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의 계절이 왔다!
아침 저녁 귀뚜라미가 우는 이 무렵에 유달리 눈에 띄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들은 삼삼오오 배낭을 짊어진 등산객들! 경북 경산에서 대구 수성구 도심 한가운데로 이어지는 성암산은 그 풍세가 수려하고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이 시원하여 인근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등산 코스이다.
느지막히 눈을 뜬 어느 일요일 아침, 부시시한 머리를 모자로 푹 눌러쓰고 간단한 생수병과 열량 보충용 초콜릿 든 가방 매고 산을 오른다. 등산로 초입 식당가에선 왁자지껄 손님들이 소고기국밥을 먹고 있다. 내려와서 허기진 배를 채우려는 손님들인지 붉게 상기된 얼굴로 뜨끈한 국물에 만 밥을 훌훌 들이켜고 있다. 그 모습이 아이들처럼 귀엽다.
구수한 냄새를 뒤로 하고 길을 올라가다 보면 붉은 메꽃이 한가득 반긴다. '홀로 산행족'의 쓸쓸함을 달래주는 남다른 친구인 듯하여 정겹기만 하다.
언론에 여러번 방송을 탄 후로 등산길을 편하게 한다는 목적하에, 나무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오히려 관절에 무리가 가서 좋지 않으니 지팡이에 의지해서 올라가는 것이 좋다. 한참을 땀 흘리며 오르다 보면 저 멀리 경산 시내가 내려다보인다. 높은 곳에서 보는 풍경은 사람에게 자신감을 불러일으켜 준다. 거대하던 건물과 차가 장난감처럼 보이고 올려다 보던 것을 내려다 보게 하니 약간의 자만심도 발동한다.
흐르는 땀을 닦으며 정상에 오를 즈음, 정자가 나온다. 부부인 듯한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전국 최고 10대 등산로 중 하나라고 안 나왔더나." 그러자 여자는 눈을 둥그렇게 뜨고 "그랬능교? 여게 살맨서도 몰랐네." "비온다. 고마 가자!" 코에 묻은 빗방울을 닦으며 그들은 발길을 재촉한다.
정상에서 내려다 보면 시 일대가 시원스레 내려다 보인다. 절정의 삶이란 것도 한줄기 바람과 같은 것! 잠시 쉬어가는 나그네의 마음으로 부지런히 하산을 서두른다. 조금씩 빗방울이 촘촘해지는 듯하다. 내려가는 좁고 가파른 길에 서툴게 지팡이를 쥔 중년 여자와 마주친다. "이리로 가면 길 있습니꺼?" 그렇다고 하자 여자는 큰숨 쉬며 서툰 발걸음을 옮긴다.
산을 다 내려오니 역시 걸진 술판에 음식 냄새 풍기는 맛집들이 즐비하다. 어느 집이라도 쓱 들어가고픈 등산객들을 자극한다. "한잔 받아 묵어라. 이게 사는 맛이지 뭐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