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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광김대중 마을' 카페 대문 화면. 카페 대문이 무채색으로 바뀌지 않았고, 국화꽃 배너도 없고, 대통령님 영정 사진도 없지만 오히려 좋다는 회원들이 많았습니다.
'후광김대중 마을' 카페 대문 화면. 카페 대문이 무채색으로 바뀌지 않았고, 국화꽃 배너도 없고, 대통령님 영정 사진도 없지만 오히려 좋다는 회원들이 많았습니다. ⓒ 조종안

 

김대중 전 대통령 지지 카페 '후광김대중 마을'(cafe.daum.net/whokwang)은 로그인 횟수가 하루 평균 250-300 안팎이고 4-5개의 글이 올라오는 작은 카페다. 그런데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한 18일부터는 30개가 넘는 다양한 내용의 애도 글이 올라오고 있다.

 

회원들은 "여러분들께서 항상 내가 어디를 갈 때나 평소에도 나를 잊지 않고 성원해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나는 여러분의 그러한 성원에 큰 위로를 받고 있습니다···"로 시작하는 김 전 대통령의 생생한 육성 녹음을 들으며 비통한 마음으로 애도하고 있다.

 

육성녹음은 김대중 전 대통령 내외가 고향 하의도를 방문하던 지난 4월23일-24일 카페 운영자인 필자가 KTX에 동승, 회원들에게 전하는 말씀을 해달라고 부탁해서 소중하게 보관해오고 있었다.  

 

 2005년 5월8일 어버이날 동교동을 방문, 2시간이 넘는 즐거운 시간을 갖고 정원에서 찍은 기념사진. 단체 기념사진을 두 번 찍었는데요. 평범한 시골집 가족사진 같습니다.
2005년 5월8일 어버이날 동교동을 방문, 2시간이 넘는 즐거운 시간을 갖고 정원에서 찍은 기념사진. 단체 기념사진을 두 번 찍었는데요. 평범한 시골집 가족사진 같습니다. ⓒ 조종안

 

'후광김대중 마을' 회원들은 2005년 어버이날 김 전 대통령의 초대로 30여 명이 가족동반으로 동교동 자택을 방문, 차를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갖고 기념사진을 찍었던 추억을 가슴에 간직하고 있어서 슬픔이 더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짧지만, 눈물과 사랑이 깃든 말·말·말

 

김 전 대통령 서거 직전 올라온 글은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가 김영삼에 이어 이명박 대통령까지 병문안을 간 데 대해 극한 배신감을 토로하는 내용의 기사였다. 김 명예교수는 정·재계 인물들과 외국 대사들이 병실을 찾는 것에 대해 개탄했는데, 필자는 김 명예교수의 얼토당토않은 지적을 개탄하고 싶다.

 

김 명예 교수는 병문안을 가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위대한 지도자였다'고 했던 이명박 대통령에게 '어디 두고 보자!'며 강한 배신감을 토로했는데 여기에서도 필자는 한 때 군사독재정권과 투쟁하며 학생들에게 존경받던 김 명예교수에게 배신감을 느낀다. 한 때는 필자도 덩달아 좋아했기 때문이다.

 

 ‘후광김대중 마을’ 카페 자유게시판(09.8.21.오전12시 현재)
‘후광김대중 마을’ 카페 자유게시판(09.8.21.오전12시 현재) ⓒ 조종안

 

김 전 대통령 서거 날(18일) 아침에도 병석에 오래 계시는 것을 우려하는 글들이 올라왔었다. 아이디 '금강통문'(남 50세)님은 "곧 훌훌 털고 일어나시리라고 믿었는데 자꾸 시간이 길어지네요. 지금쯤은 일어나 앉으셔서 괜찮다고 하셔야 할 텐데요··좋은 소식 없나 자꾸 검색하고 있네요"라며 김 전 대통령 건강을 걱정하는 글을 올렸다.

 

공식 서거 발표가 있기 40분 전에 글을 올린 '우리일'(여 50세)님은 "어떻게 살아가야하나요. 그 분마저도 떠나버리시는 것 같군요 ㅠ,ㅠ,ㅠ"라며 말끝을 이어가지 못했고, 댓글들도 '할말이 없다', '가슴이 저며온다'는 등 짧았다. 충격이 너무 크고 황당해서 말이 나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하던 18일에는 "하늘이 무너졌습니다", "두어달 사이에 민주화의 큰 별이 두 개나 떨어졌다", "점점 더 암울해져가는 마음',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통곡하고 통곡합니다", "믿기지 않습니다", "아, 정말 설마했는데···.", "평화의 사도 후광 토마스. 가시는 길. 정말 하늘이 무너져 내립니다", "삼가 영전에 깊은 애도와 명복을 빕니다" 등 하루에만 50개가 넘는 애도 글이 올라왔다. 비통한 마음을 길게 표현할 여유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독일에 거주하는 정봉자(여 59세)님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애도하며 "멀리서만 지켜보았던 분이었지만, 이렇게 마음이 아픈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가와 민족에 대한 사랑 때문일 것으로 생각된다"며 김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을 그렸다. 

 

덴마크에서 우리말 학교와 한인교회 목회를 맡고 있는 '사강'(남 58세)님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를 통곡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김 전 대통령은 민족의 스승이며 지도자였고 한마디 한마디가 희망이었고 등불이었다"며 비통해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국민장 자리에서 통곡을 하시더니 아직 채 설움을 삼키기도 전에 이런 비보를 들어야 합니까"라며 "부디 반목도 분열도 싸움도 없고 비난도 없고, 협박도 없고 거짓과 독재도 없고 불법과 무법이 없는 천국에서 편안히 영생하소서"로 끝맺었다.

