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시장 오현섭)에 위치한 국보 304호인 진남관은 1599년(선조 32)에 지어진 건물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전라좌수영의 객사다. 또한 지방관아 건물중 현존하는 국내 최대의 목조건물이기도 하다. 지금 이곳은 지난 4월부터 지금까지 단청작업과 일부 보수작업이 진행중에 있다.
겉으로 보는 진남관은 그럴싸 하게 보였으나 자세히 둘러 보면 문제점 투성이다. 궐패로 들어가는 입구계단을 보호하기 위해 유리와 스텐으로 만든 유리계단은 현재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또 기둥과 기둥을 잡아 주는 보의 이탈 또한 심각하다.
남녀공용 화장실 불편문화재 해설 봉사팀 장진선 팀장은 "이곳 진남관은 해마다 4000여명의 외국인 관광객과 1만 명이 넘는 내국인 관광객들이 즐겨찾는 곳이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은 가장 먼저 화장실을 보고 실망한다"고 말했다. 특히 여성 관광객들은 뭇 남성들과 같이 쓰도록 만들어진 화장실 때문에 이용시 불편함과 애로사항이 많아 보인다.
취재를 위해 직접 남녀 공용화장실 내부를 둘러 보니 화장실은 청결했으나 남녀가 동시에 화장실을 볼 경우 남자 역시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우선 내부는 5개의 좌변기와 몇몇의 남성용 소변기가 설치되어 있다. 이중 좌변기는 장애인용과 신사용이 1개씩이고 나머지 3개는 숙녀용이다. 또한 장애인용은 장애인들이 사용하기에 불편하도록 설치되어 있다.
당일 역사교육차 진남관을 찾은 00대학교 김모씨(여 22세)는 "술집도 따로 따로 화장실이 있는데 우리나라 국보급 문화재 화장실을 남자와 여자가 동시에 사용하도록 만든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날 관리인으로 근무중인 H씨에 따르면 "이곳 화장실은 예전부터 남자와 여자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며 "언제부터 이렇게(공용으로) 되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진남관-화재예방 위한 적정 소방장비 설치 시급또한 진남관을 자주 찾는다는 박모씨(52세)는 "여수시에다 개인적으로 화장실을 개선해 달라고 몇 번씩 건의를 했는데 묵살 당했다"고 말한 뒤 "진남관의 가장 큰 문제점은 화재가 났을 때 불을 끄기 위한 소방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씨는 "지난번 숭례문 대화재 이후 이곳도 소방훈련을 실시하는 것을 보니 물줄기가 약해 (소방수가)용골까지 닿지 않아 불이 났을 때 꼼짝없이 지켜만 봐야할 판이다"고 말해 실질적인 개선이 필요함을 지적했다.
이어 박씨는 "장애인이 들어갈 출입구도 없고 휠체어 길도 15도가 아닌 45도 경사로 만들어 일반인도 휠체어를 밀고 절대 오를 수 없다"며 "이런 것을 설치할 때는 장애인 단체들과 상의하고 설치했으면 좋겠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한편, 공용화장실 관련 전화인터뷰에 응한 여수시 문화재 예술과 담당자 김희영씨는 "7월1일자로 인사발령이 나 아직 그곳을 가보지는 않아 실태를 자세히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담당자 김씨는 "남녀 공용화장실에 대한 예산이 아직 배정되지 않는 상태"라며 "현재 직원들이 상주하는 유물전시관에는 화장실이 따로 설치되어 있어 그곳을 이용하면 된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