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국지성 호우에 무더위가 가만히 있는 사람도 짜증 나게 합니다. 작은 일에도 스트레스가 쌓이고 웬만큼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진미를 느끼지 못할 때가 잦지요. 따라서 각종 전염병은 물론, 입맛을 잃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계절이기도 합니다.

 입에 들어가기 직전의 호박잎 쌈. 쌈을 입에 넣고, 싱싱한 풋고추로 쌈장을 찍어 먹으면 싱그러운 풋내와 구수한 맛이 입안에서 감도는 게 환상적입니다.
입에 들어가기 직전의 호박잎 쌈. 쌈을 입에 넣고, 싱싱한 풋고추로 쌈장을 찍어 먹으면 싱그러운 풋내와 구수한 맛이 입안에서 감도는 게 환상적입니다. ⓒ 조종안

물 말은 밥에다가 풋고추를 된장에 찍어 먹고 싶다고 생각해본 분들은 상큼하고 개운한 호박잎 쌈 맛도 기억하실 것입니다. 입에서 몇 번 씹히지도 않고 목으로 넘어가는 호박잎 쌈은 그야말로 여름철 별미이며 시원한 외갓집 대청마루를 떠오르게 하지요.

'호박꽃도 꽃이냐?'는 멸시를 받으면서도 가을이 되면 담과 지붕에 열매를 영글게 해서 우리들 가슴을 풍성하게 해주는 호박잎, 이렇게 흔하디 흔한 재료가 주는 자연의 맛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여름을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지도 모릅니다.

불빛이 환한 대형할인점 채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여유와 자연의 미가 살아 있는 곳이 재래시장입니다. 특히 요즘은 시골할머니들이 따온 호박잎이 눈길을 끄는데요. 이러한 별미를 놔두고 여름을 그냥 보내면 입이 저를 원망할 것 같더군요. 그래서 올여름에는 호박잎하고 친하게 지내려고 합니다.

 호박잎쌈과 된장찌개. 호박잎 쌈을 먹을 때마다 감자가 들어간 된장찌개를 한 수저씩 떠먹는 맛도 빼놓을 수 없지요.
호박잎쌈과 된장찌개. 호박잎 쌈을 먹을 때마다 감자가 들어간 된장찌개를 한 수저씩 떠먹는 맛도 빼놓을 수 없지요. ⓒ 조종안

호박잎이 있는 곳에 꼭 있어야 할 게 된장인데요. 된장과 호박잎이 다이어트에 좋은 음식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고, 그 외에도 몸 속의 불필요한 물질을 배출해서 컨디션이 좋아지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좋은 컨디션은 건강을 의미하지요.

특히 무더위에 시달리고 땀으로 양분을 배출하는 여름 반찬으로 된장만 한 게 없다고 생각되는데요. 소문난 보양탕도 전통 음식인 된장의 저력을 따라올 수 없을 것입니다. 겨울에는 청국장, 여름에는 된장이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된장은 맛이 개운하고 속을 편하게 할 뿐만 아니라 소화가 잘 되고, 찌개를 끓이거나 쪄서 밥에 비벼먹거나 쌈을 싸서 먹는 등 먹는 방법도 다양합니다. 특히 호박잎과 된장의 음식궁합은 하늘이 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옛날부터 인기가 좋지요.

여름철 밥상에 올라오는 반찬 중에 '대장'은 '된장'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된장이 그만큼 맛도 좋고 영양가도 높다는 뜻인데요. 호박잎 쌈을 입에 넣고 호박과 감자가 들어간 된장찌개를 한 수저 떠먹으면 개운하고 칼칼한 맛이 일품입니다. 찌개 속의 감자를 하나씩 집어먹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지요.

호박잎 쪄먹는 방법

 금방 쪄낸 호박잎. 먹고 남으면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은 상식이고요. 타이밍이 중요하니까, 옆에서 지켜보면서 찌는 게 좋습니다.
금방 쪄낸 호박잎. 먹고 남으면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은 상식이고요. 타이밍이 중요하니까, 옆에서 지켜보면서 찌는 게 좋습니다. ⓒ 조종안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음식 된장찌개는 된장, 호박, 멸치, 두부, 고추, 바지락이나 우렁이가 있으면 재료준비 끝입니다. 그러나 호박잎 쌈에 얹어 먹으려고 찔 때는 호박이나 두부가 들어가지 않아도 됩니다. 재료가 간단하면 오히려 전통 된장 맛이 살아나거든요.

