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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민행보에 나선 이 대통령이 지난 16일 서울 관악구의 '하나어린이집'을 방문하여 학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서민행보에 나선 이 대통령이 지난 16일 서울 관악구의 '하나어린이집'을 방문하여 학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 청와대

요즘 이명박 대통령 입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단어는 '서민'이다. 서울 이문동 재래시장에 가서 어묵과 뻥튀기를 먹으면서 "뻥튀기다, 사 먹어라"라고 했고, 재래시장 상인들이 대형마트를 규제해달라고 하니 "요즘은 하고 싶은 말을 다하니 참 좋은 세상"이라는 말을 했다가 논란이 일었다. 그리고 지난 16일에는 서울 관악구에 있는 보육시설 '하나어린이집'에 가서 어린이들과 함께 했고, 부모들과는 '타운미팅', 택시기자들과 설렁탕도 먹었다.

 

41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는 "내가 대통령이 된 것은 서민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여기도 돌보라는 소명이 주어지는 것"이라고도 했다. 기독교인들에게 '소명'은 매우 특별한 의미이다. 오로지 하나님만을 위해 하나님이 부르셨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서민을 위하는 것은 하나님을 섬기는 것과 같다는 의미이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 파동으로 서민행보에 타격을 받고, 민주당은 진정성이 없는 '쇼'라고 비판하지만 어느 정도 먹혀들고 있다. 아니라고 우기면 우길수록 오히려 비록 진정성 없는 쇼일지라도 이 대통령이 서민행보를 하고 있다는 것이 사람들에게 각인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진정성 없는 행보는 언젠가는 밝혀진다. 그러므로 진짜 서민행보를 해야 한다. 이 대령이 서민행보를 하면서 한 일은 시장 상인들과 밥 먹고, 모내기하고, 어린아이들 안아주는 일이었다.

 

시장 상인들과 함께 밥 먹는 일이 친근감을 들게 하지만 시장 상인들은 밥 한 번 같이 먹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이문동 시장 상인들은 대형마트를 규제해달고 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대형마트 규제법은 헌재에서 위헌판결을 받을 것이므로 법적 규제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것은 맞는 말이 아니다. 아직 대형마트 규제법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뿐더러, 법이 있더라도 위헌판결은 헌법재판관들이 하는 것이지 대통령이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방자치단체들이 대형마트를 진출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민들이 바라는 일을 자치단체가 땀흘리면서 해주려고 하면 정부가 먼저 나서서 하는 것이 진짜 서민행보이다.

 

이 대통령은 어린이집 학부모를 만난 자리에서 "맞벌이를 해도 돈을 크게 버는 사람이 아니면 보육료 지원 혜택을 주려고 한다. 며칠 있으면 발표할 것"이라면서 "맞벌이 혜택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맞벌이를 해도 돈을 크게 벌지 못하는 사람이 누구인가? 바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노동유연성을 강조하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기간을 유예하는 비정규직법 개정을 시도하고 있다.

 

비정규직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유예기간이 아니라, 사용 사유를 제한해야 한다. 보육료 지원도 해야하지만 부모들 경제력을 높일 수 있는 노동여건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 노동유연성을 강조하면 할수록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더 열악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서민들이 있는 곳은 많다. 용산철거민참사 현장 가야 한다. 여섯 달이 지났는데도 정부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집권 여당 어떤 의원은 '방화범'이니 '체제전복세력'이라고 매도했고, 검찰은 경찰 책임이 아니라 철거민들 책임으로 돌렸다.

 

당연히 이 대통령은 사과 한 마디 하지 않았다. 사과 한 마디 하지 않은 대통령에게 용산을 찾아가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겠지만 정말 서민행보가 진정성이 있다면 철거민들을 직접 만나 그들이 겪었던 아픔과 고통, 눈물을 어루만져 주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여건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이 대통령 서민행보, 반대할 이유 없다. 하지만 밥 한끼 먹고, 아이들하고 뽀뽀하는 것이 서민행보가 아니다. 재래시장 상인들 절규를 법으로 들어주고, 노동유연성 논리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더 열악한 환경을 내몰지 말고, 용산에서 고통 당하는 이들을 안아주면서 철거민들을 보호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진짜 서민행보이다.


#이명박#서민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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