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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순 KBS 사장이 12일 오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를 받기 앞서 고흥길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이병순 KBS 사장이 12일 오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를 받기 앞서 고흥길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 남소연

"KBS 노동조합이 KBS 신임 사장의 자격조건을 명확히 발표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결격사유가 있는 사람은 KBS 사장공모에 응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논의되는 인물을 일일이 직접 거명하지 않더라도 노동조합이 내건 5대 조건과 5대 불가조건을 보면 알 것이다."

KBS노동조합(위원장 강동구)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병순 사장 이후 새로 선임될 KBS 사장의 5대 조건과 5대 불가 후보를 발표했다.

이들이 발표한 5대 조건은 ▲독립성 ▲공공성 ▲도덕성 ▲전문성 ▲통합성이며 불가후보 조건은 ▲정치권 연루자 ▲반 공영론자 ▲각종 비리 연루자 ▲방송·경영 비전문가 ▲불통·갈등 조장자이다.

강동구 KBS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번 5대 조건과 5대 불가조건은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적이며 높은 도덕성이 수반된 방송전문가를 뽑기 위한 것"이라며 "KBS 구성원들의 자발적 창의력을 이끌어내는 리더십을 갖춘 인사를 뽑아 사회통합에도 적극 기여해온 인물이 사장직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또한 강 위원장은 "역대 KBS 사장 선임은 정권의 사전 내정설이 나돈 인물이 이사회에서 최종 후보로 결정돼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되는 '선 내정, 후 제청' 방식으로 끊임없이 낙하산 논란에 시달렸다"며 "이는 방송의 공정성에 악영향을 초래해왔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KBS 사장의 정치적 독립성 훼손은 영향력과 신뢰도 향상에 늘 걸림돌로 작용해왔기 때문에 노동조합은 민주적 사장 선임절차 확립과 낙하산 논란 재연 방지를 이번 새 사장 선임 정국의 최대 목표로 삼았다고 밝혔다.

특히 KBS 노조는 이사회에 사장 선임을 위한 6대 요구사항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들은 KBS 이사회에 ▲사장추천위원회 운영 ▲특별다수제(2/3나 3/4 찬성) 적용 ▲사장공모제 실시 ▲공모신청자 공개 ▲평가기준 제시 ▲공개면접 실시 등을 이번 사장 선임에 적용해달라고 요구했다.

노동조합의 실천력이 약하다?

그러나 KBS 노동조합은 임기 1년 2개월간 신뢰도와 시청률 하락, 정권비판 시사프로그램 폐지 등 숱한 문제점을 노출한 이병순 사장 연임 문제에 대해서는 지난 20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로 갈음하는 분위기다. 다음 달 23일 이 사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시기까지는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보장된 임기 안에 물러나라고 요구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월권이라는 것이다. 

최재훈 KBS노조 부위원장은 "76.9%의 내부 구성원이 이병순 사장의 연임에 반대하고 있다"며 "이 같은 내부 구성원의 반대는 KBS이사회가 이병순 사장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존중돼야 할 평가기준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이어 최 부위원장은 "노조가 이병순 사장의 재공모 자체를 반대할 수는 없다"며 "그것은 개인의 자유"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사장은 사내 여론조사 결과로 충분히 스스로 결단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병순 사장의 공모를 아예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노동조합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노동조합의 태도에 대해 KBS 내부에서는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정연주 사장의 강제해임 이후 선임돼 정권편향적 보도로 인한 신뢰도 추락의 주범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병순 사장의 퇴진문제에 대해 눈감고 있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KBS의 한 관계자는 "노동조합의 실천력이 담보되지 않는 게 문제"라며 "현안이 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비켜가고 추상적인 데만 매달려 있으니 중대국면에서 노동조합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자못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76.9%의 사원들이 반대하는 사장에 대해 노동조합이 아무런 행동 없이 그가 스스로 선택하기만을 기다린다는 것은 그 자체로 무료한 일"이라며 "이 분위기가 굳어지면 이병순 사장의 연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 되고 말 것"이라고 관측했다.

노동조합이 사원들의 비판여론을 등에 업고 실천적으로 행동할 때만이 이병순 사장도 움츠러들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그런 활동 없이 이병순 사장 스스로 선택하기를 기다린다는 것은 감나무에서 감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행동과 다름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KBS 노동조합의 새 사장 선임조건은 매우 미흡한 조처로, 이병순 사장에 대해 들끓는 사내 비판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면피성 행동이 아닌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KBS 이사회는 다음 달 23일 임기가 종료되는 이병순 사장의 후임 사장 공모절차를 위하여 28일 새 사장 후보자의 공모를 위한 구체적 내용을 공고한 뒤 다음달 10일까지 후보자 접수를 받고 서류·면접 심사 등을 거쳐 다음 달 19일 최종 후보자를 확정할 방침이다.


#이병순#KBS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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