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다크(dark) : 다크허스키

 

.. 태어날 때부터 허스키한 목소리였지만 고음에 문제가 없었는데, 학원 강사를 2년쯤 하고 나니 다크허스키에 '고음 불가'가 되어 버렸다 ..  《윤진영-다시, 칸타빌레》(텍스트,2009) 32쪽

 

 '허스키(husky)한'은 '쉰 듯한'이나 '칼칼한'으로 다듬고, "고음(高音)에 문제(問題)가 없었는데"는 "높은소리에 어려움이 없었는데"나 "높은소리를 잘 냈는데"로 다듬습니다. '2년(二年)쯤'은 '두 해쯤'이나 '이태쯤'으로 손보고 "고음 불가(不可)"는 "높은소리는 꽝"이나 "높은소리는 못 내게"로 손봅니다.

 

 ┌ dark

 │  1 어두운, 캄캄한

 │  2 거무스름한;<피부·눈·머리칼이> 검은;<색이> 진한

 │  3 <뜻이> 애매한, 모호한

 │  4 비밀의, 숨은;일반에게 알려지지 않은, 알 수 없는

 │  5 우둔한, 몽매한, 미개의;오지의, 시골의

 │  6 뱃속 검은, 음흉한, 흉악한

 │  7 광명이 없는, 음울한

 │  8 <얼굴빛 등이> 흐린, 우울한

 │  9【음성】 <[l]음이> 흐린, 탁한

 │  10 방송되지 않은

 │

 ├ 다크허스키에

 │→ 몹시 쉰 듯한 목소리에

 │→ 아주 칼칼한 목소리에

 │→ 무척 거친 목소리에

 │→ 참말 새된 목소리에

 │→ 퍽 텁텁한 목소리에

 └ …

 

 빛깔이 까무잡잡한 초콜릿이 있습니다. 초콜릿이라면 으레 까무잡잡하기 일쑤인데, 여느 초콜릿보다 카카오를 많이 넣어 한결 까무잡잡한 초콜릿이 있습니다. 우리들은 이 초콜릿을 가리키며 '다크초콜릿'이라 말합니다. '까만초콜릿'이나 '짙은초콜릿'이라고는 가리키지 않습니다.

 

 파랑빛이 여느 파랑보다 짙을 때에도 '짙은파랑'이라 안 하고 '다크블루(darkblue)'라 하는 우리들입니다. '다크레드'와 '다크옐로우' 같은 영어 빛이름을 쓰는 사람들도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다크그린'이나 '다크그레이'나 '다크블랙' 같은 영어 빛이름 또한 널리 쓰는 사람들이 어쩌면 제법 많을는지 모릅니다.

 

 저처럼 세상흐름에 발맞추지 않는 사람들한테는 '다크서클'이라는 말마디가 무척 낯섭니다. 누군가 제 앞에서 '다크서클'이라는 말마디를 처음 뇌까렸을 때, 저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못 알아들었습니다. 아주 한참을 지나고 나서야 '다크서클'이란 "까만 눈 밑"을 가리키는 줄 알았습니다. 몸이 여위었다든지 햇볕을 제대로 못 쬐었다든지 잠을 제대로 못 이루었다든지 일을 몹시 고되게 했다든지 하면서 눈 밑이 거무스름하게 된 모양새인데, 이 모양새를 가리켜 영어로 '다크서클'이라 해도 맞기는 맞겠지만, 왜 이렇게 가리켜야 하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우리들이 예부터 익히 말해 왔듯이 "눈 밑이 검네."라든지 "퀭하네."라 해도 넉넉하지 않으랴 싶습니다.

 

 반드시 "까만 눈 밑"을 가리키는 한 낱말을 써야 할까 궁금합니다. 한 낱말로 "까만 눈 밑"을 가리켜야 한다면, 영어로 한 낱말을 삼아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우리 깜냥껏 우리 말로 한 낱말로 빚어낼 수 없는지 궁금합니다. 우리 둘레에, 아니 이 나라에 똑똑하고 잘난 분들이 그토록 많은데, 그 똑똑하고 잘난 머리로 "까만 눈 밑"을 가리키는 낱말 하나쯤 못 빚어내는지 궁금합니다.

