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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기념비적인 연구

 

.. 그는 그 후 10년 동안 플로베르에 관한 기념비적인 연구를 하였는데 그 규모는 매우 방대해서 ..  《P.앤더슨/장준오 옮김-서구 마르크스주의 연구》(이론과실천,1987) 118쪽

 

 "그 후(後) 10년(十年) 동안"은 "그 뒤 열 해 동안"으로 다듬습니다. '규모(規模)'는 '크기'로 손보고, '방대(尨大)해서'는 '대단해서'나 '커다래서'로 손봅니다. "플로베르에 관(關)한"은 "플로베르를 다룬"이나 "플로베르를 파헤친"이나 "플로베르를 살핀"으로 고쳐 줍니다.

 

 ┌ 기념비적(記念碑的) : 오래도록 잊지 아니할 만한 가치가 있는

 │   - 기념비적 사건 / 기념비적인 사업 / 기념비적인 업적 /

 │     그의 소설은 당대의 사상이 그대로 반영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 기념비(記念碑)

 │  (1) 어떤 뜻 깊은 일이나 훌륭한 인물 등을 오래도록 잊지 아니하고 마음에

 │      간직하기 위하여 세운 비

 │   - 기념비 제막식 / 참전 기념비

 │  (2) 오래도록 기념하면서 후대에 전할 만한 사실이나 인물, 또는 그 업적을

 │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 공업 단지는 우리나라 산업 발전의 기념비가 될 것이다

 │

 ├ 기념비적인 연구

 │→ 기념비 같은 연구

 │→ 길이 남을 연구

 │→ 야무진 연구

 │→ 뛰어난 연구

 │→ 훌륭한 연구

 └ …

 

 오래도록 잊지 않으려고 기념비를 세웁니다. 기념비란 기리는 빗돌로, 한자말로 적을 때에는 '기념비'일 테지만 토박이말로 적는다면 '기림빗돌'이나 '기림돌'이 됩니다. 우리들은 한자말이고 아니고를 떠나 '기념비'라는 낱말을 쓸 수 있는 한편, 조금 더 마음을 기울여 주면서 '기림돌'이나 '기림빗돌'이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기념비가 될 만한" 연구나 "기념비가 되는" 연구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기념비로 삼을 만한" 연구나 "기념비 같은" 연구라 이야기해도 잘 어울립니다.

 

 말뜻을 헤아려 본다면, 기념비란 오래오래 기리거나 간직한다는 소리이니, "길이 남는"이나 "길이 남을"이나 "오래도록 이어질"이나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을 넣어도 됩니다. 오래도록 이어지는 일이라면 꼭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을지라도 때에 따라서는 "훌륭한 무엇"이 있을 테며 "뛰어난 무엇"이 있다고 이야기해 볼 수 있습니다.

 

 ┌ 기념비적 사건 → 기념비 같은 일 / 기릴 만한 일

 ├ 기념비적인 업적 → 기념비로 삼을 발자취 / 기릴 만한 열매

 └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 기념비 같은 작품이다 / 빼어난 작품이다

 

 길이길이 남을 연구란 어떠한 연구일는지 곰곰이 헤아려 봅니다. 아무래도 '훌륭한' 연구라야 길이길이 남지 않겠느냐 싶습니다. 마땅한 노릇이겠으나 '대단한' 연구쯤 되거나 '놀라운' 연구라 할 만해야 오래오래 두고두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으랴 싶습니다. 야무지게 갈무리하고 야멸차게 다독이며, 다부지게 추스르고 단단히 돌보아야 할 노릇 아닌가 싶습니다.

 

 연구도 말도 생각도 삶터도 사람도 자연도 제 갈 길을 알차게 걸어갈 수 있게끔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고 느낍니다. 깊이 마음쓰고 널리 마음쏟아 하나하나 일구어 가야 한다고 느낍니다.

 

 

ㄴ. 기념비적인 변화

 

.. 독일의 보수적인 헬무트 콜 정부가 1991년 포장법을 통과시킨 것은 기념비적인 변화였다 ..  《헤더 로저스/이수영 옮김-사라진 내일》(삼인,2009) 277쪽

 

 "독일의 보수적인 헬무트 콜 정부"는 "독일에서 보수 쪽인 헬무트 콜 정부"나 "독일에서 보수당인 헬무트 콜 정부"로 다듬어 봅니다. "포장법을 통과(通過)시킨 것은"은 "포장법을 통과시킨 일은"이나 "포장법을 이루어 낸 일은"으로 손질하고, '변화(變化)'는 '달라짐'이나 '새모습'으로 손질해 줍니다. 글흐름을 헤아려 본다면, 이 대목에서는 '변화'보다 '놀라운 모습'이나 '뜻깊은 모습'이라고 적을 수 있습니다.

