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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생각

고향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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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수

예순이 넘은 딸은 봄과 가을이 되면 꼭 갖는 연례행사가 있습니다.
여든이 넘은 친정어머님을 모시고 고향을 찾는 일입니다.

고향엘 다녀온 뒤 친정어머님은 다시 발걸음을 하려면 6개월을 기다려야하는 것에 절망스러워하지만 고향 갈 때가 다가오면 다시 생기가 돈답니다.

딸도 친정어머님을 모시고 고향 가는 것이 참 좋다고 합니다. 딸은 자신의 손을 꼭 잡은 어머니가 친구 같기도 하구요.

고향에 가면 딸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할아버지와 할머니, 큰아버지와 큰어머니 그리고 아버지가 인접한 산에 계신답니다.

산소에 들렸다 동네로 내려가서 사촌 언니집에 머물면서 고향 분들과 안부를 나누고 올라오게 되는 똑같은 고향나들이의 일정이래요. 그렇지만 어머님은 일 년 내내 그 고향 나들이 날만을 손꼽는답니다.

일상의 기억도 깜박깜박하시는 모록(耄碌)하신 어머님에게 고향이 도대체 어떤 곳이 길래 그곳 생각만 하면 팔순의 소녀가 되는 것일까요?

볕 좋은 가을날 제가 눈을 감으면 함께 백발인 두 모녀가 손잡고 고향의 황금물결 사이로 난 오솔길을 걷는 모습이 자꾸 환영처럼 스칩니다. 

동무생각

동무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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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수

가을의 한 복판, 금산리 들판으로 나갔습니다. 보기에도 아름다운 황금물결입니다.

수로를 따라 날아가는 왜가리 한 마리를 눈으로 쫒다가 논둑길의 소실점(消失點)으로부터 다가오고 있는 한 형체를 보았습니다. 자전거를 탄 소녀였습니다. 저는 그 소녀가 점점 제게로 다가와 제 옆을 스치고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시선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그 소녀는 어릴 적 고향을 떠올리게 했고 괜스레 코끝이 시큰하도록 서러운 마음으로 절 몰아갔습니다. 이은상 시인께서 '가고파'에서 회상했듯 '처자(處子)들 어미 되고 동자(童子)들 아비 된' 이 나이가 서러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그 날 그 눈물 없던 때'가 그리웠거나 '세상일 모르던 날'이 그리웠을 것입니다.

"어린 제 같이 놀던
그 동무들 그리워라
어디 간들 잊으리오
그 뛰놀던 고향 동무
오늘은 다 무얼 하는고
보고파라 보고파"

황금들 사잇길로 사라져가 자전거탄 그 소녀가 고향의 동무들에 대한 기억을 눈앞에 아른거리게 했습니다. 저는 참 오랫동안 그 동무들에게 무심했지요.

서재에서 바깥의 가을을 바라보고 있자니 괜스레 죄스럽습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과 홈페이지 www.motif1.co.kr에 함께 포스팅됩니다.



#고향생각#동무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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