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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시 동명동에는 적송숲이 있다. 인근은 영랑호를 끼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산림욕을 즐기며 산책을 하는 곳이다.

 

지난 윤5월(6월)의 일이다. 이곳에 그동안 볼 수 없던 묘 2기가 새로 생겼다. 묘 조성을 한다고 소나무 숲으로 중장비를 몰고 들어오더니, 급기야는 수령이 상당한 적송 몇 그루를 베어버렸다. 내가 나무를 그렇게 베도 되느냐고 물으니 대한민국 묘지법에는 어떤 나무를 베도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죽은 사람이 산 나무를 생으로 잡고 있다고 당시 생각했다.

 

아픔을 당하는 소나무 소나무 밑둥을 까서 고사를 시키려고 한 현장
아픔을 당하는 소나무소나무 밑둥을 까서 고사를 시키려고 한 현장 ⓒ 하주성

그로부터 4개월여가 지난 오늘(3일). 황당한 제보를 받았다. 윤달에 묘역을 정리한다고 봉분도 없던 묘를 만든다고 몇 그루의 생나무를 잘라버리더니, 급기야는 주변 소나무의 밑둥을 껍질을 벗겨놓았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놓으면 소나무가 저절로 고사를 한다는 것이다.

 

아픔을 당하는 소나무 소나무 밑둥을 까놓은 뒤로 묘가 보인다
아픔을 당하는 소나무소나무 밑둥을 까놓은 뒤로 묘가 보인다 ⓒ 하주성

소나무 묘를 정리할 때 자른 소나무를 쌓아놓고 그 옆 나무도 껍질을 잘라냈다
소나무묘를 정리할 때 자른 소나무를 쌓아놓고 그 옆 나무도 껍질을 잘라냈다 ⓒ 하주성

조상을 위하는 것을 말릴 사람은 없다. 하지만 내 조상을 위한다고 멀쩡한 나무들을 이렇게 만들어도 좋다는 것인가? 그것도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곳에 있는 나무를 이렇게 만들어 놓다니. 조상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조상을 욕 보이는 행동이 아니겠는가?

 

묘 윤달에 새로 조상한 봉분
윤달에 새로 조상한 봉분 ⓒ 하주성

잘라놓은 소나무 묘를 정리할 때 잘라진 소나무를 그냥 방치하였다
잘라놓은 소나무묘를 정리할 때 잘라진 소나무를 그냥 방치하였다 ⓒ 하주성

조금 떨어진 곳에 올 윤5월에 조성된 또 다른 묘. 흙이 붕괴될까봐 방지를 해놓았다. 이곳은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이다. 이때 봉분을 새로 조성하면서 잘라낸 소나무를 그대로 골짜기에 쓸어 넣었다. 수령이 꽤 됨직한 소나무 몇 그루가 이렇게 잘려나갔다.

 

상석 올 윤 5월에 새로 조성했음을 적고 있다
상석올 윤 5월에 새로 조성했음을 적고 있다 ⓒ 하주성

기축년인 2009년 윤 5월 4일인 6월 26일에 봉분을 조성했음을 상석에 적어놓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길을 지나가면서 생나무를 잘라 봉분을 만든 것을 이야기하고 다닌다. 물론 예전에 이곳에 묘가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그 주변의 상황으로 보아 이렇게 나무를 잘라낼 만한 묘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훼손된 소나무 이곳 역시 세 그루의  소나무 밑을 까놓았다
훼손된 소나무이곳 역시 세 그루의 소나무 밑을 까놓았다 ⓒ 하주성

아픈현장 이렇게까지 해서 묘역 주변을 넓혀놓아야 조상님들이 좋아할까?
아픈현장이렇게까지 해서 묘역 주변을 넓혀놓아야 조상님들이 좋아할까? ⓒ 하주성

이곳도 예외가 아니다. 세 그루의 묘 옆에 있는 소나무 밑을 까놓았다. 사람들은 지나다니면서 눈쌀을 찌푸린다. 이렇게까지 해야 조상님들이 좋아하시겠느냐고. 정말이다. 꼭 이런 방법을 써서 주변에 있는 나무들을 죽여야했을까? 조상님들을 위하는 행위라고 생각한 것일까? 결국 상석에 쓰여진 문중과 조상님들을 한꺼번에 욕보이는 행위란 점은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2009년 추석에 본 씁쓸한 모습이다.   


#소나무#훼손#껍질#묘#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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