 

 ┌ 기념비적인 변화였다

 │

 │→ 기념비 같은 변화였다

 │→ 기념비라 할 만한 모습이었다

 │→ 기념비를 세울 만한 모습이었다

 │→ 기념비로 삼을 만큼 달라진 모습이었다

 │→ 기념을 할 만큼 새로워진 모습이었다

 └ …

 

 어릴 때부터 기념우표를 바지런히 모았습니다. 우표는 기념우표와 보통우표 두 가지로 나오는데, 보통우표는 자그마한 크기로 돈크기만 달리한 종이조각이고, 기념우표는 해마다 몇 가지 날을 뽑아서 널리 기리는 한편 우정사업본부가 우표를 팔아 돈을 버는 구실이었습니다. 같은 우표이지만 편지를 보내는 몫만 맡은 보통우표는 그리 예쁘장하다고 느끼기 어려웠고, 날짜에 맞추어 나오는 기념우표는 예쁘장하고 볼 만하다고 느꼈습니다. 어릴 때에 우표를 모으면서 보통우표보다는 기념우표에 좀더 눈길이 쏠렸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기념우표는 '봉투에 붙어 도장이 찍힐 일이 드물다' 보니 우표 발자취를 살필 때에 그리 도움이 되지 않아 '우표로 값어치가 떨어진다'고 했습니다. 보통우표는 '모으는 데'에는 거의 쓰이지 않고 실제로 '봉투에 많이 붙고 도장이 찍히기' 마련이니, 보통우표가 붙은 봉투가 훨씬 값어치가 있으면서 재미가 있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봉투에 붙은 우표를 가위로 오려서 물에 불려 우표만 떼어냈'는데, 이렇게 하면 우표 발자취를 살필 때에 도움이 안 된다고 뒤늦게 깨달으면서 기념우표에 치우치던 눈길이 부끄럽다고 느꼈습니다. 보통우표에 담긴 더 너른 뜻을 시나브로 알아 가며 예전에 물에 불리던 우표와 봉투가 더없이 아깝고 아쉽다고 느꼈습니다.

 

 우리 삶을 돌아볼 때에 기리는 나날 며칠이나 하루는 무척 뜻이 있습니다. 태어난 날이든 손뼉치며 기뻐할 날이든 기리는 날은 뜻깊습니다. 혼인을 기리는 날이든 나라가 빛을 본 날이든 무척 뜻깊습니다. 그러나 우리한테는 그날 하루뿐이 아닌 '여느 나날(보통 나날)'을 허투루 보낼 수 없습니다. 기리는 나날에는 더욱 드높이 기리며 더욱 즐거이 맞이해야겠지만, 여느 나날에도 우리 마음과 매무새를 알뜰히 추스르면서 기리거나 모시는 뜻을 고이 갈무리해야 한다고 느낍니다.

 

 해마다 맞이하고 돌아가고 지나가는 한글날을 헤아릴 때에도, 적잖은 이들은 이날 하루만 우리 말과 글을 돌아보는데, 이날 하루조차 우리 말과 글을 돌아보려 하지 않는 사람이 훨씬 많지 않느냐 싶어요. 그러니, 여느 날에 우리 말과 글을 헤아리거나 돌아보는 이는 얼마나 될까요. 여느 날부터 우리 말과 글을 옳고 바르고 알맞고 싱그러이 쓰려고 하지 않는데 우리 말글 문화는 어디로 나아갈까요.

 

 ┌ 널리 기릴 만한 새모습이었다

 ├ 두루 기릴 만한 새모습이었다

 ├ 눈부신 새모습이었다

 ├ 대단한 새모습이었다

 ├ 놀라운 새모습이었다

 ├ 훌륭한 새모습이었다

 └ …

 

 막힌 사람은 보수나 수구라고 하는 자리에서만 막혀 있지 않습니다. 진보나 변혁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도 막혀 있기 마련입니다. 아니, 입으로는 진보나 변혁을 이야기하지만, 몸으로는 조금도 진보나 변혁이 아니곤 합니다. 보수와 수구를 곰곰이 헤아려 보았을 때에도 마찬가지인데, 참된 보수나 수구라 한다면 '꼴통'이나 '바보'일 수 없습니다. 슬기롭게 생각하고 올바르게 살아가면서 해야 할 일은 해야 합니다. 스스로 막혀서는 안 됩니다. 고인 물이 아닌 흐르는 물이어야 하고, 갇힌 수렁이 아니라 트인 가슴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서로서로 다툼질을 합니다. 니 편과 내 편을 나누고 진보와 보수를 가릅니다. 옳은 길인지 그른 길인지를 제대로 가누지 못합니다. 알맞거나 바른가를 돌아보지 못합니다. 생채식을 하는 사람이 있고 여러 가지를 골고루 먹는 사람이 있으며, 문학책을 즐겨 읽지만 연극영화를 즐기는 사람이 있을 텐데, 우리 삶이 다 다름을 깊이 돌아보지 않고서 금긋기를 하고 맙니다. 나라사랑이든 겨레사랑이든 마을사랑이든 문화사랑이든 사람사랑이든 자연사랑이든,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할 일이요, 왼쪽이니 오른쪽이니 모두 아이들을 아끼고 보듬으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가 쓰는 말과 글을 옳고 바르게 가다듬으면서 싱그럽고 살뜰하게 추스르는 가운데 훌륭하고 알차게 펼치는 일은 누구나 스스럼없이 다 함께 할 몫입니다.

 

 설날과 한가위를 즐기든, 한글날과 스승날을 기리든,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맞이하든, 이 나라에서 살아가는 이라면 누구나 반기고 기뻐하며 나눕니다. 푸나무가 싱그러이 자라날 이 나라 터전을 가꾸는 일이든, 물고기며 사람이며 근심없이 아름다이 살아갈 바다 터전을 지키는 일이든, 맑고 시원한 바람을 쐬면서 파란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는 일이든, 내남없이 어깨동무하면서 힘을 모둘 노릇입니다.

 

 우리들은 누구나 좋은 나라에서 살아야 할 테니까요. 우리들은 누구나 좋은 삶을 꾸려야 할 테니까요. 우리들은 누구나 좋은 사람으로 늘 새로워지면서 좋은 사람을 사귀어야 할 테니까요.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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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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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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