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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양시 재래시장중 가장 규모가 큰 중앙시장. 경제 침체에도 불구하고 과일, 채소, 생선, 온갖 생필품 등 값싼 물건이 있어 서민들이 꾸준히 찾아주고, 도소매시장이 자리한 관계로 비교적 활력이 흘러 넘치던 이곳이 요즈음 침울하고 상인들은 뿔나있다.

 

전국 재래시장과 골목 상권을 강타하며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기업형슈퍼마켓(SSM)이 안양에도 상륙, 오는 8월 중앙시장 인근에 개점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인근 일부 슈퍼와 구멍가게는 이미 가게를 부동산에 내놓은 상태로 망연자실이다.

 

5일 오전 찾아간 중앙시장. 시장으로 연결하는 각 골목에는 '홈플러스 기업형 슈퍼체인 입점 결사반대' 현수막이 내걸리고, 물건을 팔기 위해 아침부터 진열하고 있던 상인들은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며 성토하는 분위기로 화가 나있다.

 

중앙시장 상인들과 현장 확인에 따르면 기업형 슈퍼가 들어서는 곳은 중앙시장 중심부에서 직선거리로 약 300여m 떨어진 인근지역 일명 저잣거리다. 홈플러스 측은 4층 상가 건물의 1층과 지하층 일부를 임대한 상태로 이곳에 있던 음식점은 이미 문을 닫았다.

 

'홈플러스 익스플러스'가 들어서는 지점 인근에는 현대아파트, 쌍떼빌, 성원아파트 등 비교적 규모가 큰 아파트들이 밀집해 있을 뿐 아니라 안양5동, 안양6동, 안양9동에서 중앙시장으로 접근하는 초입이라는 점에서 중앙시장 상권을 잠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래시장 살리고 기업형슈퍼 허용하고...병주고 약 주나

 

이같은 사실을 뒤늦게 접한 중앙시장 상인들은 최근 'SSM(기업협수퍼마켓) 입점반대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4일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입점 반대 집회를 열고 중앙시장 부근을 돌면서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날 집회를 주도한 SSM입점반대 추진위원회에는 중앙시장상인회, 중앙시장번영회, 중앙시장안영회 등 중앙시장내 각 친목단체 대표들이 공동대표로 나서고, 일손 놓기가 어려워 집회때 참여가 어려운 상인들도 대부분 집회에 참석하는 등 반대열기가 뜨겁다.

 

이들은 "오는 6일부터 매일 오후 2시 입점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기업형슈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입점이 강행될 경우 천막농성도 불사 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등 위기감을 느낀 상인들의 반대 집회와 반발 또한 거세질 조짐으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시장 상인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재래시장을 살리겠다고 말을 하면서 기업형슈퍼마켓이 들어설 수 있도록 법을 개정(허가제-신고제)하고는 막을 방법이 없다는 입장으로 '병 주고 약 주고' 있는 꼴이라고 주장하며 절박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 줄 것을 촉구했다.

 

 

여야 정치인들 기업형슈퍼 입점 반대하나 속수무책

 

이날 집회에는 이종걸(민. 만안) 국회의원, 정용대(한. 만안 당협운영위원장) 한전KPS(주) 감사를 비롯 김기용(한), 명상욱(한), 권주홍(민) 시의원 등 여야를 초월하여 참석, 기업형 슈퍼 입점에 따른 변화에 우려를 표명했으나 사실상 무방비로 속수무책이다.

 

이는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이라며 기업형 슈퍼라도 규모가 1000㎡(300평) 이하이면 제한 없이 주택골목 안까지도 진출할 수 있도록 하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의 무관심 속에 기업형 슈퍼는 대기업의 막강한 자금력과 유통망 등을 배경으로 삐른 속도로 전국으로 늘어나는 추세이며 영세점포들보다 월등한 경쟁력을 확보해 비록 규모가 작더라도 재래시장과 동네 소매점들의 영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한 전문가는 "최근 대기업 슈퍼마켓 출점경쟁이 본격화되며 재래시장 상인들이 대기업 횡포로 규정하고 시민들에게 정으로 호소하고 있지만 이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와 정치권이 합리적으로 규제할 방도를 찾아주고 상인들도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5일 중앙시장에서 만난 중앙시장번영회 장용준 회장은 "기업형 슈퍼가 들어오면 우리 영세 상인들의 소 점포가 입는 폐해는 불보듯 뻔할 수 밖에 없다"며 "정부와 지자체체가 시장활성화를 위해 시설현대화 사업을 지원하면서 대기업이 골목 상권까지 장악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제도적인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권주홍 시의원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중앙시장 인근에 들어오는 사실을 뒤늦께 알았다. 재래시장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이런 사태가 일어나 어이없다. 법적으로는 대응 할 길이 없지만 입점을 저지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국 곳곳에 기업형슈퍼마켓(SSM)이 속속 들어서며 업체간 개점경쟁으로 까지 확대되는 상황으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들어서는 지역 도로변과 주택가에 자리한 슈퍼와 구멍가게 주인들은 이미 점포를 부동산에 내놓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제 죽었구나. 살아온 삶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느낌"

 

"고깃집이 있던 자리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들어선다는 얘기를 지난 25일인가 가까운 사람으로 부터 들었어요. 아유 이제 죽었구나 생각했지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나 딸과 의논도 했는데…. 내가 살아온 삶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더라구요."

 

현장 취재를 하면서 들렀던 인근 슈퍼의 한 주인은 "물건이 이렇게 쌓여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처분해야 하나 걱정도 한두 가지가 아니고, 나만 당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라 말하며 울먹이다 뒤돌아서는 기자에게 신원을 밝히지 말아달라 하소연했다.

 

 

기업형슈퍼(SSM) 주변 상인 41.2% '6개월도 못 버텨'

 

2000년 26개에 불과했던 '기업형슈퍼'는 최근 몇년 사이 대기업 유통업체들이 각각 홈플러스익스프레스'(152곳), '롯데슈퍼'(134곳), 'GS슈퍼마켓'(116곳) 등을 잇달아 개설해 현재 전국 500여곳으로 증가하고 신세계 등도 올해 안에 대거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30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54개 SSM 주변 중소상점 226곳을 대상으로 SSM 입점 영향과 피해사례를 조사한 결과 하루 평균 매출액이 49.7만원(30.8%) 감소했으며 10곳중 4곳은 6개월도 버티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추세로 나간다면 머지않아 전국적으로 100만 이상의 영세 자영업자가 폐업을 선언하고 거리에 나앉을 것이 불보듯 뻔해 전국 풀뿌리 상권은 그야말로 초토화 상태로 이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사실상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현재 국회에는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를 위한 법안이 제출되고 허가제 도입이라는 강수를 두자는 일부 의견도 오르내리고 있으나 이렇다할 규제 방안이나 방침이 결정된 것이 없어 각 유통업체들의 SSM 개점은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한다.


#안양#기업형 수퍼#재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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