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폭우가 쏟아지던 11일 저녁 충남 태안에도 마치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거센 바람과 함께 폭우가 들이닥쳤다.
바닷가여서 그런지 태안에 내린 비는 더욱 세차게 내리쳤다. 이로 인해 그동안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면서 밤이 되면 항상 귓전을 울리던 풀벌레 소리도 이날은 잠잠해졌고, 대신 개구리 소리가 한적한 시골마을을 시끄럽게 만들었다.
창문을 세차게 때리는 비를 보니 어느덧 감상에 빠져들었고, 비를 보면 감상에 빠져드는 또 한 사람의 후배와 함께 집에서 재회하기에 이르렀다.
"비도 오고 하니 술 한잔 생각나네요.""그려? 그럼 한잔 해야지 뭐."밖에서는 세차게 몰아치는 비였지만 집안에 있던 두 남자에게는 낭만과 추억과 술 한잔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삼겹살을 구워가며 한참 술판에 빠져 있을 즈음, 갑자기 창가에서 둔탁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깜짝 놀라 바라보니 참개구리 한 마리가 어느 틈으로 들어왔는지 방안 창틀에서 높이뛰기를 하며 밖으로의 탈출을 시도하고 있었다.
"저게 어떻게 들어왔지?""그러게요. 들어올 틈이 없는데.""문틈 사이로 들어왔나? 고놈 기술도 좋네.""잡아서 놓아줘야죠."두 남자의 술자리를 단번에 깨버린 참개구리는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펄쩍펄쩍 뛰며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때 후배가 개구리에게 다가가더니 손으로 덥석 집어 들었다. 어릴 적에는 징그러운 것도 없었고, 겁도 없어 개구리를 손으로 쉽게 잡았던 기억이 나는데 요즘은 아무 이유도 없이 개구리를 잡을 수 없었다.
그런데 후배는 덥석 개구리를 손으로 잡아 집어 드는 게 아닌가. 게다가 한마디 덧붙인다.
"어릴 적에는 요런 참개구리 잡아서 뒷다리 구워먹기도 했는데…."
어릴 적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나 또한 친구들과 함께 냇가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참개구리를 잡아서 뒷다리를 구워먹은 기억이 난다.
후배는 손에 집어 든 참개구리를 창문을 열고 밖으로 놓아주었다.
"예전에는 많았는데, 요즘은 참개구리 보기가 참 어려워.""그러게 말여. 안타깝지."아주 잠시 동안이지만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두 남자의 술자리를 단숨에 깨 버린 참개구리의 집안 습격(?)사건은 또 하나의 작은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