 

'훈이 마눌'(여 28세)님은 "일어나시리라 믿었습니다... 올해 큰 별이 두개 질 거라는 말... 믿진 않았지만...너무 불안했습니다..(중략) 당신을 존경하고 있는 제 자신이 자랑스러웠습니다...지켜봐주세요... 대통령님께서 이루셨던...바라셨던...그리고 염려하셨던 모든 것 잃지않도록... 저희가 지키겠습니다" 라고 다짐하며 명복을 빌었다.

 

'바위'(남 43세)님은 "전세계가 지금 애도의 물결입니다. 금세기에는 더 이상 나올 수 없는 위대한 인물이 오늘 8월 18일에 서거하셨습니다. 님의 못다한 남북통일의 과업을 우리 후손들이 꼭 이루고야 말겠습니다"라며 통일과 관련된 애도 글을 올렸다. 

 

국장이 결정되기 전 아이디 '만나고 싶었습니다'(여 45세)님은 국장과 국민장에 대해 설명하는 글까지 올리며 "IMF로 망한 나라를 다시 세우셨고 이산가족을 만나게 해주셨으며 전세계의 존경을 받는 전임 대통령 장례를 국민장으로 한다고 뉴스에 나왔는데 사실입니까? 말이 됩니까? 국장으로 해야 합니다. 국장이 안된다면 평생 한나라당과 그들을 뽑아주는 인간들을 용서 할 수 없습니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안산(남 57세)님은 댓글에서 "설움과 고통만 당했지 제대로 대접 한번 못 받고 서거하신 불쌍한 대통령님을 국장으로 보내드릴 수 있기를 기원한다"며 힘을 모으자고 했고, '민족끼리'(남 33세)님은 "웬 국민장이요? 지난 번 노통 서거 때도 서거하시자마자 가족장이니 국민장이니 언론플레이 해서 결국 국민장으로 했는데..."라며 김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옆 동네 불구경 거리처럼 전하는 조중동을 질타했다.

 

'고른세상'(59세)님은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죽지 않는 게 없다. 겨레의 스승 후광 선생님도 마찬가지다"며 선생님의 뜻을 어떻게 실현하느냐가 문제인데 "민주주의의 후퇴, 서민경제 파탄, 남북관계 경색을 돌파하는 것이다"며 이명박 정권을 에둘러 비판했다.

 

미국에 거주하는 '산사내'(61세)님은 "울고 있습니다 한없이 울고 싶습니다. 복도 없는 한국 국민들, 군부정권에 아부하고 돌팍처럼 사는 자들은 건강하게 살고 꼭 필요한 분은 이렇게 일찍 가시니 문제가 있습니다"라고 개탄했고 '청송'(여 52세)님도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라며 안타까움을 함께 했다.

 

"이제는 모든 것을 잊고 편안한 안식을 누리시라"며 애도시를 올린 '신어언'(73세)님을 비롯, "당신을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 하지만 너무너무 사랑했습니다. 당신은 나에게 영원한 대통령입니다"는 maxerface(여 33세)님, "당신의 존재만으로도 참 행복했다"는 'ISAK'(36세)님에 이어 '월출산'(남 58세)님은 "방송3사가 왜 이렇게 조용한겁니까?"라며 "민주당은 도대체 뭐한답니까? 주둥아리로만 애도합니까?"라며 방송과 민주당을 싸잡아 비판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구암학인'(69세)님은 장문의 애도 글 마지막을 "평화와 통일의 큰 스승이신 후광대통령님의 유훈을 저희들이 받들고 반드시 한반도 평화통일을 이루도록 다짐하면서 두서없이 추모의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부디부디 영면하시고 저희들을 자켜봐 주소서."라고 장식하는 등 수많은 애도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끝으로 어머니와 함께 가입해서 활동하는 여고생 '사묘운'(여 17세)님이 올린 애절한 시를 소개한다. 

 

당신이 가신 길에는

 

당신이 가신 그 길에는 슬픔도 있었겠지요

당신이 원하지 않으시던 그런 길도 있으셨겠지요

그래도 당신은 그것을 참고서 그냥 걸어가셨지요

당신의 앞에는 빛이었지만 끝으로 갈수록 흐려졌지요

 

하지만 당신은 그걸을 의식하지 않은 채

아니,

더욱 아름답게 빛나도록

더욱 열심히

누구보다 더 노력을 하셨지요

어둠을 빛으로 만들기 위해

당신은 길을 걸으셨겠지요

 

지금은 한이 된 일들을 뒤로하지도 못한 채

안고있었음에도

말하려고 해도 세상이 받아들이지 않아

바뀌지 않은 세상을 바꾸려고 한 당신은

이미 한줄기 마음속에만 남아있겠지요

 

이제는

눈물을 흘리지 마시고

한숨도 쉬지 마시고

그저 평안히

평안히 쉬십시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후광 김대중 마을' 카페는 회원(21일 오전 현재 1978명) 수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형식에 치우치지 않고, 개인의 정치성향이나 나이, 국적, 성별이 존중되기 때문에 글을 올리거나 정모에 참석하는 회원들이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10대에서 70대 노인까지 다양하며 가족회원이 많은 게 특징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후광김대중 마을#애도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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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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