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은 갰으나 햇볕이 맑고 밝게 드리우지는 않는 오늘 아침입니다. 집집마다 밀린 빨래를 했어도 집안에 널어 놓았을 테며, 보송보송 마르지 않아 다림질까지 해야 하리라 봅니다. 우리 집 기저귀 빨래도 보드라이 마르지 않았기에 다림질을 해야 하니까요.
엊그제 억수같은 비가 그친 이듬날 골목마실을 하던 때, 온 골목은 집집마다 해바라기 하려고 내놓은 빨래로 무지개빛을 이루었습니다. 오늘 또한 해가 구름 사이로 살짝살짝 고개를 내밀려 한다면, 틀림없이 온 골목은 다시금 갖가지 빨래로 무지개빛을 이루리라 봅니다.
옥상마당이든 앞마당이든, 샛골목 좁은 틈바구니이든 자동차 지나가는 조금 넓은 골목길이든, 사람이 사는 어느 집이든 빨래를 내놓기 마련입니다. 바람에 펄럭이는 빨래를 올려다보며, 또는 눈높이에서 마주바라보며, 이 빨래를 마친 분들은 마음이 개운하고 홀가분할 테지, 하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아기 기저귀를 빨든 어른 두 식구 빨래를 끝내고 햇볕에 내다 널든, 그지없이 개운하고 홀가분하거든요.
오늘도 어김없는 기저귀 빨래 신나게 하는 '아침 빨래 잔치'를 하고 나서 기지개를 켭니다. 그러고는 "해야 해야 잠꾸러기 해야, 이제 그만 나오렴. 김치국에 밥 말아 먹고 이제 그만 나오렴……" 하는 노래를 부릅니다. 모쪼록 해가 살몃살몃 고개를 내미는 낮나절이 된다면, 아기를 안고 옆지기 손을 맞잡으며 오늘은 또다른 골목마실을 나서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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