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이 된 법고소리가 두둥두둥 춤추고, 따닥따닥 추임새를 넣어가며 깜깜한 밤하늘에 퍼져갑니다. 밤공기는 북소리에 흔들리는데, 사람들의 마음은 뭔가에 빨려 들어가듯 점차 조용해집니다. 북을 두드리는 손놀림에 따라 심장이 쿵쾅거리기도 하고, 멈춰 선 듯 가라앉기도 합니다.
두 분, 하유스님과 구산스님이 번갈아 가며 법고를 두드립니다. 법고를 두드리는 스님들을 따라 그림자가 춤을 춥니다. 법고에 올라선 그림자가 너풀너풀 춤을 춥니다. 한바탕의 법고시연이 끝났습니다.
법고소리보다 더 큰 울림, '내가 날라리'스님에 따라 법고 소리가 달랐습니다. 그러고 보니 하유스님이 잡은 채는 짧았고, 구산스님이 잡은 채는 보다 길었습니다. 하유스님의 법고소리는 보다 신명났고, 구산스님의 법고소리는 수줍음과 애잔함이 있었습니다.
사회자가 법고소리가 다름을 질문하자 하유스님은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단 1초의 머뭇거림도 없이 '구산 스님이 정통이고, 내가 날라리'라고 대답합니다. 구산스님은 불가에 입문하여 전승을 받았지만 당신은 군에서 드럼을 치던 리듬에 신명을 더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다시 한 번 '구산스님이 정통이고, 당신은 날라리'라고 하였습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말로 슬그머니 넘길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꾸밈도 거리낌도 없이 당신을 한 없이 낮춰가며 10년 후배가 된다는 구산스님의 법고를 돋보이게 드러내줍니다.
끊이지 않는 의혹으로 양파에 비유되는 위정자가 득세하는 현실에서 스스로를 낮추고, 말하지 않아도 될 사실까지 말함으로 걸림 없이 살아가는 출가자의 한편을 보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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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고 깜깜한 밤하늘에 울림이 된 법고소리가 둥둥 퍼져갑니다. 밤공기는 북소리에 흔들리는데, 사람들의 마음은 뭔가에 빨려 들어가듯 점차 조용해집니다. 북을 두드리는 손놀림에 따라 심장이 쿵쾅거리기도 하고, 멈춰 선 듯 가라앉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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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윤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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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이라는 틈새로만 본다면 법고를 두드리던 하유스님의 손짓은 날라리였을지 모르지만 당신에게 작은 허물이 될지도 모를 사소함을 밝히는데 스스럼이 없는 하유스님의 언행은 법고소리보다도 더 큰 울림이며 실천입니다.
깜깜하기만 했던 밤이 점차 밝아지는 것은 하늘에 떠 있는 반달 때문만이 아니라, 천진무구하다고 할 만큼 밝고, 맑은 스님들이 마음으로 치는 법고소리가 둥둥거리며 울려 퍼졌기 때문일 겁니다.
덧붙이는 글 | 동영상의 내용은 2009년 10월 12일 봉행된 낙산사 2차 복원불사 회향식 전야에 행사의 일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