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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누구세요? "

"혹시 오늘 차에다 지갑 두고 내리셨습니까?"

 

아차! 내 지갑.

 

위 대화는 여수발 용산행 무궁화호(여수 11시 20분 출발) 여객전무 정용태씨와 나의 대화이다. 나는 여수를 출발해 고향인 곡성역에서 내려 동생 집에서 30분 정도 가족들과 대화하던 중 걸려온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어머니는 노환과 폐렴으로 몸이 몹시 쇠약해져 병원에 입원해계신다. 병원에만 입원해 계시기가 힘들어 오늘 하루 외출허가를 받았다. 7남매나 되는 자식들은 어머니를 보기위해 동생집에 모이기로 약속했다.

 

나는 항상 뒷주머니에 지갑을 넣고 다닌다. 열차여행을 즐기는 것은 독서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 때문이다. 오늘따라 심각하게 검토할 내용이 있어 밑줄을 긋고 앞 뒷장을 뒤적거리느라 의자에 기대 몸을 움직여서 였을까?

 

지갑에는 신용카드와 십만 원짜리 수표 한 장과 5만 원쯤 되는 돈이 들어있었다. 여러 사람한테 받은 명함 때문에 두꺼워진 지갑이 움직이는 동안에 자연스럽게 뒷주머니에서 밀려 나온 것 같다. 전무님은 지갑 속 주민등록증을 들고 내 인적사항을 확인한 후 곡성역으로 되돌려 보내겠단다.

 

"전무님 고맙습니다만. 지갑을 주워주신 분 인적사항을 확인해주시고 전화번호 좀 알려주세요. 감사하다는 말과 사례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지갑을 주워주신 분이 남원역에서 내려서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조금 있으니 전주역에서 담당자(조태익)가 곡성행 열차시간과 여객전무의 전화번호를 알려왔다. 곡성역에서 여수행 여객전무(강태호씨)를 만나 지갑을 받으라는 친절한 안내와 함께. 나는 15시 25분 여수행 열차를 타면서 여객전무에게서 지갑을 되돌려 받았다.

 

지갑을 되돌려 받으며 고맙다는 말에 "저희들이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대답이 나를  감동하게 했다. 카드는 거래정지를 시키면 되고 돈은 재수가 없었다고 치면 된다. 하지만 중요한 내용이 적힌 분신을 잃어버렸다면 얼마나 속상할까 생각하니 주워준 이름 모르는 그분과 곳곳에서 친절하게 대해주는 코레일 담당자들이 진심으로 고마웠다.

 

칼 힐티의 저서 '행복론'에는 사람에게는 세 가지의 행복이 있다고 한다. "서로 그리워하고, 서로 마주보고, 서로 자기를 주는 것"이라고 한다. 자연이 아무리 아름답고, 돈이 아무리 소중해도 궁극적으로 사람보다 더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것은 없다. 가장 싫증나지 않고 오랜시간 동안 행복을 주는 존재가 바로 사람이다.

 

칼 힐티는 "아무리 현대가 물질만능의 시대라고 해도 여전히 세상을 움직이고 사람을 감동시키는 힘은 사람에게 주어져 있다"고 한다. 방학이라서 그런지 모르지만 오늘따라 떠들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많다. 열차 내 방송에서는 아이들을 조용히 시켜달라는 멘트가 나오지만 오늘은 짜증이 나지 않았다.

 

지갑을 주워 돌려준 그분이 그리워졌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남해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코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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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인권, 여행에 관심이 많다. 가진자들의 횡포에 놀랐을까? 인권을 무시하는 자들을 보면 속이 뒤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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