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일행이 절고개를 지나 하산을 하는 도중에 아까 절고개에서 만났던 자전거등산 일행들의 다른 선수들을 또 만날 수 있었다. 지각생 선수들은 일행들과의 합류를 위해 땀을 뻘뻘 흘리면서 자전거와 함께 축령산 절고개를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엄청난 체력으로 자전거와 함께 산을 오르는 선수들을 뒤로하고 우리는 축령산 하산을 계속 하였다. 그렇게 두런두런 담소를 나누면서 숲속을 걸어내려가다가 저만치에 바삐 움직이는 작은 물체를 발견하였다. 그건 바로 청설모였다.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에 만났던 그 청설모는 아닐테지만 그래도 잣을 열심히 먹은 것으로는 똑같다고 생각했다.
놀래켜주려고 자세를 잡는 순간 다른 일행이 "자연의 한조각으로 나름대로 열심히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청설모를 괴롭히지 말자."고 말을 해서 다들 한번 더 생각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렇게 하산을 하던 우리 일행들은 잔디광장에 있는 대피소(?)를 찾아 들어가서 잠시 편안한 휴식을 즐기게 되었다. 물도 마시고 아껴두었던 간식거리를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렇게 휴식을 즐기던 중 일행 한사람이 "아니 저기 벌들이 집 안에다가 그것도 바닥에다가 벌집을 짓고 있네?" 라고 놀라운 얘기를 했다. 그래서 가까이 가서 들여다 보았더니 정말 벌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들면서 출입문 오른쪽 바닥 구석에다 열심히 벌집을 짓고 있었다.
벌의 종류와 벌침의 독성 여부 등에 대한 관계자의 확인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필요에 따라서는 벌집을 제거하는 것까지 검토하기를 바란다. 매일 순찰을 하면서 자연의 한가운데에 있는 대피소의 모든 것들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겠지만 등산객들의 안전을 위해서 좀 더 힘을 모아줄 것을 부탁하는 마음이다.
벌들과의 조우에 약간 긴장한 일행들을 다시 한번 맥빠지게 한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주차장까지 이어져 내려간 시멘트 길 임도(林道?)였다. 돌계단과 보드란 흙바닥의 촉감에 이어 잣나무 잎의 푹신한 느낌까지 일순간 뒤엎는 시멘트 길의 거칠고 딱딱한 충격은 단지 발바닥에만 아픔을 주지않았다. 마음이 답답했다.
절고개에서 만났던 자전거 일행들의 말이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그렇게 힘들게 축령산의 전망대까지 올라가면 임도를 따라 편안하고 시원하게 달려내려갈 수 있다는 말이었던 것이다. 포털 사이트에서 자전거와 관련된 검색을 하면 꽤 많은 동호회에서 축령산의 임도를 목적지로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축령산의 임도는 꽤 인기가 있는 자전거 여행의 목적지였다.
임도삼거리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작은 폭포(?)를 구경하고, 임도삼거리 주변에 대한 안내판을 읽었다. 그런데 안내판의 내용이 많이 아쉬웠다. 축령산의 안내 관련 점수는 낙제점을 받을만큼 부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극기도 많이 아쉬웠고, 전반적으로 좀 더 보완하고 적극적으로 보수를 해서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안내시설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돌계단과 부드러운 흙길로 변한 임도삼거리를 혼자 상상하다가 다시 주차장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일행 중 좀 더 적극적인 한사람은 "이렇게 좋은 자연조건이 시멘트로 덮여 있는 것이 안타깝구만. 이 정도의 위치면 등산객 뿐만 아니라 일반 관광객들도 많이 찾아오게 할 수 있을텐데 ... 시멘트 도로만 다시 자연상태로 돌려놓는다면 말이야." 하며 안타까워했다. 공감이 가는 말이어서 그런지 다들 한동안 말없이 그저 걷기만 했다.
더군더나 잘개 깨진 시멘트 도로에 이르러서는 그 원망스런 눈빛이 더 많이 안타까웠다. 아침에 축령산에 도착해서 입장료를 내고 베낭을 둘러메고 산행을 시작할 때의 그 신선한 감동들이 어느새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상승과 하락이 이렇게 다른 것인가? 축령산에 오를 때와 깨진 시멘트 길을 걸으면서 하산할 때의 기분이 참 많이 달라졌음을 고백한다.
언젠가 다시 축령산을 찾았을 때 이런 아쉬움들이 다 사라지고 반가움과 기쁨만이 가득하길 기대해 본다. 정상의 태극기도 비바람은 맞았을지언정 태극기의 제 모습은 잘 유지하고 있기를 소망해 본다.
아뭏든 오늘 하루 축령산의 맑은 공기를 가슴 깊이 가득 채우고 다시 서울로 돌아간다.
덧붙이는 글 | 친한 친구들 셋의 가족들이 모두 텐트를 가져와서 축령산에서 캠핑을 했던 기억도 나고 해서 반가운 산행이었다. 몇가지 아쉬움도 있기는 했지만 문제가 있으면 해결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렇게 매 주 한번씩 등산을 한다면 몸도 건강해지겠지만 마음도 한결 넉넉해질 것 같아서 흐뭇하기만 하다. 다음주의 산행을 기대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