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보름달이 환합니다.
보름달만 바라보면 그저 한가위만 같았으면 좋겠다 싶은데, 늦은 밤 도심의 거리에서 만난 리어카가 나를 슬프게 합니다.
'한가위 보름달 휘엉청, 리어카 주인은 어디로 건 것일까?'늦은 밤, 명절이라도 별볼일 없는 고3 수험생 딸이 가방이 무겁다며 마중나와달라고 전화가 왔습니다. 수험생은 명절이라고 마음 편하게 쉴 수도 없습니다. 차라리 명절이 슬플 것 같습니다. 무거운 마음, 그러나 한편으로는 딸내미 마중을 할 수 있는 것도 행복한 일이다 싶어 밤거리를 나섭니다.
그런데 텅 빈 거리에 재활용품을 담은 리어카가 서 있습니다.
주인은 어디로 가고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명절이 되면 더 슬퍼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잊었습니다.
추석명절에도 나와 리어카를 끌며 골목골목을 누벼야 했을 이들, 고향에도 가지 못했을 노숙자들, 그리고 가고 싶은 고향을 가지 못했을 수많은 서민들이 있습니다.
오늘 뉴스에 수많은 비리에도 불구하고 총리가 되신 분께서 용산참사희생자 유족들을 만났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유족들은 추석 전에는 장례라도 치르고 싶어했는데 결국, 싸늘한 냉동고에 시신을 둔 채로 추석을 보내게 되었군요.
"나도 옛날에 가난했던 적이 있어요. 그래서 당신들 맘 잘 알아요."누가 했던 이야기를 재탕했다지요.
알긴 개뿔, 옛날에 가난하지 않았던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60년대 초반에 태어난 나도 보릿고개를 겪었는데, 6.25를 겪은 세대 치고 굶어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요?
'내 잘못입니다. 미안합니다. 내 탓입니다.'그 말이 그렇게 어려운 것인지, 결국 사과는 하지 않고 돌아가셨다네요.
명절이 되면 차라리 일상보다 더 슬픈 사람들이 있습니다.
리어카 주인도 그런 사람 중 하나일 것 같습니다. 추석날도 쉴 수 없어 폐지를 모으러 나왔는데 무슨 일 때문인지 리어카만 덩그러니 길거리에 버려두고 어디로 가버렸습니다.
어느 선술집에서 막걸리라도 한잔 하시면 좋으련만, 추석명절에도 이 골목 저 골목 힘겹게 리어카를 끌며 다녀야 하는 삶의 무게가 힘겨워 절망한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됩니다.
한가위 보름달이 유난히도 슬퍼 보이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