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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사명은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기능이다. 집권 세력이 언론사가 지향하는 논조와 같은 이념을 가진 정권이라 할지라도 감시와 비판 기능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 감시와 비판 가능을 상실할 언론은 이미 언론이 아니라 앵무새와 다름없다.

특히 여론 시장을 지배하는 언론이 자기 논조와 같거나 집권을 위해 지지했다는 이유만으로 감시와 비판 기능을 거두면 앵무새 언론으로 말미암아 민주주의는 죽는다. 앵무새 언론이 되는 순간은 잠깐일지라도 민주주의를 다시 살리기 위해서는 인민의 엄청난 피와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우리는 박정희와 전두환 정권을 통해 뼈져리게 경험했다.

<조선일보>는 '1등 신문' '할말은 하는 신문'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감시와 비판 기능을 포기하지 않았다. 정권의 작은 비리가 드러나면 가차없었다. 집요하고, 집요했다. 10년 동안 수없이 감시와 비판을 했기 때문에 다 말할 수 없다.

신문 지면에서 만평은 사설과 칼럼, 기사보다 독자들에게 신문이 말하고자하는 내용을 단 한 장면으로 전달하는 놀라운 기능을 가지고 있다. <조선만평>을 그리는 신경무 화백이 참여 정부를 비판한 많은 만평 중 2006년 3월 1일, 삼일절에 골프를 쳤던 당시 이해찬 총리에 대한 만평이다.

 2006년 3월 당시 이해찬 총리가 삼일절에 골프를 쳤을 때 신경무 화백이<조선만평>이 끊임없이 비판한 만평
 2006년 3월 당시 이해찬 총리가 삼일절에 골프를 쳤을 때 신경무 화백이<조선만평>이 끊임없이 비판한 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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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전 총리는 삼일절과 철도파업 첫날이 부산에서 골프를 쳤다는 이유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결국 이 전 총리는 물러났고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검찰 수사까지 받았다. 아래 왼쪽 그림은 하루 하루 하나씩 문제가 드러나고 있음을 비판하고 있다.

지난 봄 박연차 회장(구속)에게 600만물을 받았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신경무 화백은 빼놓지 않았다. 참여 정부 시절 <조선만평>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무능과 대통령 답지 않는 말을 하는 사람으로 비유하기를 좋아했다. 그런데 노무현 전 대통령 마지막 보루인 도덕성이 종말을 고하는 사건이 터졌으니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돈을 받은 혐의로 수사가 진행될 때 신경무 화백의 <조선만평>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돈을 받은 혐의로 수사가 진행될 때 신경무 화백의 <조선만평>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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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왼쪽을 보면 "봉황생활 수십년에 달러떼기 처음 본다"면서 2003년 5월 대통령 못해 먹겠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 말은 진심이 아님을 암시하면서 '달러' 좋아하는 사람으로 묘사하고 있다. 아래 왼쪽 만평은 "백조같고, 깨끗하다"고 자랑했던 말은 '쇼'라고 비웃고 있다. 이런 집요함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끝났다. 노 전 대통령이 생명을 놓고 나서야 끝난 것이다.

이해찬 전 총리가 삼일절에 골프를 쳤다는 이유로 하루같이 만평으로 비판하고, 100만 달러 외에는 끝까지 모른다고 했던 노 전 대통령을 돈 좋아는 대통령이요, 도덕성은 쇼라고 몰아붙였던 신경무 화백이 천성관 검찰청장 후보자에게 관대하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고가 아파트 구입, 부인의 제니시스 리스 의혹, 위장전입, 아들 6성호텔 결혼식으로 엄청난 비판을 받고 있지만 신경무 화백은 전임 정권과 연관시켜 교묘하게 그렸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고가 아파트 구입, 부인의 제니시스 리스 의혹, 위장전입, 아들 6성호텔 결혼식으로 엄청난 비판을 받고 있지만 신경무 화백은 전임 정권과 연관시켜 교묘하게 그렸다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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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인사청문회를 통해서 드러난 천성관 후보자는 한 마디로 '의혹백화점'이다.

잘 모르는 사람에게 15억을 빌리고, 세금도 내지 못하는 동생에게 5억을 빌렸다. 전업주부인 아내는 지난해 세차례 외국여행 명품 6천달러어치 구입했다.

아들은 수입보다 신용카드 지출이 더 많으면서 그런데도 예금은 2006년 2200만원, 2007년 4700만원, 2008년 7100만원 넣었다.

고구마 뿌리도 한꺼 번에 이러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14일 <조선만평> 천 후보자가 순순히 시인한 '위장전입' 하나를 그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해찬 전 총리때와는 딴판이다. 두 사람을 하이에나처럼 끝까지 물고 늘어졌던 언론인 정신은 어디로 갔는가. 특히 그는 천성관 후보자 위장전입은 비판하면서도 전임 정부 때 위장 전입을 했던 고위 공직자 후보자를 함께 그렸다. 교묘한 짜깁기와 같다. 전임 두 정부도 천성관 후보자 못지 않게 위장전입했다는 말이다. 14일자 만평을 본 <조선닷컴> 누리꾼 인아무개씨는 댓글을 달았다.

정말 더럽고 추악한 세상이로다. 천성관보다 더 그의 죄를 덮어주고, 당연한 양 변론해주고 이를 지지하는 쓰레기들이 많다는 것에 놀랄 뿐이다. 어찌 이리도 양심이 없는가..?정말 얼굴이 화끈 거린다. 15억 무이자..월 1000만원 뇌물감인데, 포괄적 뇌물죄는 바로 이런 것 아닌가?

자기와 생각이 다른 정권이 도덕성과 불법을 저질렸을 때보다  자기와 같은 이념을 가진 정권이 도덕성과 불법을 저질렀다면 더 가혹한 비판을 해야 하는 것이 진짜 언론이 할 일이다.


#조선만평#신경무#이해찬#노무현#천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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