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가 만들어낸 푸름, 그 사이로 난 좁은 들길을 지났습니다. 자연이 주는 맑고 시원함이 눈과 코 그리고 머리로 가득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마음까지 시원해짐을 느꼈으니….
그건 아이가 저보다 어린 동생을 업고 가는 풍경이었습니다.
힘도 꽤 들 텐데 뭐가 그리 즐거운지 빙빙 돌기까지 했습니다. 업은 오빠도 업힌 동생도,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나는 곧 가슴이 쿵 내려앉음을 느껴야 했습니다. 아이들의 즐거움과 평화가 나로 인해 깨졌기 때문입니다.
내가 탄 차가 길을 독차지한 채 다가가자 오누이가 위협을 느낀 것이지요. 업었던 동생을 내려놓고는 다칠세라 서로 손을 꼭 잡은 채 길 가장자리로 비켰습니다.
'이를 어쩌나!' 미안한 마음에 차를 세우고 인사를 건넸습니다. 처음엔 떨떠름하게 쳐다보더니 재차 청하는 인사에 표정이 풀렸습니다. 몇 마디 더 나누니, 조금 전 해맑던 웃음까지 되찾았네요. 정말 다행입니다.
아이들과 헤어져 가던 길을 재촉하는데, 그 옛날 해질녘 형이나 누나 등에 업혀 집으로 향하던 기억이 뭉게뭉게 피었습니다. 이상 야릇한 기분에 카메라 셔터 누르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세희, 세윤아! 너그들 덕택에 숨었던 기억 하나 또 찾는구나!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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