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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까도 까도 의혹은 끝없이 이어진다. 오죽하면 양파총리라 하겠는가?. 그는 정말 추하다. 그의 변명은 더 추하다. 정운찬이란 이름 하나를 듣는 것만으로도 너무 역겹다."

 

어제(14일) 이상민 자유선진당 정책위의장이 낸 '정말 추한 정운찬씨, 당장 총리 그만두라!'는 제목의 성명이다. 일부 언론에 일본 대기업 연구소의 이사를 2년 남짓 했던 사실이 보도된 것이 이런 격한 성명이 나온 계기였다. 그래도 공당의 성명 치고는 너무 심하다 싶었다. 그런데 민심은 그게 아닌 것 같다.

 

야당으로부터 '양파총리'라는 불명예스런 별명을 선사받은 정운찬 국무총리에 대한 의혹 제기가 잇따른 가운데, 국민 4명 중 3명이 의혹이 사실이면 정 총리가 사퇴하거나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여론조사결과가 나왔다.

 

국민 4명 중 3명이 정 총리 사퇴 또는 대국민 사과해야

 

14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따르면, 정운찬 총리의 잇따른 위증 의혹에 대해 '위증이 사실이라면 사퇴하는 게 맞다'는 의견은 47.5%로 절반에 육박했다. '사안이 불거진 만큼 사과 또는 유감 표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27.1%나 됐다(12일 성인남녀 1천명 대상 ARS여론조사,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정운찬 총리 위증 의혹에 대한 여론조사결과
정운찬 총리 위증 의혹에 대한 여론조사결과 ⓒ KSOI

 

이 둘을 합하면 국민 4명 중 3명 꼴인 74.6%가 정 총리에 대해 사퇴 또는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야당의 정치공세이므로 별다른 대응을 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은 16.7%에 불과했다. '잘 모르겠다'는 의견은 8.7%였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인사청문회에서부터 시작된 정 총리에 대한 도덕성 관련 의혹이 끊이지 않으면서 높아진 국민들의 실망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29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열린 제40대 국무총리 취임식에 참석한 정운찬 국무총리.
지난 9월 29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열린 제40대 국무총리 취임식에 참석한 정운찬 국무총리. ⓒ 권우성

정 총리는 서울대 교수 재직시 인터넷 쇼핑몰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고문, 한국신용평가주식회사와 일본 대기업 연구소 이사 등을 하면서 거액의 돈을 받은 사실을 어물쩍 넘어가려 했으나 야당 의원들에 의해 들통이 났다. 공직자의 겸직 금지 등 실정법 위반에다가 국회에서 국민을 향해 거짓말까지 한 셈이다.

 

이로써 정 총리는 공직자로서 가져야할 도덕적 기반이 붕괴된 상태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는 총리가 도덕적 파산자로 전락한 마당에 공직사회의 영이 어떻게 설 수 있고, 어떤 공직자가 총리를 존경하고 믿고 따르겠는가.

 

정 총리에게는 다시 두 가지 선택이 남은 셈이다. 75%나 되는 범국민적 불신과 의혹 속에서도 이를 애써 모른 체하면서 '식물총리'의 길을 갈 것인지--하긴 양파도 식물이긴 하다--아니면 최소한 대국민 사과를 해 용서를 구한 뒤에 직무를 수행할지를 먼저 결정하는 것이 그를 '품위있고 교양있는 대학 총장'으로 믿었던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정운찬#국무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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