런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브랜드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기라도 하듯이 터무니없이 큰 '51가지'의 제목은 사실상 이 책에 약간의 거품을 주입한 것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따라서 크게 겁먹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마케팅관련 책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51가지의 목차를 하나씩 읽어나가다 보면 센바람이 불어 닥칠 때의 해변의 풍경처럼 핵심적인 브랜딩의 파도가 지속적으로 물결치는 것을 깨닫는다. 그것이 바로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반복의 힘이다. 그것을 생각나는 대로 써보면 이렇다.

 

다른 브랜드보다 결코 뒤떨어져 보이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을 사용할 소비자들이 그 제품을 사용하면서 남들에게 떳떳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가격이나 기타 여러 가지 조건을 평균 이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브랜드는 사절이다. 소비자들이 이 상품을 사용했을 때, '나는 어떤 사람이다'라는 메시지를 확실히 전달할 수 있는 성질의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회사들도 그들이 만들어내는 상품에 일관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혹여나 확장을 할 생각이라면 브랜드명을 달리 해서 다른 각도로 소비자들을 공략할 것을 추천한다.

 

사람보다 더욱 화려한 브랜드는 사절이다. 소비자들은 그들이 사용하는 브랜드를 통해 자신을 알리는 것에는 동의하나, 자신보다 브랜드가 더 사랑받는 꼴은 못 본다. 그러므로 브랜드를 기획할 때, 너무 브랜드의 자의식에 빠지지 말길 바란다. 왜냐하면 브랜드의 자의식은 아무리 발버둥쳐봤자 그것을 구매하고 사용하는 사람의 자의식보다는 못하다.

 

현실적인 안목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고, 인정하기 싫었던 부분이 있었지만 이것이 바로 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이 책을 읽는 우리들. 브랜드 제품을 사용하는 우리들. 역시 브랜드를 판단해보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더 나아가서 우리를 알리는 데 이런 기준들을 적용시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카페에서 나는 '시크단예'라고 불린다. 이모티콘도 역시나 시원시원한 야구하는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조금 마음이 동해서 새로운 이모티콘으로 인사를 드렸더니, 혹자는 변태스럽다고 놀린다. 그런 순간에 이 책을 읽게 되었고, 깨달은 바가 있어서 다시 바꿔놓았다.

 

이 책에 따르면 나는 아무래도 나의 브랜드를 일관성 있게 유지하는 것에 실패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시크함' 이 무기였는데, 알 수 없는 촐랑거림은 용서할 수 없는 행동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살짝만 바꿨다. 야구하는 소년과 시원시원한 이미지는 그대로 놔두었다. 다만 방망이를 휘두르는 소년에서 공 던지는 소년으로 바꿨다. 난 여전히 '시크단예'다. 시크함으로 북카페를 정복할 때까지 쭈욱 이어질 것이다. 언제까지 시크해야 할는지. 후우…….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네이버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고객에게 사랑받는 브랜드의 51가지 진실

도나 헤클러 외 지음, 손은희 옮김, 시그마북스(2009)


#고객에게 사랑받는 브랜드의 51가지 진실#브라이언 틸#도나 헤클러 #시그마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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