 

 우리들 똑똑하고 잘난 머리는 우리 말과 글을 북돋우거나 일으키는 데에는 조금도 쓸 수 없을까요. 우리들 똑똑하고 잘난 머리는 나라밖에서 한자나 알파벳을 받아들이는 데에만 알뜰하게 써야 할까요.

 

 우리는 좀더 생각하는 사람이 될 수 없는가 싶어 안타깝고, 우리 스스로 조금이나마 삶과 생각과 말을 모두어 내는 사람이 되지 못하는가 싶어 안쓰럽습니다. 우리들이 똑똑이 아닌 바보라 하여도 우리가 쓸 말은 우리 스스로 일구어야지, 우리 스스로는 아무런 힘을 내지 않고 남이 떠다 주는 밥숟갈만 넙죽넙죽 받는다면 얼마나 딱하고 가녀립니까.

 

 ┌ 허스키한 목소리 / 다크허스키한 목소리 (x)

 └ 쉰 듯한 목소리 / 퍽 쉰 듯한 목소리 (o)

 

 꽤 쉰 듯한 목소리를 놓고 영어에서 '다크허스키'라 한다면, 살짝 쉰 듯한 목소리를 놓고는 영어로 무어라 말할 수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가리키는 낱말이 따로 있을까요? 우리는 말 그대로 "살짝 쉰 듯한 목소리"나 "살짝 쉰 목소리"라 하면 되고 "가볍게 쉰 목소리"라든지 "조금 쉰 목소리"나 "콩알만큼 쉰 목소리"처럼 말할 수 있습니다. 많이 쉰 목소리라면 "많이 쉰 목소리"나 "몹시 쉰 목소리"나 "아주 쉰 목소리"처럼 말하면서 이런저런 다 다른 모습을 가리킵니다.

 

 '다크서클' 이야기도 했습니다만, 꼭 한 낱말로 가리키려 한다면, '까만눈밑'이라 해도 잘 어울립니다. '검은눈밑'이나 '까만눈두덩'이나 '검은눈두덩'이라 해도 괜찮습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삶과 모습을 우리 말과 글로 나타내려고 한다면, 우리들은 언제라도 알맞고 살뜰하고 싱그럽게 담아낼 수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삶과 모습을 우리 말과 글로 나타내려고 하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들이 얼마나 더 똑똑해지고 잘나고 뛰어나게 거듭난다 하여도 우리 이야기를 우리 말글로 풀어내지 못합니다.

 

 오늘날도 겉치레가 판을 치지만 앞으로는 더 거세게 겉치레가 판칠밖에 없습니다. 요즈음도 겉꾸밈에 치우쳐 속살을 단단하고 야무지게 가꾸지 못하지만 앞으로는 더 얄궂게 겉꾸밈에 얽매일밖에 없습니다. 요사이도 겉껍데기만 단단하고 예쁘장한데 앞으로는 더 돈을 들여 얼굴과 몸매 가꾸는 데에만 더 땀을 뺄밖에 없습니다.

 

 착한 마음이 아닌 우리들이기에 착한 삶도 아니나 착한 말도 아닙니다. 살가운 마음이 아닌 우리들이기에 살가운 삶도 아니며 살가운 말도 아닙니다. 오순도순 어깨동무하는 매무새가 아닌 우리들이기에 오순도순 어깨동무 삶 또한 아니며 오순도순 어깨동무 말 또한 아닙니다.

 

 그예 사나운 말투인 우리들입니다. 그저 거친 말투인 우리들입니다. 그냥저냥 하루살이 하루생각 하루말인 우리들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영어#외국어#우리말#한글#국어순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