양념간장과 쌈장이 필요한 상추와 달리 호박잎은 된장과 궁합이 더 잘 맞는데요. 다음은 된장과 찰떡궁합인 호박잎을 쪄내는 순서입니다.

▲ 호박잎의 딱딱한 줄기를 살짝 꺾어 잎 방향으로 벗겨 냅니다. ▲ 줄기를 벗겨 낸 호박잎을 씻어 찜통에 한 장, 한 장 올려놓고 5-10분 정도 찌는데요. 찜통이 없으면 냄비와 채반을 이용해도 됩니다. ▲ 하얀 김이 나기 시작하면 뚜껑을 열어봐서 호박잎 색깔이 짙어졌다고 생각되면 꺼냅니다. ▲ 먹고 남은 호박잎은 냉장고에 보관해 두었다 먹으면 시원하고 호박잎 특유의 상큼한 맛을 잃지 않아서 좋습니다.

옛날에 어머니가 해먹던 방식대로 밥솥에 쪄먹기도 하는데요. 밥물이 끓을 때 호박잎을 넣으면 김이 올라오면서 구수한 맛이 잎에 스며들어 찜통에 쪘을 때와 또 다른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된장으로 요리할 때 우렁이나 바지락은 빠질 수 없는 재료인데요. 진즉부터 된장과 해물의 음식궁합을 간파한 선조들의 지혜가 놀라울 따름입니다. 대신 바지락이 너무 많이 들어가면 된장 맛이 달아나고 쉽게 상하니까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쌈에 얹어 먹으려고 쪄낸 된장과 된장찌개. 우렁이와 바지락이 없어서 멸치만 넣었더니 개운한 맛이 더 살아나는 것 같았습니다.
쌈에 얹어 먹으려고 쪄낸 된장과 된장찌개. 우렁이와 바지락이 없어서 멸치만 넣었더니 개운한 맛이 더 살아나는 것 같았습니다. ⓒ 조종안

맛있는 재료가 여러 가지 들어간 양념장을 만들어 호박잎 쌈을 해먹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좋은 재료가 이것저것 들어가니까 맛있겠지요. 그런데 저는 바지락이나 우렁이를 넣고 쪄낸 된장을 고집합니다. 멸치만 들어가도 좋고요. 첫째 옛 맛을 느낄 수 있고. 소화가 잘 되면서 속이 편하고, 다이어트에도 좋기 때문이지요.

옛 어른들은 "여름에는 무엇이든 잘 먹는 게 보약이다"고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백번 옳은 말씀인데요. 아무리 고급요리라고 해도 외식보다는 집에서 가족과 즐겁게 먹는 게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일 것입니다.

금방 쪄낸 호박잎에 뜨거운 밥을 한 수저 올려놓고, 그 위에 바지락을 넣고 쪄낸 된장을 얹어 먹으면, 구수한 맛, 개운한 맛, 산뜻한 맛 등이 입안에 감돌면서 "맛있어서 행복해요!"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가족이 둘러앉아 서로 맛을 확인하면서 식사를 하면 그게 바로 행복이고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일 것이니까요.

요즘은 10만 원을 가지고 나가도 쓸 게 없다는 분들이 많은데요. 재래시장에서 호박잎과 바지락을 3천 원어치씩만 사면 세 식구가 이틀은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저도 열흘 전부터 호박잎 쌈을 먹기 시작했는데요. 올여름에는 호박잎과 된장으로 입맛과 건강을 관리하려고 합니다.

 맛도 좋지만, 보는 즐거움도 그에 못지않을 것 같아서 촬영해두었습니다. 그런데 볼 때마다 호박잎과 된장이 먹고 싶어지더군요.
맛도 좋지만, 보는 즐거움도 그에 못지않을 것 같아서 촬영해두었습니다. 그런데 볼 때마다 호박잎과 된장이 먹고 싶어지더군요. ⓒ 조종안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http://www.shinmoongo.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된장#호박잎 쌈#된장찌개#호박잎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