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 국방부 장관 서한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한승수 국무총리가 27일 오후 이 장관과 장수만 차관을 집무실로 불러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국무총리실에 따르면, 한 총리가 이 장관에게 "경제가 어렵지만 내년도 국방예산은 일반회계 증가율보다 높게 책정하려 하는데 장관 서한으로 정부가 마치 안보를 소홀히 하는 것처럼 비쳐지게 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처사였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라"고 비판했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이어 "과거 외환위기 때는 국방예산 증가율이 0.1%에 불과했고, 심지어 마이너스였던 적도 있었다"며 "내년 예산안이 아직 확정된 것도 아닌데다, 더욱이 장관이 주장한 내년도 국방예산 증가율은 경제위기 상황을 감안할 때 너무 획기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총리는 또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나라의 기초인 안보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대통령의 뜻이고, 정부의 의지"라면서 "이런 대통령의 의지가 군에도 잘 이해될 수 있도록 설명하라"고 지시했다.

이자리에서 이 장관은 "대통령을 잘 보좌하겠다는 취지에서 한 일인데, 본의 아니게 누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내년 국방예산 삭감안을 이 장관에게 사전보고 없이 독자적으로 청와대에 보고해 물의를 일으킨 장수만 차관도 한 총리를 찾아와 "잘 해보려고 한 일인데 미숙한 일 처리로 논란이 빚어졌다"면서 "대통령께는 물론이고 총리와 국민에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며 사죄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