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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기억 속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70-80대 노부부가 스피드 퀴즈를 푸는 모습이었습니다. 이걸 보다 엉뚱한 대답에 뒤로 나자빠졌지요.

 

할아버지 : "당신하고 나하고 이렇게 사는 부부를 뭐라고 하지?"

할머니 : "(자신 있게) 웬ㆍ수"

 

할아버지 : "아니 웬수 말고, 네 글자로~"

할머니 :  "평ㆍ생ㆍ웬ㆍ수"

 

정답은 '천생연분'이었습니다. 월하노인이 맺어줬다는 부부지간. 살다보면 생각 변화가 있습니다. 이는 '너 없인 못 살아'에서 '너 땜에 내가 못 살아'로 바뀌는 과정일 것입니다. 이 과정을 제 경우를 빗대 따라가 볼까요?

 

신혼부터 10년차까지, "당신 구제했잖아"

 

"당신은 왜 나랑 결혼했어?"

 

결혼 이후 아내에게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결혼 후 10년까지는 호기롭게, 당당하게 대답했지요.

 

"당신이 결혼 못할까봐. 내가 당신 구제했잖아. 나는 당신 삶의 은인이라고."

 

아내가 활짝 웃더군요. 그러면서 "다시 태어나도 당신과 결혼하겠다"더군요. 기분 째졌죠. 이랬는데 결혼생활 10년을 넘기니 조금씩 바뀌더군요. 저도 당당함이 점차 사라지고, 말투에 힘이 조금씩 빠지더라고요.

 

 부부란?
부부란? ⓒ 임현철

 

결혼 10년에서 20년, "사랑하니까, 인연이니까 결혼한 거지!"

 

결혼 10년차부터 20년까지 답변은 어떨까?

 

"당신은 왜 나랑 결혼했어?"

"…."

 

"왜, 나랑 결혼했냐니까?"

"왜가 어디 있어. 사랑하니까, 인연이니까 결혼한 거지."

 

이러고 맙니다. 그럼, 아내는 '까르르' 웃고 있습니다. 말이 '까르르'지 헛웃음에 가깝습니다. 그러면 속으로 '어휴, 이걸 언제까지 물어볼까?' 그러지요. 아마, 이 질문은 앞으로도 내내 변함없을 겁니다.

 

20년 이후, "총각 귀신 될까봐 결혼했다, 왜"

 

결혼 20년에서 그 이후 답변은 어떨까?

 

"왜 나랑 결혼했어."

"그걸 말로 해야 알아?"

 

그렇지만 '말하지 않아도 아는 건 초코파이 밖에 없다던데…' 뭐 이런 식으로 CF를 빗대가며, 기어코 답을 듣고 싶어 하겠죠.

 

"에~이, 그러지 말고 좋게 이야기 해봐."

"그래. 당신과 결혼 못하면 나 총각 귀신 될까봐 결혼했다, 왜. 이제 됐어?"

 

그리고 씁쓸한 표정으로 생각하겠지요. 자존심이 남아 있다면 '호강시켜 주지 못해 미안하다. 그렇지만 눈 씻고 찾아봐라. 이런 남편 어디 있는 줄 알아?'라고. 그러면 그러겠지요. '호강은 고사하고, 고생이나 그만 시키시지'라고.

 

하지만 전, 아내의 생각이 이랬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희망합니다. '자기가 날 구제해 줬다더니 왜 그래? 힘내. 당신이랑 결혼해서 나는 행복해…'라고.

 

퀴즈를 풀던 할아버지와 할머니 답이 '천생연분'과 '평생웬수'로 엇갈린 건 배우자에 대한 생각의 변화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할아버지 마음처럼, 남자들은 이런 마음으로 살지 않을까?

 

아내들이여, 세월이 갈수록 작아지는 남편에게 부디 힘을 주세요!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와 U포터에도 보냅니다.


#부부#평생원수#천생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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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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